Thursday 6 December 2012

2012 대선 1차 토론회 TV 관전기

(cf. 시작하기 전 : 초반 20분 정도 잘라먹고 본 거임. 젠장 재미있는 장면들을 20분이나 놓치다니!)

한줄요약 : 거지같은 토론룰에서도 이렇게 재미있는 토론이!

포지션별 감상

신동호_너님 사회자. 근데 사회자가 뭐 이래 말을 많이 잘라먹나효. 타임키퍼 탈을 쓰고 계속 잘라먹네 아주그냥. 담번 토론에도 사회자로 나오실 거면 우리의 미중년 손석희 교수님께 사회 잘보는 법 전수라도 받고 나오심이 어떠하신지요.

박근혜_토론 내도록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것처럼 보인 것은 내방 TV의 문제인가효. 하긴 두시간 내내 했던 건 두루뭉실한 발언과 가당치도 않은 신뢰 드립, 그...그....그....., 뭐 이런 것밖에 없는 듯한데. 내참 생각없다 얘기만 들었지 이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다. 이런 사람에게 나라를 맡긴다면 나는 가늘고 길게 국가의 녹을 받으며 사는 것보다 이 나라를 떠나는 걸 택할 것 같다 ㅡㅡ;

문재인_억양은 경상도 속도는 충청도. 상용차 대박. 완전 웃겨 기절했음. ㅋㅋ 아무튼 젠틀한 이미지로 쭉 달렸지만 날카로운 부분이 없어서 좀 아쉽. 시종일관 차분하다 보니 좀 재미없기도 했음. 그래도 나름 구체화된 정책을 가지고 있었고 대답을 회피하는 모습도 크게 없었던 것 같음. 단지 그 모습이 상황상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는 것이 아쉽.

이정희_오늘 빅재미를 안겨준 일등공신. 변호사 출신의 말빨은 역시 기본부터 다름. 사회자 포함 네 사람 중 제일 말빨 세고 속 시원한 느낌. 박근혜에게는 시종일관 돌직구로 완전 안그래도 없는 정신 더 혼미하게 만들어준 반면 문재인에게는 향후 방향을 묻는 내용을 위주로 포지션을 잡은듯. 강정이나 현대차, 쌍용차 등의 문제를 들고 나오는 것도 좋았음. 그러나 박근혜 킬러 포지션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본인의 정책을 생각보다 확 들어오게 알리지 못했으며, 대북관에 대한 질문에서는 정면돌파보다 또다시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는 한계가 보였음.

분위기 감상

이정희 : 박근혜 너님 나랑 싸우자! 나는 너만 잡으면 됨 ㅋ
박근혜 : 이정희 쟤는 왜 나만 갖고 그래~(29만원 그분의 억양으로)
문재인 : 여인네 둘이 칼갈고 싸우니 대박 무섭 ㄷㄷㄷ 오늘은 자중하자;

오늘의 최고 명언
: 이정희에게 단일화 요구하면서 토론회에 나오는 이유를 묻는 박근혜의 질문에 이정희 대답, "박근혜후보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습니다"

기타 오늘의 한마디 : 김석기 이재연 / 다카키 마사오

다음번 토론에 바라는 점
박근혜 : 공부 좀 더 하고 나오시오. 와 진짜 해도해도 너무하더라
문재인 : 말의 속도를 조금 빠르게 할 필요가 있음
이정희 : 담번에도 빅재미 부탁함돠
사회자 : 제발 후보들 말에 좀 적당히 끼어들던가. 이건 아니잖아
선관위 : 토론룰 거지같다 재반론 허용하라 허용하라 허용하라 ㅡㅡ;

[홍차잡담] 2012.12.4. 지름목록

나에게 트와이닝이란 브랜드를 알려준 녀석이 다음엔 아마드로 넘어가보라길래 아직 티포트까지는 무리고 머그에 티백이다! 라고 외치며 자주 가는 찻집으로 달려갔지만, 그곳에 아마드 티백은 없었다 ㅡㅡ; 그리하야 + 어차피 언젠가는 뚫어야 할 것 같아 <오후 4시, 홍차에 빠지다>에서 본 앨리스키친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했더랬지.....ㄲㄲ

그곳에서 온갖 티백들을 보며 나는 도대체 무엇을 마셔야 할까를 고민하다, 다 떨어져가는 트와이닝 티백을 바라보며 샘플러 하나 추가, 아마드는 첫만남이 좀 이상해서(이건 언젠가 다른 글에 밝히리라 ㅡㅡ;) 겁이 나서 샘플러 하나 추가. 여기까지는 예상대로인데.......

그렇다. 팝업창에 나와있는 이벤트. 스위스 초콜릿으로 만든 카오티나 핫초코가루 150g 소포장 2개를 사면 머그를 준단다. 두근두근두근. 지름신 강림. 거기다 커피도 아니고 초코가루라뉘! 나 핫초코 완전 좋아라하는데! ㅋㅋ

그리하야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나의 앨리스키친 첫 구매 완료. 며칠 전 택배 도착. 내용물은 요 사진과 같사옵니다. 홍홍. 왼쪽부터 설명 들어갑니~


#1. 트와이닝 샘플러 : 홍차(다즐링, 얼그레이,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레이디그레이, 실론오렌지페코)랑 허브차(페퍼민트, 카모마일, 허니앤바닐라) 티백 각각 3개 + 랜덤으로 티백 하나 더해서 총 25개. 내가 받은 랜덤 티백은 얼그레이였다. ㅋ

#2. 카오티나 핫초코가루 : 150g짜리 소포장 2개. 사진에 보이는 머그를 얻기 위함도 있지만, 소포장 하나에 15g씩 한 상자에 10개뿐이라 너무 적다 싶어 질렀다. ㅋ 주말에 생협에서 유기농 우유 사서 핫초코 만들어야지~ 오예 ㅋ

#3. 아마드 샘플러 : 다즐링, 얼그레이,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실론티 각각 5개씩. 요건 트와이닝 녀석들이랑 맛을 비교해가면서 마셔볼 생각으로 샀다 ㅋ 물론 이제 막 홍차의 세계에 발을 담근 내가 뭘 알겠느냐만은 ㅋ

#4. 시음티 : 머그 앞에 놓인 건 앨리스키친에서 보내준 시음티들이다 ㅋ

시음티 내용물 클로즈업모드 ㅋ 왼쪽 위로부터 다질리언에서 나온 토피 루이보스, 타라구이 레몬베르베나, 테게백 쿠키, 믈레즈나 메이플티, 아마드 다즐링, 타라구이 마테코시도! 다질리언이랑 아마드 말고는 다들 금시초문이다 ㅡㅡ;

여튼 티백들이 풍성해졌으니 ㅋ 이제 또 홍차라이프를 즐겨봐야겠다 ㅋ 사무실에 홍차 마시는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홍차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는 게 아쉽지만, 뭐 어때 ㅋ 이왕 지른 거, 맛나게 즐겨봐야겠다! 오홍홍 ㅋ

Wednesday 28 November 2012

[일상잡담] 2012.11.28.

#. 나는 내가 오늘 이토록 오래 사무실에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아놔 닭계장(나와 내 남친이 초진상 누군가를 일컬을 때 쓰는 말)만 아니었더라도 8시도 안되어서 퇴근했을텐데......집에 돌아오니 10시다......참고로 밥은 집에 와서 먹었다. 젠장할. 왜 당신이 회의를 하는데 내가 밥도 못먹고 사무실을 지켜야 하나.......사무실 열쇠 개인별로 준 건 고물상에 팔았나......저번에도 비슷한 일 있어서 닭계장이랑은 절대 초과 안하겠다 했는데 오늘은 어쩔 수 없었다.........진짜 닭계장 다른 곳으로 발령받기 전에는 절대 초과 같이 안할거다..............ㅡㅡ

#. 어제부터 코 상태가 심상치 않아 오늘 동네 이비인후과에 다녀왔다. 의사선생님 왈, "요즘은 이런 상태로 잘 안가는데, 이렇다는 건 무리했다는 증거죠."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나, 야근도 잘 안하고 크게 무리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무튼 의사선생님은 나보고 쉬라고 하셨지만, 정작 나는 쉴 수가 없다는 게 함정 ㅡㅡ; 다행히 내일 오후부터 1박 2일로 워크샵이라 잠깐이나마 쉴 수 있음에 감사하다. 단, 내가 출장나오면 꼭 동에 내 담당 까다로운 민원이 와서 동에서 전화가 몇 통씩 걸려온다는 게 문제지만 ㅡㅡ;

#. 어제 사실 무리를 좀 하긴 했다. 해운대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26년" 시사회에 다녀왔기 때문이다. 시사회 시간은 8시, 퇴근시간은 6시 20분(꼭 바쁠 때 퇴근 늦게 하게 되는 이 징크스 어쩔), 2 - 3 - 2호선 + 환승역에서의 전력질주 덕에 겨우 시사회 시간에 맞추어서 도착했지만, 돌아올 때는 움직이기 귀찮아 2호선 쭈욱..............어머나 지하철 내리니 밤 열두시가 넘었네? ㅡㅡ; 아무튼간에 엔딩크레딧에 이름은 안올라갔지만  투자자 남친 덕에 좋은 영화 한편 봤다 ㅋ 자세한 감상평은 곧 올리겠음 ㅋㅋ

#. 오늘 다녀온 이비인후과는 동네 시장 근처에 있다. 이곳에 발령받는다는 소식을 듣고 엄마랑 같이 사전답사(!)를 나왔었다. 당시 울 엄마는 완전 시장통이고 신도시 이런 곳이 아니라 급 실망한 반면, 나는 20년 동안 신도시라고 볼 수 있는 곳에서 살아오다 보니 읍내 느낌 충만한 이곳의 분위기가 너무 좋아 그날 돌아가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그 기분은 아직까지 쭉 이어지고 있다. 비록 가끔 화날 때도 있고 힘빠질 때도 있고 그렇지만 대체적으로 이 동네는 어르신들이 많고 대부분 착하고 순박한 느낌의 분들이라 좋다.ㅋ

#. 그나저나 나 내일 출근 일찍 해야 하는데 아직 해야 할 일이 좀 있네.....어차피 워크샵도 가겄다 오늘 좀 무리해봐...? 라는데 위에 보니 무리하지 마라고 되어 있다 ㅡㅡ; 얼른 마무리하고 자야겠다 아놔 ㅡㅡ;

Friday 23 November 2012

[독서잡담] 2012 IVP 창고개방전에서 지른 신앙서적들

절대 정리하기 싫어서 저렇게 놔둔게 아님돠.
책장이 다 차버려서 넣을 공간이 없어요 ㅡㅡ;
얼른 주문해서 조립해야 할 터인데;;

매년 IVP에서 열리는 창고개방전! 늘 총알이 없어 손가락만 빨고 있다가 이번에 거하게 질렀다. 각각의 책과 이 책을 산 이유를 아주 간단하게 적어본다.

#1. 김선욱 외, <어떻게 투표할 것인가>, Ivp 사실 이 책은 전혀 살 생각이 없었다. 딱 봐도 이번 대선을 목표로 만들어진 책이라 그 이후에는 효용가치가 하락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울 학교 IVF에서 이 책을 가지고 스터디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호기심이 생겨서(네 학사 주제에 이딴 호기심은 어디서 튀어나오는지) 질렀다.

#2. 케네스 리치, <사회적 하나님>, 청림출판 제목에 꽂혀서 구매. 요즘 나의 관심사가 적나라하게 보이는 제목이다.

#3. 크리스토퍼 라이트, <하나님 백성의 선교>, Ivp 일상생활사역연구소 페북 타임라인에서 자주 보이는 책이라 궁금해서 선택.

#4. 송강호, <평화, 그 아득한 희망을 걷다>, Ivp 이 책도 원래 살 생각은 없었는데, 부제에 나온 '르완다에서 강정까지'라는 말에 궁금증이 생겨서 사게 되었다.

#5. 폴 스티븐스 & 앨빈 웅, <일삶구원>, Ivp TGIM 울산점에서 나누고 있는 책이기도 하고, 페북 TGIM 그룹에 종종 올라오는 글을 보니 한번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구매.

#6. 김두식,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 홍성사 이 분의 글은 예전부터 한번 읽고 싶기도 했고, 2번과 마찬가지로 제목에 끌린 것도 있고.

#7. 존 F. 캐버너, <소비사회를 사는 그리스도인>, Ivp 제목을 보자마자 '어머 이건 꼭 사야해'라는 느낌이 든 책. 벼르고 벼르다 이번에 구입. 최근에 무분별한 소비패턴을 보이고 있는 내 자신에게 하나의 지침서가 되었으먄 하는 바람으로 선택했는데 과연 잘한 것일까. 두둥.

#8. 고든 D. 피 & 더글라스 스튜어트, <성경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성서유니온선교회 책을 막 고르다가, 생각해보니 수많은 신앙서적들보다 성경이 더 중요한데 정작 나는 성경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이 내가 성경말씀을 좀더 알아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여 골랐다.

#9. 양낙홍, <깨끗한 부자 가난한 성자>, Ivp 아무래도 돈을 벌다 보니 물질과 관련된 부분을 다룬 책이 눈에 많이 들어오는 것 같다. 이 책도 그래서 구매.

#10. 존 스토트, <현대 사회 문제와 그리스도인의 책임>, Ivp 내게 존 스토트는 기독교란 다분히 감정적인 종교라는 인식을 깨준 분이다. 만약 이 분의 글이 없었다면 나는 감정적으로 막 쏠리다가(!) 그 감정이 식으면 급 시들해지고 또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게 됐을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이 분은 정말 특별한 분이고, 가능하다면 이 분의 책은 다 모아보고 싶어서 지르게 되었다. 더군다가 제목도 내 구미를 당기고 말이지.

#11. 존 스토트, <제자도>, Ivp 위와 같은 이유에다가 존 스토트의 마지막 책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까지 담아서 구매.

#12. 리처드 포스터, <리처드 포스터의 묵상기도>, Ivp 8번과 비슷한 이유도 있고, 최근 예수기도를 접하고 통성기도나 식기도를 벗어나서 기도에 대해 더 알고픈 마음에 선택.

#13. 미로슬라브 볼프, <배제와 포용>, Ivp 믿고 보는 Ivp 모던 클래식스. 거기다 홍보문구에 나온 '정치 신학'이란 단어. 여기에 덧붙여 내가 참 좋아라하는 박총 전도사님의 추천이 더해지면 일단 지르는거다.

쓰고보니 내 관심사가 뚜렷하긴 하네. 아무튼 내 목표는 이 책들을 다음 Ivp 창고개방전 전까지 다 읽는 것이다. 나름 한달에 한권 정도면 될 것 같은데, 문제는 이거 말고도 읽을 게 산더미라는 거;; 진짜 직장생활 시작한 이후 책 읽어야겠다고 의지를 내는 게 너무 힘들다만;; 그래도 이렇게 지른 책들을 더 이상 전시용으로만 쓰지 말자고 다시 한번 다짐해본다.ㅋ

Wednesday 21 November 2012

요즘 전 이렇게 삽니다.

