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4 June 2014

[일상잡담] 20140604 경남 모 투표소 사무원 근무 에피소드

개표방송을 보다가, 나는 경합지역도 아니고(죄송합니다 경남도민입니다......이 모든 공을 김모 전 도지사에게 돌립니다 -_- 진짜 김모 전 도지사님 당신이 삽질만 안했어도!!!) 오늘이 지나면 귀차니즘에 이 글도 안적을 것 같아서 걍 남겨본다.

#1. 투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몇 분만에 끝날 수도 있고, 투표소에 사람이 많으면 훨씬 더 오래 걸릴 것이다. 아무튼 유권자들의 몇 분을 위해 사무원들은 전날 투표소 설치하느라 오후 업무는 거의 못하고, 당일 새벽 아무리 늦어도 5시 반까지 나와서 투표를 준비한다. 그렇다 보니 6시까지 투표가 이어지지만, 보통은 3-4시를 넘어가면 체력이 딸리는 게 확 느껴진다. 평소 컨디션으로도 이런데, 내 옆에 계시던 어느 주사님은 전날 숙직을 서고 바로 투표소로 넘어와서 6시까지 함께 달리셨다(그분이 남기신 명언 : "법정 노동시간이 주40시간인데 나는 이틀동안 주 30시간 가까이 근무를 하고 있다"). 그것도 투표 당일 업무 중 가장 빡세다는 명부대조 작업을 하시면서!!!!! 옆에서 보면서 언젠가 보았던 어느 만화의 대사가 생각났다. "하얗게 불태웠어"(...)

#2. 어디든 있다. 아침 6시 되자마자 투표하시는 분. 당연히 내가 일하던 투표소에도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5시 반쯤부터 와계셨다. 예상대로 새벽은 어르신들이 달려주셨다. 무서워라. 그리고 또 어디든 오후 6시 넘어서 오시는 분 있다. 우리도 있었다. 열라 뛰셨지만 6시 2분쯤에 도착했다. 어쩔. 빗속을 뚫고 달려오셨지만, 죄송함돠.

#3. 또 어디든 있다. 인명부 확정 후 주소 바뀌신 분. 그리고 자기 투표소 잘못 알고 오시는 분, 신분증 안 갖고 오시는 분! 이런 경우에 우리는 투표소를 관할하는 읍면동에 전화를 한다. 사람들은 선거날에는 관공서가 완벽하게 문을 닫는다고 생각하지만, 딱 두 가지 업무는 할 수 있다. 하나는 본인 주소 검색해서 투표소 찾는 업무, 또 하나는 신분증 분실했을 때 재발급 업무. 그러니 여러분들, 당일 투표해야 하는데 신분증이 없다면 주저하지 마시고 최근 6개월 이내 촬영한 사진 1장을 들고 읍면동사무소로 가시라. 임시 신분증 나오는데 30분도 안걸린다.

#4. 이번 선거부터 기표대가 1회용으로 바뀌었다. 하긴 투표소 설치랑 정리할 때마다 기표대 설치하고 정리하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에 1회용으로 바뀌니까 그런 부분은 별로 없어서 좋았는데, 문제는 이 기표대가 생각보다 참 약하다는 거. 내가 근무한 투표소에서 어떤 할머니께서 지팡이를 짚고 오셨는데, 투표를 하면서 지팡이를 잠깐 놓고 기표대에 기대셨나 보다. 투표중인 기표대가 무너질 뻔했다 ㄷㄷㄷ 결국 근처에서 기둥으로 쓸만한 막대를 찾아서 기표대에 청테이프로 고정시켜놓고 투표 진행 ㄷㄷㄷ 진짜 없어보였다는거;;;; 투표소 내부 촬영이 안되어서 이 웃픈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사실...... 근데 돌아오는 길에 다른 투표소에 계셨던 주사님께 얘기했더니 그 투표소에서도 똑같은 일이 있었다고(...)

#5. 이번 투표소에서는 가족끼리 오는 분들이 좀 많았다. 어린 아이들을 안거나 업고 온 젊은 부모들도 있었고, 투표권이 있는 자녀와 함께 온 부모들도 있었다. 그리고 고부간에 함께 오는 경우도 있었는데, 어느 할머니, 며느리와 함께 왔지만 함께 들어가진 못하고 사무원 주사님과 함께 기표대로 들어가셨다. 그러나, 이분 1차 투표(그러니까 3장짜리) 용지를 받고 기표대 안에서 계속 뭔가 얘기하시면서 나오지 않으신다. 함께 들어간 사무원 주사님도 어쩔 줄 몰라하는데, 먼저 투표를 마치고 나온 며느리가 밖에서 이 광경을 보다가 '시의원 용지가 없다고 그러시는 것 같다'라고 우리에게 귀띔을 해주었고, 해당 사실을 사무원 주사님께 전달했으나 이번에는 글자를 모르겠다고 큰 소리로 말씀하신다. 결국 그 주사님께서 모든 후보를 다 읽어주신 뒤에야 할머니의 투표는 무사히(!) 끝날 수 있었다.

