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20 May 2012

[음악잡담] Rossini - La Gazza Ladra(Overture)

오랜만에 쓰는 음악잡담이다. 그동안 여행기에 올인하다 보니 계획했던 글들은 다 미뤄뒀고, 그 여행기마저도 마무리하지 못해 블로그를 반 놓고 있다가 이번 <어벤저스>를 계기로 다시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정말 오랜만에 '음악잡담'이란 말머리를 다시 달아본다. 앞으로 몇 주간 [음악잡담]이라는 말머리를 달고 올리는 이야기들은 올해 초 동유럽 여행길에 함께 했던 곡들을 주제로 꾸며볼까 한다.

ⓒ Claudio Abbado(conductor) /
Chamber Orchestra of Europe
이미지 출처 : 클릭
오늘은 그 첫번째로 요즘에도 심심하면 듣곤 하는 곡, 로시니의 <도둑까치 서곡(La Gazza Ladra(Overture))>이다. 이 곡은 사실 동유럽 여행을 준비하면서 들었던 곡이 아니라, 영국드라마 <셜록> 2시즌 첫 화에 나온 곡이었다. 그리고 원래는 이 곡을 들을 생각도 아니었다. 사실 그 주에 들으려고 했던 곡은 차이코프스키의 <비창> 교향곡이었는데, 귀에 너무 안들어와서 갈등하다 이 곡이 눈에 띄어 바로 듣기 시작했고, 요즘도 일주일에 두세 번은 꼭 듣곤 한다.

그렇다면 지겨워질 법한데도 왜 이 곡을 계속 듣냐고. 뭐랄까, 이 곡만 들으면 유럽의 거리를 마차로 달리는 기분이 들 때도 있고, 동유럽 여행 중에 직접 걸었던 거리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느낌도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곡이 밝은 분위기라 이 곡을 들으면서 걸으면 발걸음도 가벼워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게, 뭔가 기분 꿀꿀할 때 딱 들으면 기분이 급 좋아지는 효과가 있다. ㅋㅋㅋ

물론 4/4박자에서 3/4박자로 바뀌는 부분 이후에는 위와 같은 느낌이 확 줄어들어 처음엔 적응이 안되었지만, 그 뒷부분은 마치 작은 마을에서 펼쳐지는 무도회를 곡으로 옮겨놓은 기분이랄까? <오만과 편견(2005)>에 보면 마을의 무도회 장면이 나오는데, 격식을 차리지 않으면서 자유분방한 느낌을 주는 장면이다. 그 장면이, 이 곡의 뒷부분을 들으며 생각났다. 속박되지 않은 그런거? ㅎ

사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곳은 집이 아니다. 내가 근무하는 지역의 동 체육대회가 있어서 주일을 반납하고 아침부터 근처 초등학교에 나와서 개기고(!) 있다 ㅋㅋ 그리고 오늘 집에 돌아가는 길에, 난 버스 안에서 또 이 곡을 들을 생각이다. 하루의 묵은 피로를 푸는 방법, 좋은 음악과 함께 마무리하니 참 좋지 아니한가 ㅎ

그나저나 서곡에만 너무 몰입하다 보면 교향곡이나 소나타 등 긴 곡으로 못넘어갈까 걱정이 되지만, 뭐 평생 들을건데 어때 ㅋ 서서히 폭을 넓히다 보면 언젠가는 자연스레 넘어가지 않겠나 ㅋ 천천히 한번 즐겨보자고 ㅋ

* 이 글을 쓰고 얼마 뒤, 체육대회를 마치고 버스를 타고 오면서 이 곡을 또 들었다. 앞에 펼쳐진 가로수들이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데, 상쾌한 숲길을 걷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 비록 버스 의자에 지친 몸을 기대고 퇴근하는 순간이었지만, 마음만은 차에서 내려 아늑한 숲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Saturday 19 May 2012

[영화잡담] 어벤저스(The Avengers, 2012)

ⓒ Marble Studios
다량의 스포를 포함하는 이 글을 드디어 쓴다. 그 말인 즉슨,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어벤저스>를 보고 왔다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전작 5편을 1주일 동안 주말 반납하고 잠까지 줄여가면서 봤을 정도로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매우 컸다.

