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27 March 2012

[여행잡담] 동유럽, 음악 + α - Wien, Republik Österreich(8)

유럽생활 나흘째(1) - 무작정 걷다가 횡재한 순간, 오스트리아 국립도서관 State Hall!


* 이 포스트는 웹 버전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모바일로 보시는 분들의 양해 바랍니다.

빈에서 온전히 보내는 마지막 날이다. 어떻게 하면 이 마지막 날을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 또 인터넷 뒤적뒤적.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빈의 박물관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주말에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았다 ㅡㅡ; 그래서 한번 가볼까 생각했던 파피루스 박물관은 결국 가보지 못했지만 괜찮았다. 이집트 문명엔 별 관심 없었으니까.

하지만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으니, 바로 오스트리아 국립도서관 State Hall(State Hall에 대응하는 우리말이 생각나지 않아 걍 영어로 씀;;)! 현지어로는 Der Prunksaal der Österreichischen Nationalbibliothek이라고 하는 곳인데, 심심풀이로 웹서핑하다 우연히 알게 된 곳이었다. 음악의 도시로 알려진 빈에 이런 곳이 있다니! 정확히 어떤 곳인지는 나중에 풀어보기로 하고, 다행히 이 곳은 주말에도 여는 곳이라 일단 일찍 나가서 좀 걷다가 이곳을 한번 찾아가보기로 했다. 숙소 주인 아주머니께서 교회에 같이 가자고 하셨지만 너무너무 가기 싫어 땡치고 또다시 캐른트너 거리로 고고씽!

처음에 빈에 왔을 때는 캐른트너 거리가 지겹다는 부모님의 말씀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거리만 몇 번 지나가다 보니 슬쩍 지겹기도 했다 ㅡㅡ; 하지만 그건 상점가를 지나갈 때나 그랬고, 정 반대쪽으로 걸어가다 보니 갑자기 아주 큰 건물이 나왔다. 설마 하고 지도를 펼쳐봤는데, 오. 마이. 갓.

빈 오페라하우스(Wien Staatsoper, 국립 오페라 극장)에 도착하셨습니다 고갱님.

안타깝게도 시간이 맞지 않아 내부 관람은 실패했지만, 그냥 건물 자체를 둘러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뛰었다. 역시 오페라하우스답게 음반가게도 있었고, 벽에 붙은 LCD TV 광고판에는 공연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 지나가다가 공연 티켓 판매하는 아저씨도 만났고.

그렇게 오페라하우스 옆을 몇 바퀴 돌다가 이제 다른 곳으로 가봐야겠다 싶어 또 정처없이 걸었다. 물론 지도를 가지고 있었고 거기다 넥원이의 구글맵도 항상 대기모드였으며 큰 길에는 주변 지도가 대부분 나와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안그랬음 다니다 길잃으라고 ㅡㅡ;

여튼 처음에 찾아가려고 했던 곳은 또다른 박물관이었는데, 아마 음악 관련한 무언가였으리라. 하지만 길치모드는 유럽이라고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다 근처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계단으로 올라가기에 따라 가봤다. 계단 벽에는 알베르티나 박물관(Albertina Museum)이라고 되어 있었고, 이곳도 어렴풋이 지도에서 본 것 같아 주저하지 않고 위로 올라갔다. 알베르티나 박물관 건물은 뭔가 수줍은 아가씨의 느낌이었는데, 안에 들어가보진 않았다. 대신 그 옆에 보이는 아주 큰 건물이 눈에 띄어 걸어가보니, 정말 으악 하는 말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큰 건물이 나왔다. 며칠 전 포스트에서 썼던 노이에부르크와 비슷한 느낌?

그렇게 건물에 압도되어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고개를 돌리니, 옆쪽엔 나비 박물관이 있고, 또 그 옆에 눈에 좀 익은 안내판이 하나 보였다. 호프부르크 지구. 와, 정말 이 지구가 엄청나게 넓구나 생각하면서 이제 어디로 갈까 싶었는데, 안내판에 오스트리아 국립도서관 State Hall이 이 근처라고 나와있는 걸 발견, 고민없이 바로 찾아갔다. 이날 싸돌아다니면서 찍은 사진들을 만나려면 섬네일 클릭! (참고로 저 섬네일에 있는 W 표시는 빈 도시 내에서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곳을 표시한 것이라고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눈엔 무슨 물고기 비슷한 게 그려진 전시회 현수막이 나타났다. 설마 하고 가까이 가보니, 오스트리아 국립도서관 마크가 나와있는 현수막이다. 그렇다. 이곳이다. 그토록 오고 싶었던 곳, 오스트리아 국립도서관 State Hall에 드디어 도착했다! 우선 입구를 찾아 들어갔는데 티켓을 파는 것 같아 가서 물어보니 티켓을 사야 한단다. 7유로짜리 티켓을 사고 입구에 들어가니 여자 직원분이 표를 보고 설명을 해준다.

"이 곳은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단, 플래시를 터뜨리면 안되며, 또한 케이스 내부 전시물품은 촬영할 수 없습니다."

내가 혹시 잘못 들은 건가 싶어서 재차 확인한 뒤에 고개를 들어 State Hall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 자리에 멍하니 서있었다. 빈을 여행하는 3박 4일 동안 여러 곳을 둘러봤지만, 그냥 멋있다 뿐이지 더 이상의 감동은 없었다. 하지만, 이 곳은 달랐다. 1층밖에 안되고 그것도 끝에서 끝까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다거나 한 곳도 아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너무 벅차서 울컥하는 느낌까지 받는 곳은 이 곳이 처음이었다.

거기다 케이스에 전시되는 예전 생물도감들은 어찌나 생생한지! 사진으로 남길 수는 없었지만, 요즘처럼 기계로 출력하지도 않을 텐데 이 정도의 퀄리티가 가능하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그것도 19세기 이전에 말이다. 그 정교함에 박수를. 그러면서도 도감에 유니콘과 다른 바다괴물들이 나와 있는 걸 보며 이 사람들의 세계관과 상상력에 살짝 웃음이 나기도 했다.

한 시간 정도를 돌아보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들어서 이 곳을 나오면서 생각했다. 보통 빈 여행 자료를 찾다 보면 자연사 박물관이나 미술사박물관(예술사박물관 본관), 벨베데르 궁전이나 레오폴드 미술관, 쇤브룬 궁전 정도를 추천하는 걸 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어느 곳보다 가장 먼저 이 곳을 추천하고 싶다. 빈이 단순히 음악의 도시만은 아니라는 걸, 빈은 다른 모든 곳에 학문이 함께 하는 도시라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도서관으로, 때로는 미술로, 때로는 음악으로, 때로는 과학으로...

나는 이번 여행을 하면서 각 도시를 '음악'이라는 공통점으로 묶고, 개별 도시의 차이점을 하나의 단어로 말하고 싶었다. (포스트 제목에 '음악 + α'라고 적어놓았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이 곳을 떠나며 빈의 +α가 무엇인지 확신하게 되었다. 그것은, 학문이었다.

마지막으로 무려 100장 가까이(정확히는 126장) 사진을 찍은 곳. 그 사진들을 하나하나 인화해서 아예 건물 하나를 만들고 싶었던 곳. 누군가에겐 그저 책이 많이 쌓인 곳일 뿐일 테지만 나에게는 한번 들어오면 떠나기 싫은 그런 곳이었던, 오스트리아 국립도서관 State Hall의 사진을 고르고 골라 이제 공개한다. 섬네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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