#6. 투표소의 인명부는 하나의 인명부를 일련번호에 따라 나누어 배포된다. 투표사무원 근무가 2번째고 둘다 인명부가 2개였던 곳이라 무조건 2개만 나오는 건진 나도 잘 모르겠다. 여하튼 내가 근무한 투표소는 해당 투표소에서 가까운 지역의 등재번호가 앞쪽이었고, 도저히 걸어서 올 수 없는 지역의 등재번호가 뒤쪽이었다. 그래서 주로 앞쪽 인명부에 등재된 분들이 많이 오셨지만, 가끔 뒷번호이신 분들이 한번에 몰아서 오실 때가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함께 택시를 타고 오시거나, 마을버스를 타고 오시거나(...) 우리의 추측이기도 했지만, 실제로 그분들이 이야기해준 사실이기도 하다 ㅋ 버스를 타고 오셔서 투표를 하실 정도라니.....그 마음만은 좀 본받아야 하지 않을까.......그런데 이런 분 중에 신분증 안갖고 오신 분이 있었다.........어익후.........;;;;;;;;

#7. 예전에 투표용지 접는 방법이 인터넷에 올라온 적이 있었다. 사실 접는 방법이 무조건 정해져있지는 않지만, 가로보다는 세로로 길게 접는 게 혹시나 인주가 다른 곳에 묻어서 무효표가 될 확률을 줄이는 거라는 내용이었는데, 오늘 보니 어르신들 중에 투표용지를 가로로 접는 분들이 많았다. 이걸 좋아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8. 내가 근무했던 투표소 등재명부 중 최고령자는 1917년생 할머니였다. 혹시나 나오실까 기대(!)했건만 나오시지 않으신 그분...그리고 올해 선거는 95년생에게도 투표권이 생겼다는 사실에 갑자기 나이가 들었다는 느낌이 훅 들었다. 또 하루 멀어져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9. 이번 투표소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오시는 분들이 종종 보였다. 그런데 휠체어를 타고 오시던 어느 분이 조작을 하시다가 뒤에서 기다리시는 분의 발을 살짝 밟는 사고가(...) 잘못하다 투표소에서 싸움날 뻔했다. 무서버라. 아무튼 내가 근무했던 곳은 학교 체육관이라 휠체어가 다닐 수 있을 만큼의 공간이 확보되어서 다행인데, 이거보다 더 좁은 곳이었다면...;;;;; (ex.  관리사무소, 노인정, 마을회관 등등)

#10. 13시간의 투표사무원 업무. 위에서 얘기했듯이 완전 지치는 일이다. 그래서 다들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투표 중간중간에 조금씩 투표소 정리를 시작해서 투표 종료 후 10분 남짓한 시간에 투표소 정리를 모두 마쳤다는 후문이(...) 함께 근무하신 어느 주사님 말씀, "투표하면서 이렇게 정리 빨리 하는 곳 처음 봤다" ㅋㅋㅋㅋㅋ 덕분에 난 같이 가기로 한 주사님 기다리느라 빗속을 한 20분 홀로 헤맸다는거(...)

#11. 아, 이건 완전 사심인데, 함께 사무원으로 근무하던 어느 선생님(투표소가 있었던 그 학교의 선생님이었음)이 완전 훈남이라서 고개를 들고 보는 순간 모든 피로와 짜증과 체력고갈이 한번에 임시적으로나마 해소되었다는 건 나만의 아주 개인적인 에피소드 ㅋㅋㅋㅋㅋ 죄송함돠 제가 만나는 분들 중에 훈남은 손에 꼽기도 힘들어요 어흑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그래도 별 무리없이 지나간 6.4 지방선거 투표사무원 근무. 이제 대강 정리했으니 고마 개표방송 포기하고 잘란다. 죄송해요 손사장님 11시까지 함께 달리기에는 제가 사는 지역 이야기가 거의 안나오더라구요 어흑. 아무튼 이 난잡한 글은 여기서 쫑!

Saturday 31 May 2014

[일상잡담] 대한민국 1% 되기 어렵지 않아효(응?)