하지만 그만큼 걱정도 되었으니,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의 전작들을 대강 알고 있기 때문이다.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버피 더 뱀파이어 슬레이어>는 외전까지 하나 나왔으니 그래도 성공했다 치자. <파이어플라이>는 매니아들에겐 정말 호평을 받았지만 결국 1시즌으로 급 마무리되었고 <돌하우스>는 2시즌만에 급 마무리. <닥터 호러블의 싱어롱 블로그>는 저예산이라 어쩔 수 없다 쳐도 B급 분위기 쩔고. 그래 물론 잘된 작품들도 있겠지만, 감독이자, 대본 쓰는 작가이자, <파이어플라이>의 주제가를 만드는 등 다재다능하지만, 하필 내가 봤던 작품들은 뭐랄까, '어떻게 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는데 <어벤저스>가 대박났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였다;

(잠깐 옆길로 새서 <파이어플라이> 매니아들에 대해 한마디 하자면, 1시즌 DVD를 대박나게 해서 <파이어플라이>의 뒷이야기를 영화 <세레니티>로 나오게 만들었으며, 최근에는 자기들끼리 이 뒷 이야기를 독립영화로 만들어서 그 수익금으로 당시 <파이어플라이>에 출연한 몇 배우들이 후원하는 기관에 후원금을 전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다. 무시무시하다 이 사람들 ㄷㄷㄷ)

그리고 오늘 드디어 보고 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레니티>가 보였고, 조스 위든 감독을 내가 그동안 참 못믿었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소소하게 재미있었고, 앞으로도 마블 스튜디오에서 나오는 작품들은 어지간하면 달릴 생각이 들게 만드는 영화였다.

대강의 내용은 이렇다. <토르>의 엔딩 크레딧 이후 장면에서 테서랙트 큐브의 에너지를 본 로키가 아예 그 에너지를 이용해서 아스가르드에서 넘어와 호크아이 요원과 셀빅 박사를 조종하며 큐브를 훔쳐간다. 그리고 그 에너지의 여파로 쉴드 본부는 초토화되고, 닉 퓨리 국장은 비상사태를 선언하며 각지에서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 슈퍼히어로들을 불러모은다. 여기에 로키의 행동을 저지하러 온 토르까지 합세하여 팀을 만들어서 로키와 로키가 불러모은 치타우리 종족과 싸우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팀이 잘 꾸려질 리 없으니, 돌아보면 팀을 꾸리는 데 영화의 반 이상이 흘러간 것 같다 ㅡㅡ; ㅋㅋㅋ

개인적으로 <아이언 맨>의 토니 스타크 캐릭터를 가장 좋아했기 때문에, 그의 괴짜 성격이 잘 안드러나는 초반에는 크게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 중.후반에 확 재미있어졌는데, 의외로 내가 가장 안좋아했던 헐크 때문이었다. <인크레더블 헐크>의 헐크는 늘 고뇌하는 약한 브루스 배너의 이미지가 너무 강했는데, 여기서는 뭔가 웃기다. 진짜, 대박 웃기다 ㅋㅋㅋㅋㅋ 잘 패고 나서 옆에 토르 있으니까 갑자기 토르를 치고 ㅋㅋㅋㅋㅋ 로키가 자기는 신이라고 하니까 실컷 팬 뒤에 신이 약골이라 그러고 ㅋㅋㅋㅋㅋ 아 진짜 <인크레더블 헐크>의 헐크가 이런 이미지였다면 정말 재미있게 봤겠지만, 아마도 브루스 배너가 자신의 능력을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한 이후라서 이런 게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렇다고 깨알같은 개그가 헐크한테만 있다고 하면 오산이니, 우리의 토니도 개그 하나 제대로 하지 않는가 ㅋ 일단 페퍼한테 스타크 타워 퍼센트 드립 ㅋㅋㅋㅋㅋ 로키가 창으로 자기 공격하는데 안먹히니까 중년 남자 발기부전드립 ㅋㅋㅋㅋㅋ 포탈 통해서 우주로 나갔다가 거의 죽어서 숨도 못쉬고 있는데 헐크가 소리 한번 지르니까 깜놀하면서 깨고 ㅋㅋㅋㅋㅋ 아 진짜 토니 스타크 레알 사랑한다 ㅋㅋㅋㅋ

그럼 나머지 캐릭터들은 개그 없냐고. 그게, 분명 뭔가 하나쯤은 있을 것 같은데 생각나는 게 없다.......아 맞다 나머지 캐릭은 개그캐릭이라 보기 힘들지;;;

