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17 November 2012

[음악잡담] Chage & Aska - 群れ(1996)




1996인가 97년인가. 지상파 방송만 나오던 TV에서 어느 날부터  다른 채널들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당시에는 케이블 채널이 거의 없어서 채널 수도 적고 그나마 있는 채널들의 대부분은 외국 방송국들인데다(대만, 중국인지 홍콩인지 아무튼 V Channel, MTV, Star Sports... 지금 생각나는 건 이정도) 자막도 하나도 없어 말 그대로 화면만 보고 앉아있기 일쑤였다. (그런 나를 보고 내 친오빠는 한국꺼나 보지 왜 이런 걸 보냐면서 잔소리하고 그랬다;;)

그 당시 V Channel에서 자주 보여주던 뮤직비디오가 있었는데, 멤버 중 한 사람이 가수 박상민과 똑같이 생겨서 관심있게 봤었다. 대체적으로 우울하면서도, 이상하게 끌리는 노래.  뮤직비디오를 몇 번 보다 보니 화면이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일본 남성 듀오인 차게 앤 아스카(Chage & Aska)의 노래라는 걸 알았지만, 그뿐이었다. 당시 나는 일본어에도 한자에도 무지했기 때문에 가사는 바라지도 않고 처음과 마지막에 보여주던 노래제목조차 읽지 못했다.

오늘 아침, 비온 뒤 차가워진 공기를 느끼며 눈을 뜨는데 갑자기 이 노래가 생각났다. 제목도 모르고 가사도 딱 두 마디, '이츠모 이츠모'라는 것밖에 기억나지 않았다. 다행히 위키피디아에 이들의 싱글 제목 전부가 실려 있었고, 목록을 훑어보던 나는 중간쯤에선가 익숙한 제목을 찾을 수 있었다. 나도 모르게 기억하고 있던 이 노래, 몇 번이나 찾아보려 했지만 그때마다 방법을 몰라 찾지 못했던 노래. 후렴구에서 나오는 아스카의 호소력 있는 목소리가 좋았던 걸까, 아니면 차게의 모습이 친근해서 끌렸던 걸까. 이유는 모르겠다.

어쨌거나 이 노래를 들으며, 나는 잠깐이나마 내 유년시절로 여행을 떠났다. 그 곳에는 음악과 책, 그리고 보이는 것과 다르게 늘 혼자였던 여자아이 하나가 앉아있었다. 마치, 이 뮤직비디오에서 다른 '무리(群れ)'들과 섞이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두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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