#. 생애 두번째 부재자 신고. 첫번째는 대학교 2학년 때였는데 신고해놓고 정작 투표하러 안감. 지금 생각하면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음. 아무튼 이번에는 당일 선거사무보느라 어쩔 수 없이 부재자 신고. 체크 항목에서 '선거사무에 종사하는 사람'에 체크하는 순간 기분이 참 이상했다. 이런 작은 일을 겪으면서 난 또 다시 내가 공무원이라는 걸 실감한다. 그나저나 내 근무지 동사무소랑 주소지 동사무소랑 걸어서 10분도 안걸리는 거리인데 부재자 신고를 하려니 좀 웃기기도 하다. ㅋㅋㅋ

#. 동감사는 확인서 세 개로 퉁. 그리고 처분지시공문을 기다리고 있는데 오늘 감사담당 주사님 왈, 현지처분이라 처분지시공문 따위 없다고 ㅡㅡ; 아놔 첫 감사인데 제가 그걸 어떻게 압니까 ㅠㅠ 결국 부랴부랴 공문 써서 올렸는데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꼭 적어야 하는 내용을 빼버렸네 ㅡㅡ; 내일 회수하고 재기안해야겠다 ㅡㅡ;

#. 며칠 전 교회에서 성경암송대회가 있었다. 다른 목장들 모습을 보니 대단해보이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그리하야 올해가 가기 전 나도 말씀암송에 도전하기로 했다. 오늘 이틀째 도전중인데 이거 참 쉽지 않네;;

#. 넥서스7은 잘 쓰고 있다. 덕분에 내 넥서스원은 제대로 찬밥신세다. 음지에 묻혀사는 이름없는 선비(는 개뿔 폐인이다)로 살다보니 전화도 문자도 뜸하고;; 그냥 폰 없이도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든다. 하지만 현실은 반드시 비상연락망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거;

#. 요즘 체력이 딸려서 그런가 저녁먹고 얼마 되지 않아 잠들어버리고 새벽에 깨는 경우가 다반사였는데, 오늘은 다행히 참을만 하다. 그나저나 어여 감기가 나아야 밤에 검도도 다시 갈 터인데....;;

#. 최근 IVP 창고개방전에서 책을 10여권, 아마존에서 CD를 세 장 질렀다. 그리고 지금 미국에서 CD 두 개가 더 날아오고 있다. 레알 폭풍소비다 진짜. 아무튼 이번에 지른 책과 CD는 시간나면 리뷰모드 들어가야겠.....는데 과연 그게 언제일까? ㄲㄲㄲ

#. 요 며칠 동안 페북을 들락날락하기만 했지 글은 쓰지 않았다. SNS를 하다 보니 내가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그냥 툭툭 내뱉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젠 들락날락하는 횟수도 좀 줄여야겠다. 그동안에 생각하는 시간을 좀더 많이 가지고 깊은 글을 써보고 싶다. 물론 책도 많이 읽고.

Saturday 17 November 2012

[음악잡담] Chage & Aska - 群れ(1996)




1996인가 97년인가. 지상파 방송만 나오던 TV에서 어느 날부터  다른 채널들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당시에는 케이블 채널이 거의 없어서 채널 수도 적고 그나마 있는 채널들의 대부분은 외국 방송국들인데다(대만, 중국인지 홍콩인지 아무튼 V Channel, MTV, Star Sports... 지금 생각나는 건 이정도) 자막도 하나도 없어 말 그대로 화면만 보고 앉아있기 일쑤였다. (그런 나를 보고 내 친오빠는 한국꺼나 보지 왜 이런 걸 보냐면서 잔소리하고 그랬다;;)

그 당시 V Channel에서 자주 보여주던 뮤직비디오가 있었는데, 멤버 중 한 사람이 가수 박상민과 똑같이 생겨서 관심있게 봤었다. 대체적으로 우울하면서도, 이상하게 끌리는 노래.  뮤직비디오를 몇 번 보다 보니 화면이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일본 남성 듀오인 차게 앤 아스카(Chage & Aska)의 노래라는 걸 알았지만, 그뿐이었다. 당시 나는 일본어에도 한자에도 무지했기 때문에 가사는 바라지도 않고 처음과 마지막에 보여주던 노래제목조차 읽지 못했다.

오늘 아침, 비온 뒤 차가워진 공기를 느끼며 눈을 뜨는데 갑자기 이 노래가 생각났다. 제목도 모르고 가사도 딱 두 마디, '이츠모 이츠모'라는 것밖에 기억나지 않았다. 다행히 위키피디아에 이들의 싱글 제목 전부가 실려 있었고, 목록을 훑어보던 나는 중간쯤에선가 익숙한 제목을 찾을 수 있었다. 나도 모르게 기억하고 있던 이 노래, 몇 번이나 찾아보려 했지만 그때마다 방법을 몰라 찾지 못했던 노래. 후렴구에서 나오는 아스카의 호소력 있는 목소리가 좋았던 걸까, 아니면 차게의 모습이 친근해서 끌렸던 걸까. 이유는 모르겠다.

어쨌거나 이 노래를 들으며, 나는 잠깐이나마 내 유년시절로 여행을 떠났다. 그 곳에는 음악과 책, 그리고 보이는 것과 다르게 늘 혼자였던 여자아이 하나가 앉아있었다. 마치, 이 뮤직비디오에서 다른 '무리(群れ)'들과 섞이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두 사람처럼.

Monday 8 October 2012

NEXUS 7으로 쓰는 첫 블로그글.

넥원이를 살 때보다는 덜 고민했지만, 그래도 나름 고민하고 지른 넥칠이로 이 글울 남긴다. 아직 덜 익숙하고 어플도 몇 개 안깔았고 그래서 어색하긴 하지만, 오늘 하루 빠짝 고생해서 세팅해놓으면 내일부턴 넥원이처럼 쓸 듯. ㅋㅋㅋ

아무튼 잠깐 써본 소감 몇가지를 적자면.... 넥원이의 트랙볼이 익숙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트랙볼로 손이 가려고 한다는 것, 내가 있는 곳이 보통 와이파이가 잘 터지는 곳이라 그런가 크게 불편함 없다는 것, 터치오류가 없어서(아직까지는? ㅋㅋ) 신기하다는 것, 넥원이랑 같은 안드로이드라서 적응기간 별로 안걸릴 것 같다.... 뭐 이정도? ㅋ

넥원이를 약 2년간 잘 써왔던 것처럼 넥칠이도 잘 써야겠다. 일단 처음 계획했던 대로, 내가 쓰는 어플 중 굳이 이동성이 필요없는 녀석들은 넥칠이에 설치하는 것부터 세팅 시작하자! ㅋㅋ

* 넥원이에겐 설치되지 않던 애니팡을 넥칠이에 설치하고 열심히 했다. 연속으로 한 15판은 한 것 같다. 그렇게 하고 지겨워져서 지웠다. 아, 내 망할 성격이 도움이 될 때도 있는 건가. ㅋㅋㅋㅋㅋ

Tuesday 7 August 2012

[컴터잡담] 우분투 12.04 최소설치, 삽질의 기록(2)

최소설치 실패 이후, 나는 Unity를 딱 한 번 쓰고 한마디 했다. '오늘 당장 최소설치한다' ㅡㅡ; 이유는 단 하나다......느려............ㅡㅡ; 안그래도 성격 급한데 이건 뭐 나의 인내심을 아주 제대로 시험하려는 건지;; 그리하야 예상보다 최소설치 삽질은 빨리 시작되었다. 물론 삽질의 강도는 날이 갈수록 더해갔으니, 오늘은 이 썰을 한번 풀어보려 한다. ㅋㅋ

미리 구워놓은 우분투 12.04 Alternative CD를 넣고 익히 알려진대로 F4를 눌러 Command Line Install을 선택한 뒤 설치를 시작했다. 다행히 이전에 10.04 설치할 때 부딪혔던 무선랜 못잡는 문제는 사라졌고, 전체설치를 하면서 걸렸던 1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설치는 빨리 끝났다...한 20분만인가? ㅋㅋ 12.04 재설치 이후 따로 설치한 파일들이 없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ㅋㅋ

여튼 재부팅 후 나를 반겨주는 검은 화면. 아 드디어 성공했도다! ㅠㅠ ....라는 기쁨도 잠시. 뭐 터미널 명령어에 아주아주 익숙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몇 개는 깔짝댈 줄 알기에 일단 실행들 좀 해보고, X-windows를 설치하기 위해 넥원이로 또 정보의 바다를 헤엄친 이후 X와 openbox를 설치할 수 있었다. 이후 startx를 입력하니 여전히 검은 화면이지만 가운데를 가리키는 마우스 화면을 보며 난 알 수 있었다. X-windows까지 제대로 설치되었구나. 으헝헝. 내가 이걸 해냈다니. ㅠㅠ

하지만 삽질의 신은 나를 가만 놔두지 않았다. 그렇다. 한글 언어팩, 요녀석이 없으니 한글이 나올법한 녀석들은 다 깨져보인다 ㅡㅡ; 어매야 ㅡㅡ;

그리하여 다시 넥원이를 이용해 언어팩 파일 이름을 찾아내고 터미널에서 설치를 하였으나, 실패. 거기다 한글로 설치를 했으니 글자는 다 깨져 나와서 이게 패키지를 못찾는다는 건지 아니면 패키지가 이미 최신이라는 건지 알 수가 없다 ㄷㄷㄷ locale로 언어설정을 확인해봐도 ko.kr_UTF8로 되어 있으니, 이건 뭐... 나보고 반드시 gnome 아이들을 설치해야 한다는 건가 ㅠㅠ 나 gnome 무거워서 싫다구 ㅠㅠ(이러니 Unity는 하루만에 외면했지;;)

여튼 그리하야. 나는 또 한번의 삽질 중이시다. 그것이 무엇이냐 하면....

영문 우분투 설치하기.

ㅡㅡ;

다시한번 말하지만 나는 컴덕후가 아니다. 절대!! 네버! 아는 것도 없어서 맨날 삽질임! ㅡㅡ; 뭐 이러다 보면 언젠간 좀 나아지겠지 ㅡㅡ;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냥 nano에서 로케일을 영문으로 바꿔도 되는 거 아니었나 싶다....ㅡㅡ; 뭐 어쩌겠어. 이미 설치는 다 끝났는걸 ㅡㅡ; ㅋㅋㅋ

하지만 어떻게 해도 뜨지 않는 한글. 아, 포기해야 하나.........하는 순간 또 구글신이 답을 주신다.

"마, 그거 폰트 문제다!"

ㅡㅡ;

그리하야 구글신이 알려주신 대로 폰트를 설치하니 한글이 보인다. 어흑 감격의 순간 + 나 뭐한겨 + 그런데 한글 입력은 죽어도 안돼 ㅡㅡ;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gnome을 설치하려는데, 갑자기 뜨는 에러메시지의 향연이여 ㅡㅡ; 알고보니, 영문 우분투(영국 영어)를 써서 그런가 소프트웨어 소스도 영국으로 설정이 되었나보다. 그런데 그곳 서버가 다운됐는지 일시적으로 다운로드가 안된다네? 영국 서버면 캐노니컬 본사...일 리는 없을거고(걍 archive 어쩌구 나가는 게 본사에 있는 거겠지)

결국 이렇게 미완성인 채로 또 노트북 전원을 끄는구나......이참에 확 데비안으로 넘어가버려? ㅡㅡ;

Monday 6 August 2012

[컴터잡담] 우분투 12.04 최소설치, 삽질의 기록(1)

내가 우분투를 만난 건 이 글에 나온 사건들 때문이었다. 물론 그 당시에는 우분투를 갑자기 쓰게 된 게(아무리 버박과 멀티부팅을 거쳐왔다 해도) 너무 힘들어서 틈만 나면 비스타로 돌아가려고 난리를 쳤지만, 지금은 우분투에 완전 적응하여 이제 다른 리눅스 배포판으로 넘어가볼까 하는 중이다. 물론 난 geek라거나 덕후라거나 이런 건 아니다. 컴터에 대해서는 아는 게 하나도 없다. 단지 삽질을 좀 즐겨서 이것저것 잡다하게 하는 걸 좋아할 뿐이다. (믿거나 말거나. 쳇.)

아무튼 벌써 우분투 사용 2년차가 된(아는 건 없음) 지금, 새로운 LTS가 나왔으니 예전에 실패한 최소설치에 도전해보기로 하고 일단 CD 이미지부터 구웠다.

처음에는 당연히 '최소설치'니까 minimal CD를 구워야겠다고 생각해서 저 녀석을 다운받아 brasero로 구웠다. 하지만 구글느님은 내게 검색결과를 들이미시며 '그거 아님 ㅈㅅ 그거 인터넷에서 다 받아서 하는 거라 완전 느릴 수 있음 ㅋㅋ 빨랑 갈아타셈'이라고 선포(!)하셨다.

그리하야 구글느님의 충실한 신자인 나 소피아는 Alternative CD를 다시 다운받아 또 brasero로 굽기 시작했다. 물론 이건 처음부터 CD-R이 아닌 RW를 샀기에 가능한 삽질이었다 ㅋ

여튼 Alternative CD를 굽는데, 요요요 brasero느님이 계속 에러메시지를 뱉는다. ㅡㅡ; 너님 이러시면 안됩니다라는 주문을 외우며 다시 실행도 해보고 컴터 재부팅도 해봤지만 결과는 모두 실패 ㅡㅡ; 앞으로의 삽질을 예고하는 서막인가 하면서 한숨을 푹 쉬고 일단 물러났다. GG. ㅡㅡ;

다음날. 그러니까 어제. 삽질에 포기 따위 안중에도 없는 성격이라 또다시 노트북 전원을 켜고 이미지 굽기를 시도했다. 대신 이번엔 brasero가 아닌 k3b를 썼다. 구글 뮤직에 ogg-vorbis 업로드할 때 요녀석을 쏠쏠하게 써먹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과는..... 10분도 안걸려서 올킬 ㅡㅡ; 왜 처음부터 k3b를 쓰지 않았을까 후회해봤자 소용없으리....ㅠㅠ

자 눈물닦고. 그리하야 기분좋게 Alternative CD를 넣고 재부팅. 설치 화면 나오자마자 가볍게 설치 선택해주는 센스. 10.04 때는 최소설치 때 DHCP 때문에 실패해서 이번에도 걱정하고 있었는데 아무 문제 없이 넘어가서 다행이다 생각하며 최소설치를 즐기기로 했다. 그러면서 너는 설치해라 나는 정보수집한다는 명목으로 넥원이를 들고 우분투 최소설치 후 openbox 사용을 위한 터미널 명령어를 찾고 있는데......