아무튼 소소한 재미도 있었지만 아쉬웠던 점! 일단 <인크레더블 헐크>에서 연기한 에드워드 노튼이 아니라 마크 버팔로가 헐크를 연기하면서 통일성이 살짝 떨어진 것. 심지어 원래 배너는 과학자인데 여기선 처음에 의사냐면서 그랬던 것;;; 그리고 콜슨 요원 왜 보냈니 으헝헝 ㅠㅠㅠㅠㅠㅠ <세레니티>에서도 두 명 골로 보내더니 아니 왜 말짱한 콜슨 요원을 골로 보내냐고요 위든님하 ㅠㅠㅠㅠㅠㅠ 내가 콜슨 요원 얼마나 좋아했는데! 심지어 첼리스트(자막에 첼로리스트라고 해놓은 번역가님 앞에 사전을 들이밀고 싶었다)랑 요즘 연애중이신데!!! 결혼은 하고 보내야 할 것 아니냐고!! ㅠㅠㅠㅠㅠㅠ 콜슨 은근히 귀여운 구석도 있고 괜찮았다고 ㅠㅠㅠㅠㅠㅠ

자 일단 눈물닦고. 이 영화를 보면서 <세레니티>가 보였던 이유는, 그 영화 역시 소소한 재미가 있으면서도 아주 가볍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초반에는 크게 흥미를 못느끼다가 나중에 확 달리는 것도 그렇고, 위에서 말했던 대로 생각지도 못한 사람을 골로 보내는 것도 그렇고... 나의 콜슨님 어흑 ㅠㅠ

여튼 이후에 또 다른 종족들이 나와서 지구를 한번 더 쑥대밭으로 만들 것 같은데, 이번에 코 제대로 꿰인 덕분에(!) 앞으로의 마블 스튜디오 작품들도 열심히 달릴 것 같다. ㅋ 다행히 <인크레더블 헐크> 속편 소식은 아직 없으니 더욱 잘 달릴 수 있을듯 ㅡㅡ; ㅋㅋㅋ 어느 것부터 먼저 나올진 모르겠지만, 기다리다 보면 분명 나오겠지? ㅎ

감독 하나 콕 찍은 덕분에 재미있는 영화들(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을 확 달렸던 한주였다. 행복했다. 제발 다음번에 드라마 또 찍으면 그때는 버피 때처럼 승승장구하길. 다음에 진짜 조스 위든 감독의 남은 작품들도 한번 달려봐야겠다! ㅋ

[영화잡담] 퍼스트 어벤저(Captain America : The First Avenger, 2011)

ⓒ Marble Studio
드디어 마지막이다. <어벤저스> 전작 중 가장 최근에 개봉한 바로 이 영화, <퍼스트 어벤저(Captain America : The First Avenger)>를 마지막으로 어벤저스 프로젝트 이전의 모든 영화를 다 달렸다. 사실 어제 <퍼스트 어벤저>를 보다가 잠들어버려서 오늘 아침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헉뜨!' 하면서 영화부터 달리기 시작했는데, 이런 내 모습이 너무 낯설었다. 누누이 말했지만 나는 영웅물이라곤 거의 손도 대지 않았던 사람이기에, <어벤저스>라는 영화 하나를 위해서 5편의 영웅물을 달린 내 자신이 마치 다른 사람 같다는 생각도 가끔 들었다. ㅡㅡ;