약 1주일 전. 넥서스4의 공중낙하로 강화유리에 금이 가는 바람에 터치가 안되어서 결국 이 아이를 평택공장(사설업체에 보낼까 했지만 부품수급도 그렇고 귀차니즘도 있고 해서)으로 보내게 되었다. 터치가 안되니 전화도 못받고 카톡은 당연 안되고, 안그래도 초야에 묻혀 사는 이름없는 선비 모드인데 대놓고 연락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황. 하지만 답답한 건 주위 사람들이지 내가 아니라면서....ㅋㅋㅋ

아무튼 우리계 신규녀석이랑 출장을 다녀오면서 내가 넥서스 제품만 사용하는 이유를 막 설명하다가(대충 롬 갈아엎고 갖고놀기 좋다 이런 거였음)이런 얘기가 나왔다.

- "너 대한민국 1% 되는게 얼마나 쉬운 줄 알아?"

- "...?" (참고로 우리의 대화는 출장 다녀오던 관용차 안에서 이루어졌고, 그녀석은 운전중이었다)

- "일단 누나는 여자고, 집 노트북은 윈도우가 아니야. 누나 리눅스 쓰거든. 거기다가 너도 아는 것처럼 자판은 세벌식에 드보락이고. 이정도면 대한민국 1%의 소수층이라고 봐도 되지 않겠음?"

- "...-_-ㅋㅋㅋ"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왜 저 녀석에게 저딴 개드립을 날렸을까 싶기도 하지만, 아무튼 우리나라 인구가 4천만이라니까 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사람이 40만명이 되진 않을 것 같고. 저기에 몇 가지 옵션을 더 추가하면 아주 완벽하게 0.1%의 소수층으로 진입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더이상 하다간 안그래도 특이하게 찍힌(!) 내 이미지가 더 특이해질까봐 참았다.

아, 참고로 저 위에 있는 말들은 모두 진실이다. 집 노트북은 우분투 리눅스 사용중이고, 5년째(헉 벌써 그렇게 된겨?) 세벌식과 드보락을 주력으로 쓰고 있다. 물론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전자문서 시스템이 두벌식과 쿼티 자판만 제대로 인식해서 속도는 넷 다 비슷하게 나오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산다고 피해주는 건 없으니 뭐 괜찮은 거 아니겠냐고 혼자 막 생각중. -_-ㅋㅋ

여튼 오늘의 결론 : 대한민국 1% 되는거 어렵지 않아효 ㅋ

Tuesday 6 May 2014

[일상잡담] 다시 이곳으로

이 공간에 글을 남겨보는 것도 거의 2년만인듯. 그동안 워드프레스 블로그로 옮겨갔지만 딱히 이렇다 할 글을 많이 쓰지는 않고 걍 계정비만 쳐묵쳐묵하며(!) 방치해놓기만 했다. 대신 페북에 짧게 신세한탄류의 글을 많이 적었고.

그러다 문득, 긴 호흡의 글을 적을 공간이 필요하다 싶었다. 물론 그럴만한 공간은 이미 있었다.

그러나, '꼭 워드프레스여야 할까?'라는 생각이 확 들었다. 계정비 때문도 아니고(내 계정은 1년에 만원도 안든다) 안드로이드 어플 때문도 아니다(워드프레스 어플에 비하면 구글 블로거 어플은 좀....그렇다;;;)

사실 이 고민은 워드프레스 블로그와 함께 내 계정에 설치된 개인위키의 존속여부를 고민하다 가지치기로 나온 것이었다. 요즘 Google Docs가 생각보다 괜찮아져서 위키를 굳이 다른 계정을 써가며 굴리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대신 구글 사이트 도구(이 서비스 없어진 걸로 알고 있었는데 내 착각인듯)를 적절히 활용하면 되겠다 싶었다. 아니면 아예 정리 자체를 Google Docs로 하면 될 것이고.

여튼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잘 쓰지도 않는 개인위키는 집어치우자...가 되어버렸고, 그러다 보니 굳이 워드프레스를 써야 할 이유도 없어졌고. 설치형을 벗어나 가입형을 둘러보자니 다시 어디 가입하는 것도 귀찮고. 그래서 그냥 이전부터 있었던 이곳에 다시 둥지를 틀기로 했다.

호흡이 긴 글(바꿔 말하면 생각을 많이 하고 쓰는 글)을 써본 지 솔직히 조금 오래되어서 얼마나 이 곳에 정착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다시 시작해보는 만큼 최대한 오래가도록 해봐야겠다. 이노무 의지박약을 좀 벗어나보자, 이번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