....젠장맞을 ㅠㅠ 내가 지금 하는 게 최소설치가 아니었던 게다 ㅠㅠㅠㅠㅠㅠ

그러니까 사실은 설치 선택하는 화면에서 F4를 눌러 Command Line Install을 선택해야 하는 거였다고 ㅡㅡ; 안그러면 설치화면만 텍스트 기반이지 그냥 설치하는 거나 똑같다고 ㅡㅡ; 오마이갓. 어째 과하게 오래 걸리더라. 세상에 한시간이 뭐니 한시간이 ㅡㅡ;

뭐 그래서 오늘의 결론은 최소설치인 줄 하고 시작했다가 완전 12.04 풀옵션으로 설치중이다 그런겁니다 ㅠㅠㅠㅠㅠㅠ

...그래요 어차피 최소설치하면 못볼테니 Unity나 한번 써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사와요. 망가진 터치패드 대신 쓸 마우스 살 시간도 벌 겸;; (넥서스7을 위해 블투 마우스를 사고 싶지만, 내 노트북은 블루투스 안되는 게 현실...ㅡㅡ; 아니 잠시만 타블렛에 마우스가 필요할까; 에이 몰라 ㅡㅡ;)

Saturday 16 June 2012

[음악잡담] Mozart - Requiem in D minor KV 626

몇년 전에, 성악을 전공하던 동아리 후배가 학교에서 음악회를 한다길래 찾아간 적이 있었다. 음악회라고는 어릴 때 학교 숙제로 딱 한 번 찾아간 게 전부였는데, 그때 멘붕을 경험해서 음악회에 대한 기억이 크게 좋진 않았다(곁다리로 이유를 설명하자면, 피아노 레슨을 그만둔지 얼마 되지 않아 간 음악회에서 하필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이 연주되고 있었고, 나는 피아니스트의 손을 보면서 절대 난 저렇게 될 수 없을 거라며 진짜 절망했더랬다....ㅠㅠ)

아무튼 그 음악회에서 들었던 곡이 바로 '레퀴엠(Requiem)'이었다. 보통 '진혼곡'이라고 하던데, 가사를 모르니 왜 진혼곡인지 도저히 감은 안잡히고(이노무 라틴어 ㅠㅠ) 그냥 '와~ 잘한다;;;' 이정도로만 만족하고 나왔더랬다. 그게 벌써 몇년 전이냐.... 아 잠시 흘러간 세월을 기억하며 눈물 좀 닦고 봅시다. 어흑. ㅠㅠ

ⓒ DG DVD
자 이제 다시 정신차리고. 그래도 '진혼곡'이니까 분명 죽음과 관련있을거라 생각해서 몇달 전 동유럽 여행 때 이 곡을 챙겨갔었다. 나름대로의 계획도 있었다. '빈 중앙묘지에 가면 반드시 이 곡을 들어보리라!' 였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반 정도 성공했다. 이유는 예전에 썼지만 잘 듣고 있는 중에 mp3가 너무 추운 날씨를 견디지 못해 급 방전ㅡㅅㅡ 그래도 그때 잠깐 들었다고, 이 곡을 들으면 내 눈 앞에 모차르트의 묘지가 아른거리며, 그때 들었던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모차르트가 실제로 묻혔던 곳이 어디인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현재는 빈 중앙묘지의 32A구역(통칭 음악가들의 묘지라고 불리는 곳)에 묘비가 있다. 그리고 그 전에는 성 막스 공원에 그의 묘비가 세워져 있었지만, 사실 이 곳은 모차르트가 '묻혀 있으리라 생각되는' 곳이다. 그가 죽은 뒤 장례행렬을 마지막까지 따라간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모차르트가 실제로 저 곳에 묻혀있었는지, 아니면 다른 곳에 묻혀 있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 정설인 듯하다(위키피디아에서는 New Groove라는 자료를 인용해서 다른 식으로 서술하고 있지만, 일단 이건 논외로 두고.)

어떻게 죽었든, 나는 모차르트가 외로웠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어린 나이에 음악 하나로 부와 명성을 얻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평범한 것들을 잃어버리진 않았을까. 예전에 TV에서 천재 초등학생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는데, 친구들과 노는 대신 수학과 과학 공부를 하면서 아주 어린 나이에 대학에 들어가 공부하는 그 아이를 보니 오히려 불쌍해보였다. 남들보다 뛰어난 무언가를 가진 것은 맞지만, 그만큼 '아이다움'이 사라져버린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 나이의 아이들이라면 수학과 과학에 매달리기보다 보통 친구들과 노는 걸 더 좋아할텐데. 어릴 때의 모차르트도 그렇지 않았을까.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아니 진짜 좋아했는지 알 수는 없겠지만) 재능을 인정받는 대신 너무 많은 일상을 잃어버려 답답해하진 않았을까.

그래서 나는, 그가 잿빛 사나이에게 의뢰받은 이 곡이 어쩌면 그 자신을 위한 곡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했다. '진혼'이라는 의미가 맞다면, 그 자신의 힘들고 고단했던 영혼을 위로하는 곡을 자신이 아니라 자신의 제자들에게 맡기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지칠대로 지쳐버려서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었을지도' 모른다고.

이런 생각을 했기 때문일까, 이 곡을 들으면서 모차르트의 묘비를 보는데 뭔가 울컥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기분은, 이 곡을 들을 때마다 묘비의 모습과 함께 내 기억 속에서 되살아난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이 곡을 들으며 생각한다.

"Requiem aeterman dona eis, Domine, et lux perpetia luceat eis."
(영원한 안식을 저들에게 주소서, 주여, 영원한 빛을 저들에게 비추소서.)


(라틴어 가사 출처 : 전남중등음악사랑연구회)

Sunday 20 May 2012

[음악잡담] Rossini - La Gazza Ladra(Overture)

오랜만에 쓰는 음악잡담이다. 그동안 여행기에 올인하다 보니 계획했던 글들은 다 미뤄뒀고, 그 여행기마저도 마무리하지 못해 블로그를 반 놓고 있다가 이번 <어벤저스>를 계기로 다시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정말 오랜만에 '음악잡담'이란 말머리를 다시 달아본다. 앞으로 몇 주간 [음악잡담]이라는 말머리를 달고 올리는 이야기들은 올해 초 동유럽 여행길에 함께 했던 곡들을 주제로 꾸며볼까 한다.

ⓒ Claudio Abbado(conductor) /
Chamber Orchestra of Europe
이미지 출처 : 클릭
오늘은 그 첫번째로 요즘에도 심심하면 듣곤 하는 곡, 로시니의 <도둑까치 서곡(La Gazza Ladra(Overture))>이다. 이 곡은 사실 동유럽 여행을 준비하면서 들었던 곡이 아니라, 영국드라마 <셜록> 2시즌 첫 화에 나온 곡이었다. 그리고 원래는 이 곡을 들을 생각도 아니었다. 사실 그 주에 들으려고 했던 곡은 차이코프스키의 <비창> 교향곡이었는데, 귀에 너무 안들어와서 갈등하다 이 곡이 눈에 띄어 바로 듣기 시작했고, 요즘도 일주일에 두세 번은 꼭 듣곤 한다.

그렇다면 지겨워질 법한데도 왜 이 곡을 계속 듣냐고. 뭐랄까, 이 곡만 들으면 유럽의 거리를 마차로 달리는 기분이 들 때도 있고, 동유럽 여행 중에 직접 걸었던 거리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느낌도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곡이 밝은 분위기라 이 곡을 들으면서 걸으면 발걸음도 가벼워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게, 뭔가 기분 꿀꿀할 때 딱 들으면 기분이 급 좋아지는 효과가 있다. ㅋㅋㅋ

물론 4/4박자에서 3/4박자로 바뀌는 부분 이후에는 위와 같은 느낌이 확 줄어들어 처음엔 적응이 안되었지만, 그 뒷부분은 마치 작은 마을에서 펼쳐지는 무도회를 곡으로 옮겨놓은 기분이랄까? <오만과 편견(2005)>에 보면 마을의 무도회 장면이 나오는데, 격식을 차리지 않으면서 자유분방한 느낌을 주는 장면이다. 그 장면이, 이 곡의 뒷부분을 들으며 생각났다. 속박되지 않은 그런거? ㅎ

사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곳은 집이 아니다. 내가 근무하는 지역의 동 체육대회가 있어서 주일을 반납하고 아침부터 근처 초등학교에 나와서 개기고(!) 있다 ㅋㅋ 그리고 오늘 집에 돌아가는 길에, 난 버스 안에서 또 이 곡을 들을 생각이다. 하루의 묵은 피로를 푸는 방법, 좋은 음악과 함께 마무리하니 참 좋지 아니한가 ㅎ

그나저나 서곡에만 너무 몰입하다 보면 교향곡이나 소나타 등 긴 곡으로 못넘어갈까 걱정이 되지만, 뭐 평생 들을건데 어때 ㅋ 서서히 폭을 넓히다 보면 언젠가는 자연스레 넘어가지 않겠나 ㅋ 천천히 한번 즐겨보자고 ㅋ

* 이 글을 쓰고 얼마 뒤, 체육대회를 마치고 버스를 타고 오면서 이 곡을 또 들었다. 앞에 펼쳐진 가로수들이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데, 상쾌한 숲길을 걷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 비록 버스 의자에 지친 몸을 기대고 퇴근하는 순간이었지만, 마음만은 차에서 내려 아늑한 숲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Saturday 19 May 2012

[영화잡담] 어벤저스(The Avengers, 2012)

ⓒ Marble Studios
다량의 스포를 포함하는 이 글을 드디어 쓴다. 그 말인 즉슨,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어벤저스>를 보고 왔다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전작 5편을 1주일 동안 주말 반납하고 잠까지 줄여가면서 봤을 정도로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매우 컸다.

하지만 그만큼 걱정도 되었으니,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의 전작들을 대강 알고 있기 때문이다.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버피 더 뱀파이어 슬레이어>는 외전까지 하나 나왔으니 그래도 성공했다 치자. <파이어플라이>는 매니아들에겐 정말 호평을 받았지만 결국 1시즌으로 급 마무리되었고 <돌하우스>는 2시즌만에 급 마무리. <닥터 호러블의 싱어롱 블로그>는 저예산이라 어쩔 수 없다 쳐도 B급 분위기 쩔고. 그래 물론 잘된 작품들도 있겠지만, 감독이자, 대본 쓰는 작가이자, <파이어플라이>의 주제가를 만드는 등 다재다능하지만, 하필 내가 봤던 작품들은 뭐랄까, '어떻게 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는데 <어벤저스>가 대박났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였다;

(잠깐 옆길로 새서 <파이어플라이> 매니아들에 대해 한마디 하자면, 1시즌 DVD를 대박나게 해서 <파이어플라이>의 뒷이야기를 영화 <세레니티>로 나오게 만들었으며, 최근에는 자기들끼리 이 뒷 이야기를 독립영화로 만들어서 그 수익금으로 당시 <파이어플라이>에 출연한 몇 배우들이 후원하는 기관에 후원금을 전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다. 무시무시하다 이 사람들 ㄷㄷㄷ)

그리고 오늘 드디어 보고 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레니티>가 보였고, 조스 위든 감독을 내가 그동안 참 못믿었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소소하게 재미있었고, 앞으로도 마블 스튜디오에서 나오는 작품들은 어지간하면 달릴 생각이 들게 만드는 영화였다.

대강의 내용은 이렇다. <토르>의 엔딩 크레딧 이후 장면에서 테서랙트 큐브의 에너지를 본 로키가 아예 그 에너지를 이용해서 아스가르드에서 넘어와 호크아이 요원과 셀빅 박사를 조종하며 큐브를 훔쳐간다. 그리고 그 에너지의 여파로 쉴드 본부는 초토화되고, 닉 퓨리 국장은 비상사태를 선언하며 각지에서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 슈퍼히어로들을 불러모은다. 여기에 로키의 행동을 저지하러 온 토르까지 합세하여 팀을 만들어서 로키와 로키가 불러모은 치타우리 종족과 싸우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팀이 잘 꾸려질 리 없으니, 돌아보면 팀을 꾸리는 데 영화의 반 이상이 흘러간 것 같다 ㅡㅡ; ㅋㅋㅋ

개인적으로 <아이언 맨>의 토니 스타크 캐릭터를 가장 좋아했기 때문에, 그의 괴짜 성격이 잘 안드러나는 초반에는 크게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 중.후반에 확 재미있어졌는데, 의외로 내가 가장 안좋아했던 헐크 때문이었다. <인크레더블 헐크>의 헐크는 늘 고뇌하는 약한 브루스 배너의 이미지가 너무 강했는데, 여기서는 뭔가 웃기다. 진짜, 대박 웃기다 ㅋㅋㅋㅋㅋ 잘 패고 나서 옆에 토르 있으니까 갑자기 토르를 치고 ㅋㅋㅋㅋㅋ 로키가 자기는 신이라고 하니까 실컷 팬 뒤에 신이 약골이라 그러고 ㅋㅋㅋㅋㅋ 아 진짜 <인크레더블 헐크>의 헐크가 이런 이미지였다면 정말 재미있게 봤겠지만, 아마도 브루스 배너가 자신의 능력을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한 이후라서 이런 게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렇다고 깨알같은 개그가 헐크한테만 있다고 하면 오산이니, 우리의 토니도 개그 하나 제대로 하지 않는가 ㅋ 일단 페퍼한테 스타크 타워 퍼센트 드립 ㅋㅋㅋㅋㅋ 로키가 창으로 자기 공격하는데 안먹히니까 중년 남자 발기부전드립 ㅋㅋㅋㅋㅋ 포탈 통해서 우주로 나갔다가 거의 죽어서 숨도 못쉬고 있는데 헐크가 소리 한번 지르니까 깜놀하면서 깨고 ㅋㅋㅋㅋㅋ 아 진짜 토니 스타크 레알 사랑한다 ㅋㅋㅋㅋ

그럼 나머지 캐릭터들은 개그 없냐고. 그게, 분명 뭔가 하나쯤은 있을 것 같은데 생각나는 게 없다.......아 맞다 나머지 캐릭은 개그캐릭이라 보기 힘들지;;;

아무튼 소소한 재미도 있었지만 아쉬웠던 점! 일단 <인크레더블 헐크>에서 연기한 에드워드 노튼이 아니라 마크 버팔로가 헐크를 연기하면서 통일성이 살짝 떨어진 것. 심지어 원래 배너는 과학자인데 여기선 처음에 의사냐면서 그랬던 것;;; 그리고 콜슨 요원 왜 보냈니 으헝헝 ㅠㅠㅠㅠㅠㅠ <세레니티>에서도 두 명 골로 보내더니 아니 왜 말짱한 콜슨 요원을 골로 보내냐고요 위든님하 ㅠㅠㅠㅠㅠㅠ 내가 콜슨 요원 얼마나 좋아했는데! 심지어 첼리스트(자막에 첼로리스트라고 해놓은 번역가님 앞에 사전을 들이밀고 싶었다)랑 요즘 연애중이신데!!! 결혼은 하고 보내야 할 것 아니냐고!! ㅠㅠㅠㅠㅠㅠ 콜슨 은근히 귀여운 구석도 있고 괜찮았다고 ㅠㅠㅠㅠㅠㅠ

자 일단 눈물닦고. 이 영화를 보면서 <세레니티>가 보였던 이유는, 그 영화 역시 소소한 재미가 있으면서도 아주 가볍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초반에는 크게 흥미를 못느끼다가 나중에 확 달리는 것도 그렇고, 위에서 말했던 대로 생각지도 못한 사람을 골로 보내는 것도 그렇고... 나의 콜슨님 어흑 ㅠㅠ