아무튼 <어벤저스>의 전작 중 마지막이지만 사실 이야기의 배경 상으로는 <토르> 다음으로 이 영화가 놓여져야 할 것 같다. <토르>야 뭐, 아주 오래전 빙하기가 찾아왔을 때의 아스가르드 vs. 요툰하임의 이야기부터 시작하니까 그렇다 치고, <퍼스트 어벤저>는 아돌프 히틀러가 활개치고 다닐 때의 이야기이며, 나머지 세 편은 세계대전 이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퍼스트 어벤저>의 이야기는 군 입대를 너무나도 원하지만 몸이 약해 늘 떨어지기만 하는 스티븐 로저스가 슈퍼솔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시작된다. 그의 근성을 높이 산 엘스카인 박사에 의해 슈퍼솔저 프로젝트의 적임자로 뽑힌 그는 실험을 통해 왜소한 체격의 소유자에서 아주 건장한 몸과 뛰어난 신체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변한다. 하지만 한 사람의 슈퍼솔저가 아닌 군을 원했던 미군 수뇌부는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오히려 그는 자신의 바람과 상관없이 미국 군대의 나팔수 노릇만 하게 된다. 그러다 답답해 하던 그를 옆에서 지켜본 카터 요원의 말에 자극을 받아 혼자서 적진에 뛰어들어 포로들을 구해온 뒤 제대로 영웅대접을 받게 되고, 특별히 마지막까지 조국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면서 적의 미사일이 뉴욕을 덮치는 걸 막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이 영화는 내 눈엔 적어도 '미국 중심주의'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언 맨> 시리즈에서 느꼈던 불편함은 느끼지 않았다. 독일을 적으로 둔 것은 당시 배경이 세계대전이라 그럴 수밖에 없었으며, 독일 자체를 건드린 게 아니라 '히드라'라는 과학부대를 따로 두었다는 점과 이 '히드라'가 히틀러에 반기를 들고 전 세계를 지배하려고 했다는 점을 봤을 때 크게 거슬릴 부분이 없었다 싶다.

대신 나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배우 한 사람에 꽂혀 있었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바로 그 배우, 휴고 위빙(Hugo Weaving)이 여기 나왔다니! 안그래도 무슨 레드 스컬인가 뭐시긴가를 imdb에서 봤던 것 같은데 그게 이 영화일 줄은 몰랐다. 특히 이 배우가 호주 출신인데 이 영화에서는 진짜 비영어권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대사를 치는 것이었다. 우왕 진짜 깜놀했다 ㄷㄷㄷ

그리고 이 영화에서 또 반가웠던 캐릭터, 하워드 스타크! 근데 난 왜 이 이름을 듣는 순간 걍 웃었을까나 ㅋㅋㅋ 아들만 괴짜가 아니라 아버지도 괴짜였어 ㅋㅋㅋ 비행기 안에서 카터 요원한테 퐁듀 먹자고 그러는 거 보니까 혹시 아버지도 바람둥이인가 막 이러고 ㅋㅋㅋ 그러면서 이 어벤저스 프로젝트가 진짜 치밀하게 진행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ㄷㄷㄷ

사실 이 영화는 크게 확 와닿는 게 없다 ㅡㅡ; 그냥 어벤저스 멤버 중 첫번째인 캡틴 아메리카의 탄생 그 이상의 의미는 없어 보인다. 아, 캡틴 아메리카가 방패 들고 다닐 때 왜 꼭 저 무거운 걸 들고 다녀야 할까 싶은 생각은 들었다. 방어력은 있으되 기동성이 떨어진다 뭐 그런거? ㅡㅡ;

아무튼, 이제 전작들을 다 달리고 늦게나마 <어벤저스>를 보러 간다. 다른 건 모르겠고, 토니 스타크의 괴짜 캐릭터만 안 없어졌으면 좋겠다. 아참, 티저에도 나오는 것 같던데, 로키가 무슨 일을 꾸미는 건지 이젠 나오겠지?

조스 위든 감독 덕분에 전혀 손도 안대던 장르를 5편씩이나 연속으로 달렸다. 그리고 이제, 이게 잘한 짓인지 아닌지를 <어벤저스>를 보면서 생각해보고 싶다.ㅋ 자, 이제 글은 그만 쓰고, 영화보러 고고씽! ㅋ

* <어벤저스>를 보기 위해 영화관에 앉아있는데, 순간 어벤저스 프로젝트의 전작들이 가지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과 닮은 적과 싸운다는 것. 아이언 맨은 수트를 입은 오베디아, 그리고 이반이 만든 인간형 로봇과 싸웠으며, 헐크는 자신과 똑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더 기괴하게 변한 어보미네이션과, 토르는 아스가르드에서 내려온 디스트로이어와, 마지막으로 캡틴 아메리카는 자신보다 먼저 엘스카인의 실험대상이 된 레드 스컬과 싸웠다.

