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19 May 2012

[영화잡담] 퍼스트 어벤저(Captain America : The First Avenger, 2011)

ⓒ Marble Studio
드디어 마지막이다. <어벤저스> 전작 중 가장 최근에 개봉한 바로 이 영화, <퍼스트 어벤저(Captain America : The First Avenger)>를 마지막으로 어벤저스 프로젝트 이전의 모든 영화를 다 달렸다. 사실 어제 <퍼스트 어벤저>를 보다가 잠들어버려서 오늘 아침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헉뜨!' 하면서 영화부터 달리기 시작했는데, 이런 내 모습이 너무 낯설었다. 누누이 말했지만 나는 영웅물이라곤 거의 손도 대지 않았던 사람이기에, <어벤저스>라는 영화 하나를 위해서 5편의 영웅물을 달린 내 자신이 마치 다른 사람 같다는 생각도 가끔 들었다. ㅡㅡ;

아무튼 <어벤저스>의 전작 중 마지막이지만 사실 이야기의 배경 상으로는 <토르> 다음으로 이 영화가 놓여져야 할 것 같다. <토르>야 뭐, 아주 오래전 빙하기가 찾아왔을 때의 아스가르드 vs. 요툰하임의 이야기부터 시작하니까 그렇다 치고, <퍼스트 어벤저>는 아돌프 히틀러가 활개치고 다닐 때의 이야기이며, 나머지 세 편은 세계대전 이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퍼스트 어벤저>의 이야기는 군 입대를 너무나도 원하지만 몸이 약해 늘 떨어지기만 하는 스티븐 로저스가 슈퍼솔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시작된다. 그의 근성을 높이 산 엘스카인 박사에 의해 슈퍼솔저 프로젝트의 적임자로 뽑힌 그는 실험을 통해 왜소한 체격의 소유자에서 아주 건장한 몸과 뛰어난 신체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변한다. 하지만 한 사람의 슈퍼솔저가 아닌 군을 원했던 미군 수뇌부는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오히려 그는 자신의 바람과 상관없이 미국 군대의 나팔수 노릇만 하게 된다. 그러다 답답해 하던 그를 옆에서 지켜본 카터 요원의 말에 자극을 받아 혼자서 적진에 뛰어들어 포로들을 구해온 뒤 제대로 영웅대접을 받게 되고, 특별히 마지막까지 조국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면서 적의 미사일이 뉴욕을 덮치는 걸 막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이 영화는 내 눈엔 적어도 '미국 중심주의'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언 맨> 시리즈에서 느꼈던 불편함은 느끼지 않았다. 독일을 적으로 둔 것은 당시 배경이 세계대전이라 그럴 수밖에 없었으며, 독일 자체를 건드린 게 아니라 '히드라'라는 과학부대를 따로 두었다는 점과 이 '히드라'가 히틀러에 반기를 들고 전 세계를 지배하려고 했다는 점을 봤을 때 크게 거슬릴 부분이 없었다 싶다.

대신 나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배우 한 사람에 꽂혀 있었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바로 그 배우, 휴고 위빙(Hugo Weaving)이 여기 나왔다니! 안그래도 무슨 레드 스컬인가 뭐시긴가를 imdb에서 봤던 것 같은데 그게 이 영화일 줄은 몰랐다. 특히 이 배우가 호주 출신인데 이 영화에서는 진짜 비영어권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대사를 치는 것이었다. 우왕 진짜 깜놀했다 ㄷㄷㄷ

그리고 이 영화에서 또 반가웠던 캐릭터, 하워드 스타크! 근데 난 왜 이 이름을 듣는 순간 걍 웃었을까나 ㅋㅋㅋ 아들만 괴짜가 아니라 아버지도 괴짜였어 ㅋㅋㅋ 비행기 안에서 카터 요원한테 퐁듀 먹자고 그러는 거 보니까 혹시 아버지도 바람둥이인가 막 이러고 ㅋㅋㅋ 그러면서 이 어벤저스 프로젝트가 진짜 치밀하게 진행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ㄷㄷㄷ

사실 이 영화는 크게 확 와닿는 게 없다 ㅡㅡ; 그냥 어벤저스 멤버 중 첫번째인 캡틴 아메리카의 탄생 그 이상의 의미는 없어 보인다. 아, 캡틴 아메리카가 방패 들고 다닐 때 왜 꼭 저 무거운 걸 들고 다녀야 할까 싶은 생각은 들었다. 방어력은 있으되 기동성이 떨어진다 뭐 그런거? ㅡㅡ;

아무튼, 이제 전작들을 다 달리고 늦게나마 <어벤저스>를 보러 간다. 다른 건 모르겠고, 토니 스타크의 괴짜 캐릭터만 안 없어졌으면 좋겠다. 아참, 티저에도 나오는 것 같던데, 로키가 무슨 일을 꾸미는 건지 이젠 나오겠지?

조스 위든 감독 덕분에 전혀 손도 안대던 장르를 5편씩이나 연속으로 달렸다. 그리고 이제, 이게 잘한 짓인지 아닌지를 <어벤저스>를 보면서 생각해보고 싶다.ㅋ 자, 이제 글은 그만 쓰고, 영화보러 고고씽! ㅋ

* <어벤저스>를 보기 위해 영화관에 앉아있는데, 순간 어벤저스 프로젝트의 전작들이 가지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과 닮은 적과 싸운다는 것. 아이언 맨은 수트를 입은 오베디아, 그리고 이반이 만든 인간형 로봇과 싸웠으며, 헐크는 자신과 똑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더 기괴하게 변한 어보미네이션과, 토르는 아스가르드에서 내려온 디스트로이어와, 마지막으로 캡틴 아메리카는 자신보다 먼저 엘스카인의 실험대상이 된 레드 스컬과 싸웠다.

* 여기 나오는 배우들 중 눈에 띄는 몇 명. 일단 위에서 얘기한 휴고 위빙은 <반지의 전쟁>에서의 모습과 <브이 포 벤데타>에서의 모습, 그리고 이 영화에서의 모습이 다 다르다. 두번째로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퍼시 요원이었던 토비 존스(Toby Jones)가 이 영화에서 알님 졸라 박사 역을 맡았다. 마지막으로 카터 요원을 연기했던 영국의 여배우 헤일리 아트웰(Hayley Atwell)은 미국, 캐나다, 독일 3국 합작 드라마인 <대지의 기둥>에서 알리아나 역을 맡았었는데, 이 때의 이미지와 이 영화에서의 이미지가 완전 달라서 솔직히 처음엔 못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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