여튼 이후에 또 다른 종족들이 나와서 지구를 한번 더 쑥대밭으로 만들 것 같은데, 이번에 코 제대로 꿰인 덕분에(!) 앞으로의 마블 스튜디오 작품들도 열심히 달릴 것 같다. ㅋ 다행히 <인크레더블 헐크> 속편 소식은 아직 없으니 더욱 잘 달릴 수 있을듯 ㅡㅡ; ㅋㅋㅋ 어느 것부터 먼저 나올진 모르겠지만, 기다리다 보면 분명 나오겠지? ㅎ

감독 하나 콕 찍은 덕분에 재미있는 영화들(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을 확 달렸던 한주였다. 행복했다. 제발 다음번에 드라마 또 찍으면 그때는 버피 때처럼 승승장구하길. 다음에 진짜 조스 위든 감독의 남은 작품들도 한번 달려봐야겠다! ㅋ

[영화잡담] 퍼스트 어벤저(Captain America : The First Avenger, 2011)

ⓒ Marble Studio
드디어 마지막이다. <어벤저스> 전작 중 가장 최근에 개봉한 바로 이 영화, <퍼스트 어벤저(Captain America : The First Avenger)>를 마지막으로 어벤저스 프로젝트 이전의 모든 영화를 다 달렸다. 사실 어제 <퍼스트 어벤저>를 보다가 잠들어버려서 오늘 아침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헉뜨!' 하면서 영화부터 달리기 시작했는데, 이런 내 모습이 너무 낯설었다. 누누이 말했지만 나는 영웅물이라곤 거의 손도 대지 않았던 사람이기에, <어벤저스>라는 영화 하나를 위해서 5편의 영웅물을 달린 내 자신이 마치 다른 사람 같다는 생각도 가끔 들었다. ㅡㅡ;

아무튼 <어벤저스>의 전작 중 마지막이지만 사실 이야기의 배경 상으로는 <토르> 다음으로 이 영화가 놓여져야 할 것 같다. <토르>야 뭐, 아주 오래전 빙하기가 찾아왔을 때의 아스가르드 vs. 요툰하임의 이야기부터 시작하니까 그렇다 치고, <퍼스트 어벤저>는 아돌프 히틀러가 활개치고 다닐 때의 이야기이며, 나머지 세 편은 세계대전 이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퍼스트 어벤저>의 이야기는 군 입대를 너무나도 원하지만 몸이 약해 늘 떨어지기만 하는 스티븐 로저스가 슈퍼솔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시작된다. 그의 근성을 높이 산 엘스카인 박사에 의해 슈퍼솔저 프로젝트의 적임자로 뽑힌 그는 실험을 통해 왜소한 체격의 소유자에서 아주 건장한 몸과 뛰어난 신체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변한다. 하지만 한 사람의 슈퍼솔저가 아닌 군을 원했던 미군 수뇌부는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오히려 그는 자신의 바람과 상관없이 미국 군대의 나팔수 노릇만 하게 된다. 그러다 답답해 하던 그를 옆에서 지켜본 카터 요원의 말에 자극을 받아 혼자서 적진에 뛰어들어 포로들을 구해온 뒤 제대로 영웅대접을 받게 되고, 특별히 마지막까지 조국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면서 적의 미사일이 뉴욕을 덮치는 걸 막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이 영화는 내 눈엔 적어도 '미국 중심주의'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언 맨> 시리즈에서 느꼈던 불편함은 느끼지 않았다. 독일을 적으로 둔 것은 당시 배경이 세계대전이라 그럴 수밖에 없었으며, 독일 자체를 건드린 게 아니라 '히드라'라는 과학부대를 따로 두었다는 점과 이 '히드라'가 히틀러에 반기를 들고 전 세계를 지배하려고 했다는 점을 봤을 때 크게 거슬릴 부분이 없었다 싶다.

대신 나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배우 한 사람에 꽂혀 있었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바로 그 배우, 휴고 위빙(Hugo Weaving)이 여기 나왔다니! 안그래도 무슨 레드 스컬인가 뭐시긴가를 imdb에서 봤던 것 같은데 그게 이 영화일 줄은 몰랐다. 특히 이 배우가 호주 출신인데 이 영화에서는 진짜 비영어권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대사를 치는 것이었다. 우왕 진짜 깜놀했다 ㄷㄷㄷ

그리고 이 영화에서 또 반가웠던 캐릭터, 하워드 스타크! 근데 난 왜 이 이름을 듣는 순간 걍 웃었을까나 ㅋㅋㅋ 아들만 괴짜가 아니라 아버지도 괴짜였어 ㅋㅋㅋ 비행기 안에서 카터 요원한테 퐁듀 먹자고 그러는 거 보니까 혹시 아버지도 바람둥이인가 막 이러고 ㅋㅋㅋ 그러면서 이 어벤저스 프로젝트가 진짜 치밀하게 진행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ㄷㄷㄷ

사실 이 영화는 크게 확 와닿는 게 없다 ㅡㅡ; 그냥 어벤저스 멤버 중 첫번째인 캡틴 아메리카의 탄생 그 이상의 의미는 없어 보인다. 아, 캡틴 아메리카가 방패 들고 다닐 때 왜 꼭 저 무거운 걸 들고 다녀야 할까 싶은 생각은 들었다. 방어력은 있으되 기동성이 떨어진다 뭐 그런거? ㅡㅡ;

아무튼, 이제 전작들을 다 달리고 늦게나마 <어벤저스>를 보러 간다. 다른 건 모르겠고, 토니 스타크의 괴짜 캐릭터만 안 없어졌으면 좋겠다. 아참, 티저에도 나오는 것 같던데, 로키가 무슨 일을 꾸미는 건지 이젠 나오겠지?

조스 위든 감독 덕분에 전혀 손도 안대던 장르를 5편씩이나 연속으로 달렸다. 그리고 이제, 이게 잘한 짓인지 아닌지를 <어벤저스>를 보면서 생각해보고 싶다.ㅋ 자, 이제 글은 그만 쓰고, 영화보러 고고씽! ㅋ

* <어벤저스>를 보기 위해 영화관에 앉아있는데, 순간 어벤저스 프로젝트의 전작들이 가지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과 닮은 적과 싸운다는 것. 아이언 맨은 수트를 입은 오베디아, 그리고 이반이 만든 인간형 로봇과 싸웠으며, 헐크는 자신과 똑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더 기괴하게 변한 어보미네이션과, 토르는 아스가르드에서 내려온 디스트로이어와, 마지막으로 캡틴 아메리카는 자신보다 먼저 엘스카인의 실험대상이 된 레드 스컬과 싸웠다.

* 여기 나오는 배우들 중 눈에 띄는 몇 명. 일단 위에서 얘기한 휴고 위빙은 <반지의 전쟁>에서의 모습과 <브이 포 벤데타>에서의 모습, 그리고 이 영화에서의 모습이 다 다르다. 두번째로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퍼시 요원이었던 토비 존스(Toby Jones)가 이 영화에서 알님 졸라 박사 역을 맡았다. 마지막으로 카터 요원을 연기했던 영국의 여배우 헤일리 아트웰(Hayley Atwell)은 미국, 캐나다, 독일 3국 합작 드라마인 <대지의 기둥>에서 알리아나 역을 맡았었는데, 이 때의 이미지와 이 영화에서의 이미지가 완전 달라서 솔직히 처음엔 못알아봤다.

Friday 18 May 2012

[영화잡담] 토르 : 천둥의 신(Thor, 2011)

초등학교 때 <소피의 세계>라는 철학책을 본 적이 있다. 그 때 정확한 앞뒤 문맥은 기억나지 않지만, 북유럽 신화를 이야기하면서 쇠망치를 든 토르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사실 <어벤저스>의 전작들을 보며 왜 토르가 여기 들어가는지 의문스럽기도 했다. 다른 주인공들(아이언 맨, 블랙 위도우, 헐크, 캡틴 아메리카)와 다르게 토르는 과학의 힘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그 속성상 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의문은 영화를 다 본 지금까지도 사라지지 않았다. 이것이 <어벤저스>가 기대되는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아무튼 이 영화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아스가르드의 망나니 토르의 개과천선 일대기'라고 할 수 있을듯. 전사의 피가 끓다 못해 넘치기까지 하는 토르가 괜히 객기부려 프로스트 자이언츠를 만나러 갔다가 아버지 오딘한테 딱 걸려서 아스가르드에서 인간세계로 추방되고, 거기서 제인을 만나 막 가다가 서서히 개과천선 뭐 이런 이야기. 그리고 다시 아스가르드로 돌아가서 좋은 왕이 된다 뭐 이런 결론까지.

사실 내가 본 아주 소수의 영웅물 중 감탄하도록 치밀한 이야기구조를 가진 것은 없었다. <아이언 맨>이 그나마 괜찮았지만, 사실 이 장르는 스토리보다는 액션으로 먹고 들어간다는 생각이 영화 볼 때마다 드는 건 사실이다. <토르> 역시 마찬가지로 이야기 구조보다는 보여지는 화면에 더욱 포커스를 맞춘 듯하다.

여기다 내가 지금까지 본 어벤저스 프로젝트 영화들의 특징처럼 나타나는(<인크레더블 헐크>는 예외로 하고) 깨알같은 개그 역시 빠질 수 없었다. 예를 들면, 토르가 병원에서 나가려고 난리치다 주사 한대에 기절하는 장면이라던가 ㅋㅋㅋ 제인은 심심하면 토르를 차로 친다면서 ㅋㅋㅋ 콜슨이 토르 붙잡아놓고 막 이야기하다 잠깐 나갔다 온 사이 로키가 왔다가서 잘가라고 하는데 콜슨이 '방금 왔는데 잘가라니' 이 드립 ㅋㅋㅋㅋㅋ 아 정말 토르마저 이러나요 그런가요 ㅋㅋㅋ

자 다시 숨을 고르고. 후아. 여튼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토르도 토르지만 로키가 정말 불쌍해보였다. 아버지의 인정을 받고 싶어서 벌인 무모한 짓, 거기다 자신이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까지 알고 어찌나 충격받았을지. 하지만 마지막에는 로키가 좀 많이 미웠고 엔딩 크레딧 이후에는 진짜 딱 한마디, '헐' 이라고만 할 수 있었을 뿐이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이 영화에 나오는 토르-로키, 그리고 더 크게 보면 요툰하임-아스가르드의 대결구조가 단순히 선악의 대결로 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건 사실 <인크레더블 헐크>에도 나타나는 부분인데, 브루스 배너가 과하게 흥분하면 헐크로 변해서 주위의 기물을 부순다는 것만으로 악으로 보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선한 걸로 보기도 그렇단 말이다. 그냥 이 영화는 선악 대립 없는, 내가 생각했던 영웅물(특별히 전대물)과는 꽤나 다름 양상이었다.

<토르> 역시 마찬가지다. 오딘은 과연 선한 이미지인가? 인간의 입장에서 봤을 때야 빙하기를 끝나게 해준 고마운 왕이겠지만, 요툰하임과 아스가르드의 대결상에서 본다면? 오딘은 요툰하임을 박살내놓고 가버린(물론 휴전이라고 하지만) 존재이지 않을까? 물론 로키라는 캐릭터가 악한 이미지로 그려지긴 하지만, 뭐랄까. 완벽한 선도 악도 없다는 그런 느낌을 이 영화를 보며 받았던 것 같다.

이제 <어벤저스> 전작 중 가장 최근에 개봉한 <퍼스트 어벤저>가 남았다. 이걸 보고 난 뒤 드디어 <어벤저스>를 보러 간다 ㅋㅋ 그동안 스포 피하느라고 개고생했는데 이번주까지만 견디면 된다. 아 기분좋아라. ㅋ 그나저나 조스 위든(조스 웨던이라고들 하던데, 나는 처음부터 위든이라고 불러서 그게 더 익숙하다;) 감독 덕분에 재미있는 영화를 많이 달릴 수 있었다 ㅋ 담에는 조스 위든 감독의 작품들만 또 골라서 한번 봐야겠다 ㅋ

* 이 영화를 보면서 진짜 적응 안됐던 부분. 분명 내가 아는 오딘은 물의 정령인가? 뭐 그랬었는데 갑자기 대박 건장한 아저씨가 나와서 아스가르드 왕 어쩌고 하니까 적응 안됨 ㅋㅋㅋ 나의 상상을 다 짓밟아버렸어 ㅋㅋㅋ 으악 ㅋㅋㅋㅋㅋ ㅡㅡ;

Wednesday 16 May 2012

[영화잡담] 아이언 맨 2(Iron Man 2, 2010)

ⓒ Marble Studio
토니 스타크. 이 거침없는 괴짜의 캐릭터에 도대체 뭐가 있는 걸까. 어떤 매력이 있길래 영웅물 안좋아하는 내가 이 영화를 보길 기다리고 있던 걸까. <인크레더블 헐크>에서 실망했던 걸 혹시 보상받으려는 그런 심리가 내 안에 있는 걸까. 여튼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지만, 그래도 실망하지 않고 볼 수 있었던 건 이 영화가 <아이언 맨>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토니가 자신이 아이언맨이라고 대놓고 밝힌 이후로부터 시작된다. 전편에서 이어지는 내용이기 때문에, 토니의 괴짜 성질도 여전하고 그 뒤치다꺼리 역시 여전히 페퍼와 로드 몫이라는 큰 틀도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팔라듐 중독으로 서서히 죽어가는 자신을 걱정하는 토니의 모습, 그리고 새로운 어벤저인 블랙 위도우의 등장 등 전편에선 보지 못한 이야기들도 나온다. 그리고 전편에서 엔딩 크레딧이 끝난 이후의 짧은 장면을 보지 않았다면 쉴드의 국장이 나와서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약간 물음표를 던졌을지도 모른다. 물론 난 사전에 정보를 입수해서(!) 어벤저스 전작들은 엔딩크레딧 마지막까지 다 훑어보고 있다. ㄲㄲㄲ

아무튼, 여전히 토니의 적이 '러시아' 사람이라는 것도 불편하고, 토니가 청문회에서 '나 때문에 국제 질서가 흔들리지 않고 세계 평화가 유지된다'라고 말한 부분도 또 여전히 미국을 토니에 빗댄 것 같아 불편하다. 하긴 전편과 갑자기 달라진 설정이라면 그게 무슨 속편이겠는가. 거기다 덧붙여서, 토니 아버지 하워드가 사실은 토니를 매우 아끼고 영상편지에서도 막 그런 말한 거 솔직히 좀 뻔했다 ㅡㅡ; 물론 그 엑스포 모형에 담긴 뜻은 몰랐지만;; (근데 그거 벅키볼같이 생겼던데. 흐음. ㅋㅋ)

그래도 속편답게 나를 웃겨주었던 그 깨알같은 개그들 역시 사라지지 않았다. 더미가 녹즙 만드는데 애먹으니까 와인선반 만들겠다고 하고 ㅋㅋㅋ 나탈리가 해피랑 권투하다가 해피 반쯤 기절시킨 뒤에 서류 다 끝내고 가겠다 하니까 토니는 아니라고 하고 페퍼는 가라고 하고 ㅋㅋㅋ 페퍼 잔소리에 갑자기 CEO 막 던져주는 수습쟁이 토니라던가 ㅋㅋㅋ 나탈리가 해피 차에서 옷갈아입는데 해피가 그거 본다고 한눈 파는 거라던가 ㅋㅋㅋ 페퍼랑 토니 신혼여행드립에 옥상에서 로드가 분위기 때는 거라던가 ㅋㅋㅋ 하지만 최고는 마지막 ㅋㅋㅋㅋㅋㅋ 아이언맨은 괜찮은데 토니 스타크는 별로래 ㅋㅋㅋㅋㅋㅋ 으악 ㅋㅋㅋㅋㅋㅋ 너네 로드 데려갈거냐 ㅋㅋㅋㅋㅋ(응?)