* 여기 나오는 배우들 중 눈에 띄는 몇 명. 일단 위에서 얘기한 휴고 위빙은 <반지의 전쟁>에서의 모습과 <브이 포 벤데타>에서의 모습, 그리고 이 영화에서의 모습이 다 다르다. 두번째로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퍼시 요원이었던 토비 존스(Toby Jones)가 이 영화에서 알님 졸라 박사 역을 맡았다. 마지막으로 카터 요원을 연기했던 영국의 여배우 헤일리 아트웰(Hayley Atwell)은 미국, 캐나다, 독일 3국 합작 드라마인 <대지의 기둥>에서 알리아나 역을 맡았었는데, 이 때의 이미지와 이 영화에서의 이미지가 완전 달라서 솔직히 처음엔 못알아봤다.

Friday 18 May 2012

[영화잡담] 토르 : 천둥의 신(Thor, 2011)

초등학교 때 <소피의 세계>라는 철학책을 본 적이 있다. 그 때 정확한 앞뒤 문맥은 기억나지 않지만, 북유럽 신화를 이야기하면서 쇠망치를 든 토르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사실 <어벤저스>의 전작들을 보며 왜 토르가 여기 들어가는지 의문스럽기도 했다. 다른 주인공들(아이언 맨, 블랙 위도우, 헐크, 캡틴 아메리카)와 다르게 토르는 과학의 힘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그 속성상 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의문은 영화를 다 본 지금까지도 사라지지 않았다. 이것이 <어벤저스>가 기대되는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아무튼 이 영화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아스가르드의 망나니 토르의 개과천선 일대기'라고 할 수 있을듯. 전사의 피가 끓다 못해 넘치기까지 하는 토르가 괜히 객기부려 프로스트 자이언츠를 만나러 갔다가 아버지 오딘한테 딱 걸려서 아스가르드에서 인간세계로 추방되고, 거기서 제인을 만나 막 가다가 서서히 개과천선 뭐 이런 이야기. 그리고 다시 아스가르드로 돌아가서 좋은 왕이 된다 뭐 이런 결론까지.

사실 내가 본 아주 소수의 영웅물 중 감탄하도록 치밀한 이야기구조를 가진 것은 없었다. <아이언 맨>이 그나마 괜찮았지만, 사실 이 장르는 스토리보다는 액션으로 먹고 들어간다는 생각이 영화 볼 때마다 드는 건 사실이다. <토르> 역시 마찬가지로 이야기 구조보다는 보여지는 화면에 더욱 포커스를 맞춘 듯하다.

여기다 내가 지금까지 본 어벤저스 프로젝트 영화들의 특징처럼 나타나는(<인크레더블 헐크>는 예외로 하고) 깨알같은 개그 역시 빠질 수 없었다. 예를 들면, 토르가 병원에서 나가려고 난리치다 주사 한대에 기절하는 장면이라던가 ㅋㅋㅋ 제인은 심심하면 토르를 차로 친다면서 ㅋㅋㅋ 콜슨이 토르 붙잡아놓고 막 이야기하다 잠깐 나갔다 온 사이 로키가 왔다가서 잘가라고 하는데 콜슨이 '방금 왔는데 잘가라니' 이 드립 ㅋㅋㅋㅋㅋ 아 정말 토르마저 이러나요 그런가요 ㅋㅋㅋ

자 다시 숨을 고르고. 후아. 여튼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토르도 토르지만 로키가 정말 불쌍해보였다. 아버지의 인정을 받고 싶어서 벌인 무모한 짓, 거기다 자신이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까지 알고 어찌나 충격받았을지. 하지만 마지막에는 로키가 좀 많이 미웠고 엔딩 크레딧 이후에는 진짜 딱 한마디, '헐' 이라고만 할 수 있었을 뿐이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이 영화에 나오는 토르-로키, 그리고 더 크게 보면 요툰하임-아스가르드의 대결구조가 단순히 선악의 대결로 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건 사실 <인크레더블 헐크>에도 나타나는 부분인데, 브루스 배너가 과하게 흥분하면 헐크로 변해서 주위의 기물을 부순다는 것만으로 악으로 보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선한 걸로 보기도 그렇단 말이다. 그냥 이 영화는 선악 대립 없는, 내가 생각했던 영웅물(특별히 전대물)과는 꽤나 다름 양상이었다.

<토르> 역시 마찬가지다. 오딘은 과연 선한 이미지인가? 인간의 입장에서 봤을 때야 빙하기를 끝나게 해준 고마운 왕이겠지만, 요툰하임과 아스가르드의 대결상에서 본다면? 오딘은 요툰하임을 박살내놓고 가버린(물론 휴전이라고 하지만) 존재이지 않을까? 물론 로키라는 캐릭터가 악한 이미지로 그려지긴 하지만, 뭐랄까. 완벽한 선도 악도 없다는 그런 느낌을 이 영화를 보며 받았던 것 같다.

이제 <어벤저스> 전작 중 가장 최근에 개봉한 <퍼스트 어벤저>가 남았다. 이걸 보고 난 뒤 드디어 <어벤저스>를 보러 간다 ㅋㅋ 그동안 스포 피하느라고 개고생했는데 이번주까지만 견디면 된다. 아 기분좋아라. ㅋ 그나저나 조스 위든(조스 웨던이라고들 하던데, 나는 처음부터 위든이라고 불러서 그게 더 익숙하다;) 감독 덕분에 재미있는 영화를 많이 달릴 수 있었다 ㅋ 담에는 조스 위든 감독의 작품들만 또 골라서 한번 봐야겠다 ㅋ

* 이 영화를 보면서 진짜 적응 안됐던 부분. 분명 내가 아는 오딘은 물의 정령인가? 뭐 그랬었는데 갑자기 대박 건장한 아저씨가 나와서 아스가르드 왕 어쩌고 하니까 적응 안됨 ㅋㅋㅋ 나의 상상을 다 짓밟아버렸어 ㅋㅋㅋ 으악 ㅋㅋㅋㅋㅋ ㅡㅡ;

Wednesday 16 May 2012

[영화잡담] 아이언 맨 2(Iron Man 2, 2010)

ⓒ Marble Studio
토니 스타크. 이 거침없는 괴짜의 캐릭터에 도대체 뭐가 있는 걸까. 어떤 매력이 있길래 영웅물 안좋아하는 내가 이 영화를 보길 기다리고 있던 걸까. <인크레더블 헐크>에서 실망했던 걸 혹시 보상받으려는 그런 심리가 내 안에 있는 걸까. 여튼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지만, 그래도 실망하지 않고 볼 수 있었던 건 이 영화가 <아이언 맨>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토니가 자신이 아이언맨이라고 대놓고 밝힌 이후로부터 시작된다. 전편에서 이어지는 내용이기 때문에, 토니의 괴짜 성질도 여전하고 그 뒤치다꺼리 역시 여전히 페퍼와 로드 몫이라는 큰 틀도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팔라듐 중독으로 서서히 죽어가는 자신을 걱정하는 토니의 모습, 그리고 새로운 어벤저인 블랙 위도우의 등장 등 전편에선 보지 못한 이야기들도 나온다. 그리고 전편에서 엔딩 크레딧이 끝난 이후의 짧은 장면을 보지 않았다면 쉴드의 국장이 나와서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약간 물음표를 던졌을지도 모른다. 물론 난 사전에 정보를 입수해서(!) 어벤저스 전작들은 엔딩크레딧 마지막까지 다 훑어보고 있다. ㄲㄲㄲ

아무튼, 여전히 토니의 적이 '러시아' 사람이라는 것도 불편하고, 토니가 청문회에서 '나 때문에 국제 질서가 흔들리지 않고 세계 평화가 유지된다'라고 말한 부분도 또 여전히 미국을 토니에 빗댄 것 같아 불편하다. 하긴 전편과 갑자기 달라진 설정이라면 그게 무슨 속편이겠는가. 거기다 덧붙여서, 토니 아버지 하워드가 사실은 토니를 매우 아끼고 영상편지에서도 막 그런 말한 거 솔직히 좀 뻔했다 ㅡㅡ; 물론 그 엑스포 모형에 담긴 뜻은 몰랐지만;; (근데 그거 벅키볼같이 생겼던데. 흐음. ㅋㅋ)

그래도 속편답게 나를 웃겨주었던 그 깨알같은 개그들 역시 사라지지 않았다. 더미가 녹즙 만드는데 애먹으니까 와인선반 만들겠다고 하고 ㅋㅋㅋ 나탈리가 해피랑 권투하다가 해피 반쯤 기절시킨 뒤에 서류 다 끝내고 가겠다 하니까 토니는 아니라고 하고 페퍼는 가라고 하고 ㅋㅋㅋ 페퍼 잔소리에 갑자기 CEO 막 던져주는 수습쟁이 토니라던가 ㅋㅋㅋ 나탈리가 해피 차에서 옷갈아입는데 해피가 그거 본다고 한눈 파는 거라던가 ㅋㅋㅋ 페퍼랑 토니 신혼여행드립에 옥상에서 로드가 분위기 때는 거라던가 ㅋㅋㅋ 하지만 최고는 마지막 ㅋㅋㅋㅋㅋㅋ 아이언맨은 괜찮은데 토니 스타크는 별로래 ㅋㅋㅋㅋㅋㅋ 으악 ㅋㅋㅋㅋㅋㅋ 너네 로드 데려갈거냐 ㅋㅋㅋㅋㅋ(응?)