아무튼! 토니가 파티에서 진짜 수습 안되도록 술에 쩌는 모습이나 늘 독성 체크를 하는 모습, 그리고 페퍼한테 자기 상태 얘기해야 하는데 타이밍 못잡은 부분 등등 좀 안타까운 면도 있었다. 뭐랄까 이럴 땐 토니가 진짜 기계덕후(!!)가 아닌 사람이라는 느낌도 들었고. 토니의 여러 면을 볼 수 있어서 좀 새롭다? 뭐 이정도.

그나저나 콜슨 요원의 다음 행보를 보아하니 다음번에 달려야 할 영화는 <토르 : 천둥의 신>이구만. 이번 영화는 과연 어떨지. 기대도 되고 살짝 걱정도 된다. 그래도 이왕 이어지는거, 달려보는 것도 좋지 아니한가! ㅋ 이제 두편 남았다! ㅋ 그전에 제발 영화 내려가지 말아라! ㅠㅠ

* 전작 <인크레더블 헐크>에서 토니는 로스 장군에게 팀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번 편에서는 쉴드 국장이 토니가 자신의 팀에 들어오지 않겠다고 말했었다는데, 이거 설정이 좀 어긋난듯? 혹은 그 사이에 설명이 좀 모자랐다거나;

* 이 영화는 <아이언 맨>의 속편 이상으로 어벤저스 프로젝트에 필요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바로 블랙 위도우가 나오기 때문. 블랙 위도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는 없지만 이 영화에서 블랙 위도우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제목만 보고 아이언맨이라 또 안봐도 되겠다 생각한다면 그거야말로 오산이 아닐까 싶다.

* 그나저나 토니,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는 또 어디서 구했다냐 ㅋㅋㅋㅋㅋ 그리고 로드, 당최 수트 작동법은 언제 익힌겨 ㅋㅋㅋㅋㅋ

Sunday 13 May 2012

[영화잡담] 인크레더블 헐크(Incredible Hulk, 2008)

ⓒ Marble Studio
헐크.

어렸을 적에 만화인지 영화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TV에서였나 잘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한번 봐서 이미 익숙해진 그 이름. 그래서일까, 사실 이 영화가 어떤 느낌일진 대강 예상하고 있었다. 헐크가 변하는 과정을 보여줄 것이고,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변한 자신의 모습을 괴로워하는 장면도 있을 것이고. 어쨌거나 수퍼히어로 시리즈인 어벤저스 프로젝트의 일부이니 영웅 헐크를 띄워주는 내용도 있을 것이고.

여튼 결론부터 말하자면, 별로였다.

<아이언 맨>을 본 뒤 이 영화를 봤기 때문에, 같은 마블 스튜디오의 작품이라면 어느 정도 스토리도 괜찮고 뭔가 남는 게 있을 거라 생각했다. 같은 이야기라도 잘 풀어나가면 괜찮은 영화가 될 거란 기대도 했었다. (어벤저스 프로젝트에 포함된 영화는 아니지만, 2005년작 <오만과 편견>도 어떻게 보면 신데렐라 컴플렉스 + 가난한 여주인공이 부자 남자주인공을 만나는 아주 단순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 사이에 둘의 감정선이라던가 여러 주변 이야기들을 잘 끼워넣어 멋진 작품을 만들어냈다고 본다.)

그러나 이 영화는 기존의 틀에 박힌 형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똑같은 두 헐크가 선과 악으로 대립하는 모습은 전작 <아이언 맨>에서 토니와 오베디아가 각자의 수트를 입고 대결하는 모습에서 캐릭터만 바뀐 것이었고, 헐크로 변한 주인공의 모습까지도 사랑하는 여주인공은 너무 뻔한 소재였다. 여기에 승리에 대한 욕심으로 수퍼솔저 프로젝트를 진행시킨 로스 장군이나 더 나은 전투력을 위해 자신의 몸에 무리한 실험을 가한 블론스키의 캐릭터도 그렇게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인다.

또한 영화 내부에서 동일한 이야기가 반복되면서 영화가 늘어지는 느낌도 든다. 실험 후 미국에서 도망친 브루스 배너가 숨어 산다 - Mr. 블루와 연락한다 - 숨어 살다 미군에게 들킨다 - 쫓기다 헐크로 변한다 - 난폭하게 행동한뒤 다시 원점. 사이사이에 블론스키의 등장이나 베티 로스와의 동행이 나오지만 이 두 이야기가 반복되는 이야기 구조를 환기시킬 만큼 힘이 있어보이진 않았다.

마지막으로 주인공. 영화를 다 보고서도 주인공에 대한 인상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오히려 가장 반가웠던 캐릭터는 마지막에 로스 장군에게 팀을 만들 것을 권유하는 토니 스타크였다. 영웅물이면 보통 선한 역할을 하는 주인공이 부각되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달랐다. 물론 자신의 능력을 없애고 싶어하는, 이른바 '고뇌하는 주인공'을 보여주길 원했다면 그 목적은 충분히 달성한 듯하다. 하지만 그만큼 주인공이 가지는 힘이 빠져버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거기다 마지막엔 자기 힘을 없애기보다 자유자재로 통제하는 그런 주인공이라니 뭔가 앞뒤가 안맞는다는 느낌도 들고. (그렇게 자기 힘을 없애고 싶다고 막 그러면서! 마지막에 급변할 만한 모티브가 잘 안보였다.)

이제 <어벤저스> 전작 중 두 편을 봤다. 그 중 이 영화가 제일 별로일지 아니면 다른 영화가 가장 별로일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 영화에 나오는 헐크가 <어벤저스>에서는 어떻게 그려질 것인지 기대가 되기도 한다. 과연, 자신의 힘을 즐기는 헐크는 어떤 모습일까. 그건 영화를 보면 알 수 있겠지. 제발 내가 극장 가기 전까지 이 영화가 내려가지 않기를! ㅠㅠ

* 이 글을 다 쓰고 나서 구글에서 이 영화에 대한 리뷰들을 조금 찾아서 훑어봤는데, 다들 괜찮다는 반응이 주류였다 ㅡㅡ; 내가 좀 이상한가 ㅡㅡ; 뭐 어때, 세상엔 나같은 사람도 있어야해(응?)

Sunday 6 May 2012

[영화잡담] 아이언 맨(Iron Man, 2008)

ⓒ Marvel Studio
나는 영웅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SF도 마찬가지다. 내 기준에서 이 두 장르의 공통점을 꼽자면, 별 내용없이 눈만 즐겁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가 바로 이런 내 생각을 바꾼 몇 안 되는 작품 중 하나라는 것이다.

이 작품을 보게 된 계기는 지금 극장가에서 상영중인 영화 <어벤저스(Avengers)>이다. 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조스 위든(Jess Whedon) 감독의 작품들이 나름 맘에 들어서 그런가, 이 작품에 대한 기대가 꽤 컸다. 그래서 좋아하지 않는 장르임에도 이 영화는 꼭 보겠다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영화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던 중에 이 영화의 전작들이 있으며, 이 전작들이 마블 스튜디오의 어벤저스 프로젝트의 일부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왕 보는 거, 전작들을 한번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해서 개봉한 순서대로 전작들을 보겠다 마음먹었다. 그 첫번째가 바로 이 글의 제목에 나오는 <아이언 맨(Iron Man)>이다.

줄거리는 매우 단순하다. 군수업체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CEO이자 천재 공학도인 토니 스타크가 어쩌다 적진에 잡혀가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의 회사에서 만든 무기가 쓰이는 걸 본 뒤 충격먹고 개과천선, 이후 누가 이렇게 했는지 찾아내서 혼내준다...라고 적으면 좀 심하려나 ㅡㅡ; 뭐 이 과정에서 아이언 맨이 만들어지고 로드는 토니 뒷수습하느라 진땀빼고 페퍼랑은 비서에서 애인으로 관계 업글되고 등등도 있지만 그건 다 제쳐놓고!

이 영화를 재미있게 봤던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 일단 깨알같은 개그코드가 있었다. 내가 기계를 좋아해서 그런가 몰아도 토니 작업실 기계 중 하나인 더미가 토니한테 소화액 뿌리는 장면이 왜 그리 웃기는지 ㅋㅋ 그리고 하늘에서 떨어질 때 허우적대는 모습이라던가 로드가 토니 뒷수습이 어렵다느니 막 그러면서 기자회견에서 걍 훈련중 사고였다 말하는 부분에서도 혼자 터졌다 ㅋㅋ 수트 2호기 보면거 로드가 "Next time, maybe"라고 할 때도 그랬고 ㅋㅋ 이렇게 적어놓으니 로드가 무슨 개그 캐릭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는거 ㅡㅡ; ㅋㅋ

그리고 주인공! 난 영화 셜록 홈즈 개봉할 때 왜 사람들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이하 로다주)를 그렇게 핥아댔는지(!) 몰랐다. 그 영화는 셜록홈즈 팬인 내가 본 온갖 관련물 중 가장 형편없었고, 그 영화로 로다주를 처음 알게 된 나는 뭐 이런 배우가 인기가 쩌나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니 로다주가 진짜 그만큼 핥을만한 배우로구나 싶다!(그 말인즉슨 셜록 홈즈 영화 감독인 가이 리치가 로다주 홈즈를 제대로 못살려냈다는 말도 된다 ㅡㅡ;) 로다주가 아닌 다른 아이언 맨은 도저히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을 만큼 그는 이 역할에 너무도 잘 어울리는 배우였다! 뭔가 괴짜같은 캐릭터지만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은 딱 그 느낌! (...절대 로다주의 팔근육에 훅 갔다는 말은 못한다. 아무렴 그렇지... 아아 수트 작업할 때 정말 꺄악 했음 ㅠㅠ 근데 잠시만 이 느낌도 셜록 홈즈의 원작 캐릭터와 비슷한데, 걍 가이 리치를 잡자 ㅡㅡ;)

하지만 이 두 가지만으로 내 맘을 채운다는 건 말도 안된다. 당연히 마지막 이유가 있는데, 영화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이다. 군수 산업으로 많은 돈을 번 토니는 어떻게 보면 미국을 한 인간으로 축소시켜놓은 것 같아 보인다. 영화 초반에 아포지 상을 수상하고 나서 만난 크리스틴 기자가 자신의 일을 비판할 때 무기 판 돈으로 좋은 일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맞받아치는 토니의 모습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리고 동굴에서 만난 잉센의 모습과 토니가 무기제작을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의 주위 사람들 반응이 대조되는 느낌이었다. 물론 토니의 주변인들에겐 그게 밥줄이니 어쩔 수 없는 반응이었겠지만.

그러나 이 영화를 보며 불편한 것도 있었다. 바로 미국 중심주의. 수트를 입은 토니가 굴미라에 가서 적들을 쓸어버리는 장면이라던가, 마치 중동인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적으로 규정했다던가, 자신들의 기술이 아닌 미국의 무기를 사용해서 세계 정복을 꿈꾸는 적진이라던가.

뭐 이래저래 두서없이 써봤는데, 결론은 그저 그런 영웅물로 치부하기엔 영화가 꽤 괜찮다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니 다른 영화들, 특히 <어벤저스>가 정말 기대된다. 얼른 나머지 네 작품도 보고 영화괸으로 튀어가야겠다. ㅋㅋ

Saturday 31 March 2012

[여행잡담] 동유럽, 음악 + α - Wien, Republik Österreich(9)

유럽생활 넷째날(2) - 에스페란토 박물관, 지구본 박물관, 음악의 집(Haus der Musik)


* 이 포스트는 웹 버전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모바일로 보시는 분들의 양해 바랍니다.

Saluton! Mi estas Sofia, kaj mi logxas en Koreio. Mi estas 29-jara virino. Mi studas Esperanto en lernu.net. Esperanto estas tre interesa lingvo, mi pensas. Mi estas komencanto de Esperanto, sed mi volas studi gxin dauxre. Dankon amiko! Gxis!

이 글을 보는 사람들 중에서 내가 위에 쓴 저 글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오프라인 인맥 중에는 한 사람도 없을 것이고, 온라인 인맥 중에는 아주 가끔 한명씩 나올까 싶다. 전세계 2백만명이 쓴다고 알려져 있는, 국가도 나이도 인종도 초월한 세계어 에스페란토. 인공어 중에선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용한다는 이 언어를 내가 저렇게 쓰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사실 관심은 있었다. 트친 중에서 에스페란토에 굉장히 관심많은 사람이 있었는데, 그분의 블로그를 보면서 뭔가 신기해보였던 건 있었다. 그렇지만 사실 이걸 쓰는 나라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당장 쓸만한 곳이 없다고 생각해서 그동안 배우진 않았다.

이런 내 생각을 바꿔놓은 곳이 바로 오스트리아 국립도서관 전시실 중 하나인 에스페란토 박물관이었다. 이곳은 U3 헤렝가세 역 근처에 있었는데, 알고보니 내가 며칠 전 노이에부르크에 갔다가 우반 타러 내려갔던 그 골목 바로 옆이었다. 아, 정말 슈테판플라츠 근처는 벗어날 수가 없구나!

하지만 그 전에, State Hall을 보느라 잠시 잊고 있었던 내 배꼽시계를 무시때리기 미안하여 밥을 먹으러 슈테판플라츠 근처를 돌고 돌고 돌아야 했다. 왜냐. 하필 그 때가 온갖 성당의 미사가 다 끝나는 시간이라 내가 State Hall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개미새끼 하나 없어보....이진 않았지만! 아무튼 사람 별로 없던 그곳 일대가 사람들로 가득찼기 때문이다. 그러니 음식점은 안그렇겠는가 ㅡㅡ; 앉을 수 있는 곳을 찾아서 거리를 헤매다가 거의 지쳐서 들어간 한 음식점. 가게 점원들이 대부분 분홍빛 메이드 복장을 하고 있는 곳이었는데, 너무 배가 고파서 일단 양 많아보이는 걸로 시켰다. 그리고 좀 오랫동안 앉아있으니 점원분께서 음식을 가져다 주셨다. 그리고 나는 우아하게 칼로 음식을 썰어서 입에 넣었는데!!

삶은 시금치를 모짜렐라 치즈에 버무린 그 맛을 아십니꽈.

진짜 느끼해서 한 입을 먹자마자 바로 입맛 실종. 내 미각을 돌리도 엉엉. 하지만 이왕 주문하기도 했고, 여기서 포기하면 앞으로의 여정이 굉장히 힘들어질 거란 생각에 진짜 억지로 먹어댔지만, 결국 끝까진 먹지 못했다. 이때의 후유증이 남았는지, 얼마 전 학교 앞에서 바질잎이 박힌 피자를 먹었는데 그때 생각나서 토할 뻔했다 ㅡㅡ;

여튼 그렇게 배를 채우고 들어간 박물관, 갑자기 눈이 즐거워졌고 머릿속에 상투스가 샤아~ 하고 울려퍼졌으니! 내가 들어가 본 모든 건물 중에서 티켓 파시는 분이 제일 훈남이시다! 훈남을 보면 눈이 즐거워지는 것은 여성의 본능일지니. 후훗. 눈의 즐거워짐을 몸소 느끼며 티켓을 사는데, 들어올 때부터 지구본 박물관이 눈에 띄길래 일단 그 곳 표부터 사고 물어봤다. 혹시 에스페란토 박물관이 어디냐고. 그러자 직원분이 내 바로 뒤를 가리킨다. 아, 표시가 작아서 못알아봤다. ㅡㅡ; 그래서 에스페란토 박물관 표도 사고 싶다고 하니까 그분이 이러신다.

"에스페란토 박물관과 지구본 박물관 콤보 티켓이 있습니다. 합해서 6유로고요, 지금 지구본 박물관 하나만 5유로 계산하셨으니까, 1유로만 더 주시면 콤보 티켓으로 바꿔드리겠습니다."

그리하여 나님, 앞뒤 따질 것도 없이 콤보 티켓을 받고 에스페란토 박물관으로 향했더랬다. 아, 마지막에 Thank you.라고 말하자 Welcome.이라고 답하던 그 직원분의 훈남미소,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린다. 내 남친에게 이런 미소를 기대.........하지 말자 이놈아. ㅡㅡ; 내 남친은 더 훈남이니까(라고 쓰고 뒷수습 쩐다고 읽는다)

아무튼 그렇게 들어간 에스페란토 박물관. 그곳은 아주 작은 공간이었지만, 에스페란토를 만든 자멘호프의 사진부터 에스페란토 대회 사진과 에스페란토 관련 물품들, 에스페란토로 쓰여진 글과 노래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또한 에스페란토 학습 프로그램인 kurso를 직접 체험해볼 수도 있었다. 또한 이곳에선 다른 인공어들도 체험해볼 수 있었는데, 클링온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세상에, 햄릿의 그 유명한 'To be or not to be' 이걸 클링온으로 들으니 갑자기 무슨 42세기 뭐 그런 곳으로 날아간 느낌이야! ㅋㅋㅋ

여튼 그 작은 공간을 둘러본 뒤 위층의 지구본 박물관으로 올라갔다. 지구본으로 박물관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상상이 되지 않았지만, 들어가 보니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지구본의 크기가 이렇게 다양할 줄이야! 심지어 새끼손가락보다 지름이 더 작은 지구본도 있었다. 그리고 앞의 State Hall에서 보았던 Vincenzo Corinelli를 이 곳에서 더 만날 수 있었고, 예전에 과학 시간에 천체의 움직임을 공부할 때 쓰던 기계도 볼 수 있었다. 또한 이전의 지도를 디지털화해서 현재의 지도와 비교해볼 수 있는 장치도 있었는데, 동양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런지 같은 지도 내에서 서양과 동양의 정확도가 많이 차이나 보였다.

하지만 내가 이 박물관에서 제일 기억에 남았던 건, 지구본에 비추는 조명 아래에서 키스를 하고 있던 커플이었다. 이봐, 여기 박물관이라고! ㅠㅠ 사실 부럽다고! 으헝헝 ㅠㅠ

여튼 녹초가 되다시피 한 이 내몸을 어이할거나. 지구본 박물관에선 진짜 의자만 보이면 앉아서 쉬었다 ㅡㅡ; 그때 박물관에 오셨던 분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저의 정신줄 놓은 모습으로 안구 테러를 당하신 것에 심심한 위로따윈 없다. ㅡㅡㅋㅋㅋ 뭐 나는 지구본도 지구본이지만, 이 건물엔 쉬러 들어온 거나 다름없었으니, 빈을 떠나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곳으로 넘어가기 전에 사진이 빠지면 섭하다! 여기까지의 여정을 한번 되짚어보며, 늘 그랬듯이 섬네일을 클릭하시라!

자 이제 음악을 큰 틀로 잡은 이 여행에서 가보고 싶었던 또 한 곳을 찾아 캐른트너 거리를 뒤지기 시작했다. 낮에 오페라 하우스 앞에서 그 곳 표지판을 본 적이 있어서 다시 오페라하우스 앞까지 일단 가보자 싶어 또 열심히 걸어갔다. 하지만 그곳엔 낮에 본 표지판은 없었다 ㅠㅠ 그래서 그동안 아끼고 아꼈던 넥원이의 구글맵을 열어 근처를 뒤지기 시작했는데, 분명 그 가까이에 있었지만 내 눈엔 잘 보이지 않았다. 결국 두 번이나 길을 물어서야 찾아갈 수 있었는데, 알고 보니 나는 정말 그 근처에서 뺑뺑이를 돌면서 헤매고 있었다. 이제야 말하지만 그때 내게 길을 가르쳐 준 두번째 분(사실 첫번째 분은 길을 모르셨음 ㅡㅡ;)은 근처 한 가게 앞에서 완전 카리스마 쩌는 모습으로 줄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처음엔 무서워서 다른 분께 물어보려다 그 골목에 개미새끼 한마리 안보이길래 걍 물어봤더랬다. ㅡㅡ; 레알 무서웠심ㅡㅡ;

빈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할 이 곳은 음악의 집(Haus der Musik, 하우스 데어 무지크)이다. 이전에 보았던 예술사박물관의 고음악 전시실이 말 그대로 박물관 전시실이라면, 이곳은 음악 체험관에 가까운 곳이다. 음악을 그저 듣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리 파형을 볼 수도 있고, 단순히 악보만 보고 지나치는 게 아니라 직접 그 곡을 들어볼 수도 있고, 그저 음악만이 아니라 소리 그 자체에 호기심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져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혼자서 둘러볼 만한 곳은 아니었고, 오히려 가족들이 함께 와서 음악을 '가지고 노는' 곳이라 생각하면 딱 맞을 것 같았다. 내가 갔을 때도 혼자서 둘러보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고 다들 가족 단위로 재미있게 놀고(!) 있었다. 어떤 곳인지는 섬네일 클릭 ㅋ

5층까지 죽어라 걸어올라갔다가 맨 위층의 음반가게를 지나 쭉 내려오니 어느새 밤이다. 잠시 길치모드가 발동되어 일단 큰길로 나가자 생각하고 사람 많은 곳을 찾아 가니 어느새 슈테판 성당 근처 ㅋ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걷는데, 내 발걸음을 멈추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이 사진이다.

ⓒ syn.sophia
빈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 나는 건물 속에 갇혀 있는 음악이 아니라 거리에서 살아있는 음악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고음악 전시실에서 우연히 들었던 성악곡처럼 생각지도 못한 만남이었기에 더욱 기뻤다. 네온사인으로 가득한 캐른트너 거리 중간에서 펼쳐진 작은 음악회, 이제 과거의 음악의 도시가 아닌 현재의 음악의 도시 빈을 바라보라는 그런 뜻이었을까. 그렇게 한참 음악을 듣다가 발길을 돌려 우반 역으로 향했다.

이후 숙소 근처에 도착해서 역시 또 돌아다니다 바게트 빵으로 만든 핫도그를 사서 먹었는데 빵이 좀 딱딱한 거 말고는 정말 맛있었다. 이후 나는 유럽에서 어딜 가든 근사한 식당에선 절대 밥을 먹지 않았고 대부분의 식사를 빵으로 해결했다. 그 덕이었을까, 3주가 지난 뒤 몸무게를 재어 보니 2kg가 줄어 있었다. ㅋㅋㅋ

아무튼 빈에서의 마지막 밤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갔다가 다시 현재로 돌아오며 끝이 났다.

Tuesday 27 March 2012

[여행잡담] 동유럽, 음악 + α - Wien, Republik Österreich(8)

유럽생활 나흘째(1) - 무작정 걷다가 횡재한 순간, 오스트리아 국립도서관 State H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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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에서 온전히 보내는 마지막 날이다. 어떻게 하면 이 마지막 날을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 또 인터넷 뒤적뒤적.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빈의 박물관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주말에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았다 ㅡㅡ; 그래서 한번 가볼까 생각했던 파피루스 박물관은 결국 가보지 못했지만 괜찮았다. 이집트 문명엔 별 관심 없었으니까.

하지만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으니, 바로 오스트리아 국립도서관 State Hall(State Hall에 대응하는 우리말이 생각나지 않아 걍 영어로 씀;;)! 현지어로는 Der Prunksaal der Österreichischen Nationalbibliothek이라고 하는 곳인데, 심심풀이로 웹서핑하다 우연히 알게 된 곳이었다. 음악의 도시로 알려진 빈에 이런 곳이 있다니! 정확히 어떤 곳인지는 나중에 풀어보기로 하고, 다행히 이 곳은 주말에도 여는 곳이라 일단 일찍 나가서 좀 걷다가 이곳을 한번 찾아가보기로 했다. 숙소 주인 아주머니께서 교회에 같이 가자고 하셨지만 너무너무 가기 싫어 땡치고 또다시 캐른트너 거리로 고고씽!

처음에 빈에 왔을 때는 캐른트너 거리가 지겹다는 부모님의 말씀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거리만 몇 번 지나가다 보니 슬쩍 지겹기도 했다 ㅡㅡ; 하지만 그건 상점가를 지나갈 때나 그랬고, 정 반대쪽으로 걸어가다 보니 갑자기 아주 큰 건물이 나왔다. 설마 하고 지도를 펼쳐봤는데, 오. 마이. 갓.

빈 오페라하우스(Wien Staatsoper, 국립 오페라 극장)에 도착하셨습니다 고갱님.

안타깝게도 시간이 맞지 않아 내부 관람은 실패했지만, 그냥 건물 자체를 둘러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뛰었다. 역시 오페라하우스답게 음반가게도 있었고, 벽에 붙은 LCD TV 광고판에는 공연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 지나가다가 공연 티켓 판매하는 아저씨도 만났고.

그렇게 오페라하우스 옆을 몇 바퀴 돌다가 이제 다른 곳으로 가봐야겠다 싶어 또 정처없이 걸었다. 물론 지도를 가지고 있었고 거기다 넥원이의 구글맵도 항상 대기모드였으며 큰 길에는 주변 지도가 대부분 나와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안그랬음 다니다 길잃으라고 ㅡㅡ;

여튼 처음에 찾아가려고 했던 곳은 또다른 박물관이었는데, 아마 음악 관련한 무언가였으리라. 하지만 길치모드는 유럽이라고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다 근처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계단으로 올라가기에 따라 가봤다. 계단 벽에는 알베르티나 박물관(Albertina Museum)이라고 되어 있었고, 이곳도 어렴풋이 지도에서 본 것 같아 주저하지 않고 위로 올라갔다. 알베르티나 박물관 건물은 뭔가 수줍은 아가씨의 느낌이었는데, 안에 들어가보진 않았다. 대신 그 옆에 보이는 아주 큰 건물이 눈에 띄어 걸어가보니, 정말 으악 하는 말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큰 건물이 나왔다. 며칠 전 포스트에서 썼던 노이에부르크와 비슷한 느낌?

그렇게 건물에 압도되어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고개를 돌리니, 옆쪽엔 나비 박물관이 있고, 또 그 옆에 눈에 좀 익은 안내판이 하나 보였다. 호프부르크 지구. 와, 정말 이 지구가 엄청나게 넓구나 생각하면서 이제 어디로 갈까 싶었는데, 안내판에 오스트리아 국립도서관 State Hall이 이 근처라고 나와있는 걸 발견, 고민없이 바로 찾아갔다. 이날 싸돌아다니면서 찍은 사진들을 만나려면 섬네일 클릭! (참고로 저 섬네일에 있는 W 표시는 빈 도시 내에서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곳을 표시한 것이라고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눈엔 무슨 물고기 비슷한 게 그려진 전시회 현수막이 나타났다. 설마 하고 가까이 가보니, 오스트리아 국립도서관 마크가 나와있는 현수막이다. 그렇다. 이곳이다. 그토록 오고 싶었던 곳, 오스트리아 국립도서관 State Hall에 드디어 도착했다! 우선 입구를 찾아 들어갔는데 티켓을 파는 것 같아 가서 물어보니 티켓을 사야 한단다. 7유로짜리 티켓을 사고 입구에 들어가니 여자 직원분이 표를 보고 설명을 해준다.

"이 곳은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단, 플래시를 터뜨리면 안되며, 또한 케이스 내부 전시물품은 촬영할 수 없습니다."

내가 혹시 잘못 들은 건가 싶어서 재차 확인한 뒤에 고개를 들어 State Hall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 자리에 멍하니 서있었다. 빈을 여행하는 3박 4일 동안 여러 곳을 둘러봤지만, 그냥 멋있다 뿐이지 더 이상의 감동은 없었다. 하지만, 이 곳은 달랐다. 1층밖에 안되고 그것도 끝에서 끝까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다거나 한 곳도 아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너무 벅차서 울컥하는 느낌까지 받는 곳은 이 곳이 처음이었다.

거기다 케이스에 전시되는 예전 생물도감들은 어찌나 생생한지! 사진으로 남길 수는 없었지만, 요즘처럼 기계로 출력하지도 않을 텐데 이 정도의 퀄리티가 가능하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그것도 19세기 이전에 말이다. 그 정교함에 박수를. 그러면서도 도감에 유니콘과 다른 바다괴물들이 나와 있는 걸 보며 이 사람들의 세계관과 상상력에 살짝 웃음이 나기도 했다.

한 시간 정도를 돌아보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들어서 이 곳을 나오면서 생각했다. 보통 빈 여행 자료를 찾다 보면 자연사 박물관이나 미술사박물관(예술사박물관 본관), 벨베데르 궁전이나 레오폴드 미술관, 쇤브룬 궁전 정도를 추천하는 걸 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어느 곳보다 가장 먼저 이 곳을 추천하고 싶다. 빈이 단순히 음악의 도시만은 아니라는 걸, 빈은 다른 모든 곳에 학문이 함께 하는 도시라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도서관으로, 때로는 미술로, 때로는 음악으로, 때로는 과학으로...

나는 이번 여행을 하면서 각 도시를 '음악'이라는 공통점으로 묶고, 개별 도시의 차이점을 하나의 단어로 말하고 싶었다. (포스트 제목에 '음악 + α'라고 적어놓았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이 곳을 떠나며 빈의 +α가 무엇인지 확신하게 되었다. 그것은, 학문이었다.

마지막으로 무려 100장 가까이(정확히는 126장) 사진을 찍은 곳. 그 사진들을 하나하나 인화해서 아예 건물 하나를 만들고 싶었던 곳. 누군가에겐 그저 책이 많이 쌓인 곳일 뿐일 테지만 나에게는 한번 들어오면 떠나기 싫은 그런 곳이었던, 오스트리아 국립도서관 State Hall의 사진을 고르고 골라 이제 공개한다. 섬네일 클릭!

Friday 23 March 2012

[여행잡담] 동유럽, 음악 + α - Wien, Republik Österreich(7)

유럽생활 셋째날(2) - 벨베데르 궁전과 빈 시민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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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램을 타고 다시 벨베데르로 고고씽. 중간에 잘못 탔나 싶어서 한번 내려주시고 ㅡㅡ;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나 모르겠다 ㅡㅡ; 아무튼 그렇게 찾아간 벨베데르는 입구조차 찾기 힘든 곳이었다. 아니 궁전이라는데 입구는 왜이리 작은겨! 다행히도 트램 정류장에 나온 지도대로 찾아가니 어느 구석탱이(!)에 'Belvedere'라고 써진 깃발이 있는 걸 발견하고 그곳으로 들어가니, 하궁(Lower Belvedere)이 나타났다.

점심때이긴 했지만 계속 돌아다녀서 조금 지쳤는지 크게 입맛도 없었고 일단 표부터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매표소를 찾아가는데, 이건 뭔가요 너님 왜이러세요 완만한 경사가 쭉 이어진 길을 죽어라 걷는 건 아니잖아요 ㅡㅡ; (실제로 벨베데르 궁전에 가보면 하궁과 상궁(Upper Belvedere) 사이를 지나다니며 조깅하는 사람들 쉽게 볼 수 있다;;; 나는 그 사람들이 왜 그러나 싶었는데, 직접 걸어보니 알겠더라 ㅡㅡ;) 여행 전에 워킹화 사길 천만 다행이다 싶을 정도. 못 믿겠다면 섬네일을 클릭하여 나오는 사진들로 대강 유추해보시라 ㅡㅡ;

아무튼 상궁 근처에 가니 사람들이 갑자기 궁 한쪽으로 사라진다. 그 사람들을 따라가 보니 Tickets라고 적힌 안내판이 있다. 개고생해서 올라와 티켓을 사고 나니 살짝 배가 고파져서 일단 다시 나갔다. 그런데 주위에 음식점 따위 없ㅋ엉ㅋ 아놔 ㅡㅡ; 그나마 하나 있는 게 샐러드 가게였는데, 당시 고기와 빵이 살짝 질려서(얼마 먹었다고!! ㅡㅡ;) 채소가 좀 그리웠는데, 토마토 샐러드가 땡겨서 주저없이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때까진 몰랐다. 내가 이 토마토 샐러드를 정말 억지로 먹게 될 줄이야. ㅡㅡ;

일단 음식점에 들어가서 토마토 샐러드와 오렌지 주스를 달라고 했다. 종업원이 피타(빵, 씬피자 도우같이 생겼음)도 먹겠냐고 하길래 그러겠다고 했다. 음식이 나왔고, 처음엔 올리브유 드레싱 가득한 토마토 샐러드가 정말 맛있었다. 거기다 피타까지! 배도 채우고 입도 깔끔하게 하고 가겠구나 했는데, 모든 재앙은 이때부터 시작되었으니,

생 올리브를 씹었다.

으웩. 그 순간부터 올리브유 드레싱은 완전 초 느끼함으로 다가왔고, 피타와 오렌지주스가 아니었으면 이 샐러드 끝까지 다 못먹을 뻔했다. 내가 먹은 접시엔 올리브가 다섯 개 들어 있었는데, 세 개까지만 먹고 결국 남겨야 했다 ㅠㅠ 아아 생 올리브는 진짜 먹을 게 못되는구나 ㅠㅠ 거기다 계산할 때 보니 공짜로 주는 줄 알았던 피타가 유료였더라 ㅡㅡ; 너님들 서비스 정신은 이따우이신가염이라고 말해 주고 싶었으나 어쩌랴. 내 영어는 짧고 입에는 샐러드 안에 있던 양파 냄새가 가득하니. ㅡㅡ;

아무튼 그렇게 배를 채우고 조금 전에 산 티켓을 들고 상궁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티켓을 내미니 옷과 가방을 카운터에 맡겨 두라고 한다. 50유로센트를 내면서 역시 이곳은 이런 게 필수인가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ㅡㅡ; 심지어 나는 가방만 맡겼으니, 돈과 중요한 건 전부 옷 주머니에 넣어다녔기 때문이다. 그래서 덥기는 제대로 덥고 짐 맡긴 효과는 거의 없고 뭐 그랬다.

ⓒ Fritz Schwarz-Waldegg
출처 : Österreichische Galerie Belvedere(클릭)
그렇게 들어간 벨베데르 상궁 내부는 정말 넓었다. 1층에는 현대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는데, 클림트의 <키스>를 보러 온다고 하지만 나는 이 층도 정말 맘에 들었다. 미술엔 문외한이지만 에곤 쉴레라는 사람의 작품도 만날 수 있었고, 화가들의 자화상이 전시된 곳에서 '자화상은 그 그림이 그려질 때의 생각을 반영한다'였나? 그 비슷한 글이 벽에 적혀 있는 걸 보며 공감하기도 했다.

그 중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이 오른쪽에 있는 바로 저 그림이었다. <자각(Selbsterkenntnis)>이란 제목의 저 작품을 보며 나는 저 눈동자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마치, 내 스스로를 바라보라는 듯, 내가 누구인지 직시하라는 듯. 한참을 그 앞에 서 있었다.

그러다 그 자리를 떠나 계단을 올라갔지만, 아쉽게도 나는 미술에 문외한 중 문외한인데다 이제부터는 중세 미술부터 다시 시작했기 때문에 정확히 뭐가 뭔지 크게 담아두지 못했다. 사진이라도 남기면 참 좋겠지만, 벨베데르 궁전은 내부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그런데도 몰래 사진찍는 사람 있더라 ㅡㅡ;) 어쩔 수 없다.

ⓒ Gustav Klimt
출처 : Österreichische Galerie Belvedere(클릭)
물론 그렇다고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일단 벨베데르 상궁 내부 자체가 이전의 화려했던 시대를 떠올릴 수 있게 만들어져 있었고, 사람들이 이곳에 오는 가장 중요한 이유인 클림트의 <키스(Der Kuss)>도 직접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키스>보다는 다른 작품인 <유디트 I(Judith I)>에 더 눈길이 갔다. 뭔가 몽환적으로 나를 바라보는 유디트의 눈빛이 내 눈을 사로잡았기 때문도 있지만, 사실 이 작품이 더 기억에 남는 건 숙소에 돌아와서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였다. 유디트의 손에 들린 저게 사람 머리였을 줄이야!

알고보니 이 작품의 모델인 유디트는 이스라엘의 과부로, 저 손에 들린 목의 주인공은 당시 이스라엘을 침략한 홀로페네우스이다. 성서 외경인 유디트서에 나오는 내용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논개와 비슷한 이미지처럼 느껴졌다. 이 작품 이외에도 그녀를 표현한 작품은 많은데, 이정도로 몽환적이고 관능적인 그림은 없는 것 같다. (참고 : 클릭)

(아, 여기까지 본 사람들은 <키스> 이야기는 안하냐고 할지 모르겠는데, 난 별 감흥이 없었다 ㅡㅡ; 배부른 소리냐고? 아니다! 유디트가 너무 강렬해서 그랬다;;)

그나저나 벨베데르 궁전에서 본 색다른 장면 두 가지. 하나, 가이드와 함께 온 아이들이 궁전 바닥에 앉아서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모습. 이런 장면이 굉장히 일상적인 듯 익숙한 분위기였지만 나는 이런 일이 처음이라 굉장히 신선했었다. 둘, 그림 옆 오디오 가이드 표시 밑에 가끔 보이는 손 표시. 그렇다. 오디오 가이드뿐만 아니라 몇몇 그림에는 수화 가이드도 제공하고 있었다. 이번 여행 중 들어갔던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라 정말 인상깊었다.

자, 이제 벨베데르 궁전을 나와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빈 시민공원으로 가자. 아주머니께서 알려주신 대로 또 트램을 타고 가다 MQ 근처에서 그냥 내려서 우반으로 갈아탔다. 이상하게 나는 트램보다 우반이 더 편해 ㅡㅡ; 그렇게 내린 곳이 U2 노선 시민공원(슈타트파크, Stadtpark)였는데, 이곳 역은 다른 역과 분위기부터 달라서 나는 여기서부터 공원 시작인 줄 알았는데, 공원 입구는 몇 걸음 더 걸어가야 나왔다.

빈 강을 바라보며 공원으로 들어서자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날씨가 워낙 추우니 이해한다. 일단 소기의 목적대로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이곳에서 꼭 보고 싶었던 요한 슈트라우스와 슈베르트 동상을 찾았다. 이 공원에는 이 둘 말고 다른 사람들의 동상도 있지만 내 지식이 짧아 누군지 몰라서 그냥 지나쳤다.

공원은 꽤 넓었다. 호수도 있고, 나무도 많고. 겨울이라 생기있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그저 적당히 쉬기에 좋은 느낌. 추운 날씨인데도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나온 어머니도 보였고, 자기들끼리 재미있게 노는 아이들도 있었고, 호수 위에는 세상 모든 근심을 초탈한듯 유유히 물 위를 노니는 오리떼도 있었다. 사실 쉬러 간 거라 사진은 별로 없지만, 어쨌거나 자세한 모습은 섬네일 클릭질 롸잇나우 ㅡㅡv

사실 이 날의 마지막 계획은 빵 하나 사들고 와서 벤치에 앉아 저녁을 때우는 것이었지만 일단 주변에 빵집도 안보일 뿐더러 날이 추워서 벤치에 오래 앉아 쉰다는 건 불가능했다 ㅋㅋ 그래서 해가 질 즈음에 다시 일어나 일단 빵집을 찾는데! 젠장 U2 칼스플라츠(Karlsplatz) 역 안에 있는 빵집은  주말이라 5시 되면 칼같이 문을 닫는 것이다! 진짜 5시 딱 되어서 도착했는데 ㅠㅠ

이제 뭘 먹어야 하나 고민하던 나는 일단 숙소 근처까지 가서 뭐라도 뒤져보리라 생각했고, 케플러플라츠에서 내려서 무작정 근처 상점가를 걷기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작은 가게에서 슈니첼(손바닥보다 더 큰 돈가스라고 생각하면 됨) 샌드위치가 보이길래 에라 모르겠다 하고 주문한 뒤 길을 걸어가며 먹기 시작했다. 완전 맛있었다 ㅠㅠ 단지 배고파서가 아니라, 정말 맛나더라 ㅠㅠ

아무튼 좌충우돌 셋째날도 여기서 끝! 이제 빈에서 온전히 보내는 마지막 하루가 남았다.

Wednesday 21 March 2012

[여행잡담] 동유럽, 음악 + α - Wien, Republik Österreich(6)

유럽생활 셋째날(1) - 트램 이야기 / 빈 중앙묘지(Zentralfriedh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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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yn.sophia
빈에서 홀로 맞는 첫 아침이다. 여전히 날은 흐리지만, 창문 너머로 바라보는 아침은 고요함 그 자체다. 늘 자동차 소리와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에 익숙해져 있다가 이렇게 조용한 아침을 맞으니 새롭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추운 날씨 때문에 움직이기 싫은 마음도 가득하다. ㅡㅡ; 그래 나 귀차니즘 쩌는 소피아야 ㅡㅡ;

여튼 오늘 가려고 한 곳은 빈 중앙묘지와 빈 시민공원이다. 여행기 제일 첫 포스트에서 밝혔듯,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소재는 '음악'이다. 저 두 곳 역시 보기에는 전혀 음악과 상관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굉장히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이다. 특히 빈 중앙묘지는 더더욱.

아무튼 아침밥을 먹으며 아주머니께 오늘은 중앙묘지와 시민공원에 가겠다 하니까 나를 굉장히 이상하게 보신다 ㅡㅡ; 거기 볼 거 하나도 없다면서 ㅡㅡ; 하지만 나는 반드시 가겠다고 했고, 아주머니께서는 내게 거기에 더해서 벨베데르 궁전에 가서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를 보고 오라면서 아예 세 군데의 트램노선까지 빠싹하게 알려주셨다 ㅡㅡ; 미술엔 문외한이라 사실 별로 보고 싶진 않았는데, 사람들이 그 그림을 보러 거기에 간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긴 해서 그냥 가보기로 했다.
ⓒ syn.sophia

자 이제 빠르고 편리하지만 한편으로 좀 칙칙한 우반을 벗어나서 트램을 타러 가자! 하는 마음으로 숙소를 나섰다. 반대쪽 길에서는 사람들이 모여서 횡단보도 신호위반을 하고 있었고(이 장면을 보며 유럽 사람들이 신호 대박 잘지킨다는 환상이 팍 깨짐) 나는 3일 교통권을 사기 위해 케플러플라츠역으로 일단 향했다. 그리고 나서 이제 트램 정류장을 찾아야 하는데, 오 마이 갓. 아무리 봐도 트램(Tram)이라고 써진 곳이 없는 것이다! 대박 황당 ㅡㅡ; 결국 근처에서 두 바퀴 정도를 돌고 나서야 민박집 아주머니께서 말씀하신 트램 정류장을 찾았는데, 그제서야 내가 왜 정류장을 찾지 못했는지 알게 되었다.

트램의 이름이 트램이 아니었다.

옆에 첨부한 사진이 바로 트램 정류장을 나타내는 표지판인데, 빈 트램의 정식 명칭은 슈트라센반(Strassenbahn, 거리 전차 뭐 그런 의미)이다. 저 사진은 벨베데르 궁전 앞에서 D번 트램을 기다리며 찍은 건데, 이 표지판 밑에는 이 부근의 지도와 트램이 도착하는 시간 등이 나와 있다. 역시 사진을 클릭하면 관련 사진들이 튀어나온다는 거 ㅡㅡ; 그러니 딴 맘 먹지 말고 클릭하시라(여행기가 너무 쓸데없이 길어져서 사진들은 걍 이렇게 한몫에 모으고 있음 ㅡㅡ; 절대 귀찮아서 그런 거 아니다 ㅡㅡ;)

71번 트램을 타고, 빈 중앙묘지로 향했다. 빈 중앙묘지는 이 트램의 종점에 있는데, 근처 정류장만 세 개다. 그렇다고 아무데서나 내리면 안되고 꼭 두번째 입구(Zentralfriedhof 2)에서 내려야 한다. 하도 넓어서 잘못 내리면 개고생한다. 아무튼 여길 지나는데 울산 현대자동차 생각이 났다. 젠장 자동차 공장 앞 버스 정류장만 몇 개야 ㅡㅡ;

도착한 빈 중앙묘지. 묘지다 보니 바로 앞에서 꽃을 팔고 있다. 뭐, 나는 구경하러 간 것이지 조의를 표하러 간 게 아니기 땜시롱(...사실은 돈 아끼느라 ㅠㅠ) 꽃은 패스. 그런데 여긴 우리처럼 흰색 꽃만 묘지에 가지고 들어가는 게 아니라, 여러 색깔의 꽃을 갖고 갈 수 있었다.

어쨌거나, 빈 중앙묘지는 말 그대로 묘지다. 하지만 절대 빈 중앙에 있지는 않다. 그냥 합동묘지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곳인데, 이 곳은 단순히 '묘지'에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가 아는 유명한 음악가들을 한번 대보자. 으음, 브람스 베토벤 슈베르트 모차르트... 여기서 좀더 나가면 요한 슈트라우스 부자와 브람스 주페... 이들의 무덤이 전부 이 곳에 모여 있다. 어디선가 읽은 바로는 빈 정책 담당자 중 한 사람의 아이디어로 이 곳이 만들어졌다던데, 유명한 음악가들의 무덤을 모아놓으면 일반인들도 이 곳을 잘 이용하게 될 것이란 생각이었다나. 그것은 현실이 되었으니, 나는 음악가들의 무덤을 보러 갔지만 나 말고도 몇몇 가족들이 꽃을 들고 누군가의 무덤을 향해 가는 걸 볼 수 있었다.

물론 음악가들의 묘지만 이 중앙묘지에 있는 건 아니다. 위키피디아(영문) 페이지에 보면 여기 묻힌 사람들 중 유명한 사람들의 목록이 나와 있는데, 배우나 화가, 작가, 수학자 등등 여러 분야에서 이름있는 사람들이 묻혀져 있다. 또한 무슬림 지구와 개신교인 지구, 불교인 지구 등도 나눠져 있으니, 이것만 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 묻혀있을까 싶기도 하다.

여튼 트램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입구를 따라 조금 걸어가니 32A 구역이라는 표지석이 나온다. 오늘의 첫 목적지, 음악가들의 묘지. 조금 더 걸어가니 안내도가 나온다. 보기엔 엄청 넓어보이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진짜 한바퀴 다 도는데 30분? 아니다. 후다닥 돌면 10분도 안걸린다 ㅡㅡ; 하지만 그 묘비에 적힌 음악가들의 이름을 보며 내가 들어본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뭔가 반갑기도 하고. 굉장히 독특한 느낌이었다. 말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정말 독특했다.

이 곳에선 다녀온지 두 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모차르트의 묘비 앞에 서 있는데, 사실 나도 모차르트의 묘비인지는 몰랐다. 그러다 내 뒤에 외국인 부부로 보이는 두 관광객이 사진을 찍으려고 서 있는 걸 보고 옆으로 비켜주었다. 그중 남자분이 사진을 찍더니 내가 서 있던 그 묘비 앞으로 가서 이리저리 둘러보고, 어이없다는 듯이 상대분에게 한 마디를 했다.

"It's Mozart! Kate, it's Mozart!"

순간, 모차르트의 말년 이야기가 생각났다. 마침 그 때 mp3에 모차르트의 <레퀴엠> 파일을 넣어 간 게 생각나서 바로 mp3를 꺼내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그 곡까지 듣고 있으니 뭔가 먹먹한 느낌이 몰려왔다. 어렸을 때는 천재 음악가로 이름을 날리고 사람들의 부러움과 찬사를 받아왔지만, 말년에는 노름에 빠지고 결국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이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지... 그의 장례식 행렬을 끝까지 따라간 사람이 없어 그가 정확히 어디 묻혔는지 아는 사람도 하나 없고, 그나마 추정한 위치가 현재 빈 세인트 막스 공원 안에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곳에 기념비를 세우고 빈 중앙묘지에 묘비를 세웠지만, 세인트 막스 공원에 있는 그 곳이 진짜 그의 무덤인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 그래서 그의 묘비가 더욱 특별하게 보였는가 보다. 나는 그 묘비 앞에서 한참을 떠나지 못하다, mp3 배터리가 다 되어서 노래가 더이상 나오지 않았을 때에야 32A 구역을 나올 수 있었다.

이제 중앙묘지를 나와야 할 시간. 그 전에 묘지 안에 있는 성당을 찾아갔다. 칼 보로매우스 키르헤(Karl-Borromäus-Kirche, Charles Borromeo Church, 혹은 이 곳에 묻힌, 이전 시장의 이름을 딴 Dr.-Karl-Lueger-Gedächtniskirche (Karl Lueger Memorial Church))라고 불리는 곳인데, 원형 지붕부터 지금까지의 성당들과는 느낌이 달랐다. 내부장식은 더더욱 달랐으니, 마치 비잔틴 교회의 느낌? 나도 이 부분은 문외한이지만, 슈테판 대성당이나 성 베드로 교회와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슈테판 대성당에서의 일 때문에 혹시나 돈 내고 들어가야 하는 곳일까봐 완전 초긴장했다가 그냥 들어가면 되는 곳인 걸 알고 안도하고 둘러본 뒤 그렇게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아슬아슬하게 점심시간이 다 되었을 무렵, 묘지에서 나오자마자 아주 썰렁한 거리를 마주친 나는 벨베데르 궁전 앞에서 점심을 먹겠다 생각하고 다시 트램에 올랐다. 남들은 볼 것 없다고, 도대체 왜 가는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할지도 모를 중앙묘지. 하지만 내게 이 곳은 반드시 가봐야 할 곳이었고, 갈 만한 가치가 있던 곳이었다. 마지막으로, 그 곳의 사진을 이 곳에 올려둔다. 이젠 알아서들 섬네일 클릭하시리라 믿고. 벨베데르로 고고씽. ㅡㅡv

Monday 19 March 2012

[여행잡담] 동유럽, 음악 + α - Wien, Republik Österreich(5)

유럽생활 둘째날(2) : 호프부르크 지구, 고음악과 중세 무기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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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다니는 빈 여행을 처음 시작한 곳은 예술사박물관(Kunsthistorisches Museum) 중 중세 갑옷과 무기 전시실이었다. 이 건물의 정식 명칭은 노이에부르크(Neue Burg, 신왕궁)이며, 예술사박물관의 두 전시실(중세 갑옷과 무기 / 고전 음악)과 에페수스 박물관 이외에도 오스트리아 국립도서관 열람실 등이 자리잡고 있는 곳이다. 노이에부르크는 호프부르크(Hofburg) 궁 지구 건물 중 하나인데, 20세기 초반에 지어진 건물임에도 마치   그 이전에 지어진 것처럼 다른 건물들과 굉장히 잘 어우러져 있었다.

여기서 잠깐. 위의 문단을 보면 내가 '빈 예술사박물관 중 중세 갑옷과 무기 전시실'이라고 써놓은 부분이 있다. 그렇다면, 빈 예술사박물관엔 다른 전시실도 있단 말인가? 답을 하자면, 그렇다! 사실 이 포스트를 쓰기 전까지도 호프부르크 지구와 무제움스 콰르티아(Museums Quartier, 이하 MQ)가 헷갈려서 결국 위키피디아 영문판을 정독하고 나서야 이 둘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정리 차원에서 이 둘의 차이를 적어둔다.

ⓒ syn.soph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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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처럼, 이곳 역시 궁 내부에 여러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경복궁이 단순 관광지로 쓰이는 반면, 이곳 호프부르크는 대통령 집무실, 승마 학교, 오스트리아 국립도서관 열람실 등 여러 용도로 지금까지도 쓰이고 있다.

옆 사진이 바로 호프부르크 지구 안내판인데, 저 중 빨간 부분이 호프부르크 내부 건물들이다(초록색은 잔디밭). 물론 저 많은 건물들이 한번에 다 지어지진 않았으며, 13세기부터 20세기까지 계속 확장된 지역이 바로 이 곳이다. 그리고 MQ는 저 안내판 가장 왼쪽에 보이는 세로로 긴 분홍 사각형 지구이다. 레오폴드 미술관이 바로 이 MQ 지역에 있다.

그리고 MQ 앞에 있는 두 분홍색 사각형이 빈에서 정말 유명한 박물관인 미술사 & 자연사 박물관이다(이 두 건물은 MQ에 포함되지 않음). 이중 미술사 박물관은 예술사박물관의 중심 건물이자 미술 전시실을 한 건물에 모아둔 곳이다. 예술사박물관은 이번에 간 노이에부르크의 전시실들과 이곳 미술사박물관을 포함하여 총 5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중 하나는 빈이 아닌 인스부르크(Innsbruck) 지역에 있다.

이제 주저리 주저리 말은 여기서 끝내고, 페스트 희생자 추모비에서부터 노이에부르크 건물 앞까지 찍었던 풍경들을 또 한번 사진으로 남겨볼까 한다. 옆의 섬네일을 클릭하면 사진을 볼 수 있다. 참고로 저 섬네일 중간에 뒷모습만 나온 두 분이 있는데, 우리 부모님이다 ㅋㅋ 초상권 땜시롱 뒷모습 인증만 살포시 ㅋ

자 설명은 여기까지 하고 이제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보자. 사실 전시실 두 곳이라길래 뭐 엄청나게 오래 있겠나 싶었지만, 오래 있었다. 거의 세 시간 정도 있었는데, 그것도 너무 지쳐서 도저히 더 못있을 것 같아서 나왔다. 뭐 이런 무시무시한 박물관이 다 있냐!

아, 이 박물관은 비엔나 카드 대상이 아니다. 뭐 비엔나 카드가 없었던 나는 크게 상관이 없었지만. (사실 이 박물관 때문에 나는 비엔나 카드가 있으나 마나 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ㅋㅋ) 그리고 이 박물관에선 꼭 오디오 가이드를 빌리길 바란다. 왜냐. 영어설명이 없다 ㅠㅠ 우쒸 나보고 죽으란 말여 ㅠㅠ 진짜 설명이 다 독일어 ㅠㅠ 에페수스에는 가끔 영어가 보이더만 그것도 뭐 ㅠㅠ 난 그냥 팜플렛만 샀을 뿐이고 ㅠㅠ 거기다 나는 오디오 가이드를 원래 안들어서 안빌렸는데, 알고 보니 고음악 전시실에 있는 몇 가지 악기들 소리를 오디오 가이드에서 들을 수 있게 해놓았다 ㅠㅠ 아오 아까비 ㅠㅠ

자 그만 울고. 사실 중세 갑옷과 무기 전시실은 사실 내 취향이 아니다. 거기다 설명이 독일어로 되어 더 내 취향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ㅡㅡ; 그래서 쉬어간단 의미로 생각하고 각 전시실마다 있는 의자에 앉아가며 구경하고 있었는데(여러 방 중 한 곳은 내부수리중인지 못들어가게 해놔서 못갔다), 잘 보니 각 시대별로 갑옷이 좀더 정교해지고 화려해지는 게 보인다! 우오오 역시 내 눈은 이런 걸 그냥 허투루 보지 않는구나! 관심분야가 아니라 그런가 뭔가 엄청 기뻤다 ㅋㅋㅋ 이런 거 좋아할 녀석 한 명 있는데 아마 본인은 누군지 알거다 ㅋㅋㅋ

여튼 그렇게 중세 갑옷과 무기 전시실을 본 뒤 고음악 전시실로 넘어가려고 하는데, 여기서 살짝 미로찾기가 필요하다. 팜플렛에 보면 아주 고대의 악기(피타고라스 악기도 있다!)부터 시대순으로 따라가도록 되어 있는데, 중세 갑옷과 무기 전시실에서 바로 연결되는 방으로 가면 이 곳을 나중에서야 보게 된다. 그래서 공개하는 길찾기 방법! 중세 갑옷과 무기 전시실을 보다 보면 초반에 큰 로비가 나오면서 두 명의 검투사가 말을 타고 싸우는 장면을 만들어놨다. 그 옆에 보면 영어로 '에어컨 틀어놨으니 문 닫아주세염'이라 쓰여져 있는, 복도식의 작은 갤러리가 있다. 이 방으로 들어가야 한다. 어찌나 복잡하게 만들어 놓으셨는지! ㅡㅡ;

이제 고음악 전시실을 둘러볼 차례! 하지만 말이 고음악(Ancient Music) 전시실이지 사실은 그냥 클래식 음악(Classical Music) 전시실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시대별로 악기를 정렬해놨고, 음악의 도시답게 몇몇 전시실에는 유명 클래식 음악가들에게 헌정하는 방을 만들어 그들의 흉상과 그 시대에 쓰였던 악기들을 함께 전시하고 있었다. 아쉽게도 친필악보 등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그건 다른 곳에서 만날 수 있었으니 상관없다.ㅋㅋ

그런데 여기서 또 한번 좀 특별한 일이 있었다. 모차르트 방을 구경하고 있을 즈음, 갑자기 노래소리가 들렸다. 나는 아주아주 순진하게(?) 음악관련 전시실이라 음악을 틀어줬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ㅡㅡ; 알고 보니 바로 옆에 있는 베토벤 전시실에서 누가 마티니(Martinee, 아주 간단한 공연이라고 생각하면 됨) 연습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문 밖으로 들리는 그 소리는 클래식 음악에 이제 막 발을 담근 나에게도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게 다가왔었다. 그래서 그 전시실에서 한참을 앉아 음악을 들었다. 빈에서 클래식 공연은 한번도 가지 못했지만, 상관없었다. 그냥 나는 화려한 공연보다 이 순간이 더 좋았다. 대신 이 연습 때문에 베토벤 방에 못들어가서 다시 다른 방을 찾아 온 박물관을 다 헤매고 다녀야 했다는 게 함정이라면 함정 ㅡㅡ;

이제 서서히 체력이 바닥나서 정신줄님하가 끊어지려고 하는데, 여기 박물관 하나 더 있으셈 ㅡㅡ; 에페수스 지역 유물들로 꾸며진 에페수스 박물관이었는데, 이상하게 나는 고대 그리스.로마 시절의 유물에는 별 관심이 없어서 그냥 대강 봤다. 박물관을 여러 군데 다니다 보니 아무리 하나를 집중해서 본다 해도 결국엔 다 잊어버린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사진을 첨부한다. 두 전시실 + 에페수스 박물관에서 찍은 사진들인데, 각 전시실별로 특징이 뚜렷하기 때문에 이 사진은 어느 곳에서 찍었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아직 박물관 내부에서 사진찍는 게 익숙하지 않았던 터라 사진이 많지는 않다. 역시 오른쪽 섬네일 클릭!


그렇게 보낸 시간이 약 세 시간. 이제 해는 지평선 너머로 넘어가기 일보 직전인데, 호프부르크를 나가서 슈테판플라츠를 향해 가려는 순간! MQ 내 광장에서 무슨 행사가 있는지 경찰들이 길을 막아놨다! 끄악 ㅡㅡ; 잠깐 방황하다가 일단 다른 우반 역을 향해 걷다보니 U3 노선인 헤렝가세 역이 나온다. 그 순간 슈테판플라츠가 1/3호선 환승역이란 걸 기억해낸 니는 망설임없이 헤렝가세 역으로 내려가 우반을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우반 역간 거리가 그리 길지 않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유럽에서의 둘째날, 나홀로 여행의 자유로움을 느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