아무튼! 토니가 파티에서 진짜 수습 안되도록 술에 쩌는 모습이나 늘 독성 체크를 하는 모습, 그리고 페퍼한테 자기 상태 얘기해야 하는데 타이밍 못잡은 부분 등등 좀 안타까운 면도 있었다. 뭐랄까 이럴 땐 토니가 진짜 기계덕후(!!)가 아닌 사람이라는 느낌도 들었고. 토니의 여러 면을 볼 수 있어서 좀 새롭다? 뭐 이정도.

그나저나 콜슨 요원의 다음 행보를 보아하니 다음번에 달려야 할 영화는 <토르 : 천둥의 신>이구만. 이번 영화는 과연 어떨지. 기대도 되고 살짝 걱정도 된다. 그래도 이왕 이어지는거, 달려보는 것도 좋지 아니한가! ㅋ 이제 두편 남았다! ㅋ 그전에 제발 영화 내려가지 말아라! ㅠㅠ

* 전작 <인크레더블 헐크>에서 토니는 로스 장군에게 팀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번 편에서는 쉴드 국장이 토니가 자신의 팀에 들어오지 않겠다고 말했었다는데, 이거 설정이 좀 어긋난듯? 혹은 그 사이에 설명이 좀 모자랐다거나;

* 이 영화는 <아이언 맨>의 속편 이상으로 어벤저스 프로젝트에 필요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바로 블랙 위도우가 나오기 때문. 블랙 위도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는 없지만 이 영화에서 블랙 위도우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제목만 보고 아이언맨이라 또 안봐도 되겠다 생각한다면 그거야말로 오산이 아닐까 싶다.

* 그나저나 토니,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는 또 어디서 구했다냐 ㅋㅋㅋㅋㅋ 그리고 로드, 당최 수트 작동법은 언제 익힌겨 ㅋㅋㅋㅋㅋ

Sunday 13 May 2012

[영화잡담] 인크레더블 헐크(Incredible Hulk, 2008)

ⓒ Marble Studio
헐크.

어렸을 적에 만화인지 영화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TV에서였나 잘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한번 봐서 이미 익숙해진 그 이름. 그래서일까, 사실 이 영화가 어떤 느낌일진 대강 예상하고 있었다. 헐크가 변하는 과정을 보여줄 것이고,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변한 자신의 모습을 괴로워하는 장면도 있을 것이고. 어쨌거나 수퍼히어로 시리즈인 어벤저스 프로젝트의 일부이니 영웅 헐크를 띄워주는 내용도 있을 것이고.

여튼 결론부터 말하자면, 별로였다.

<아이언 맨>을 본 뒤 이 영화를 봤기 때문에, 같은 마블 스튜디오의 작품이라면 어느 정도 스토리도 괜찮고 뭔가 남는 게 있을 거라 생각했다. 같은 이야기라도 잘 풀어나가면 괜찮은 영화가 될 거란 기대도 했었다. (어벤저스 프로젝트에 포함된 영화는 아니지만, 2005년작 <오만과 편견>도 어떻게 보면 신데렐라 컴플렉스 + 가난한 여주인공이 부자 남자주인공을 만나는 아주 단순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 사이에 둘의 감정선이라던가 여러 주변 이야기들을 잘 끼워넣어 멋진 작품을 만들어냈다고 본다.)

그러나 이 영화는 기존의 틀에 박힌 형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똑같은 두 헐크가 선과 악으로 대립하는 모습은 전작 <아이언 맨>에서 토니와 오베디아가 각자의 수트를 입고 대결하는 모습에서 캐릭터만 바뀐 것이었고, 헐크로 변한 주인공의 모습까지도 사랑하는 여주인공은 너무 뻔한 소재였다. 여기에 승리에 대한 욕심으로 수퍼솔저 프로젝트를 진행시킨 로스 장군이나 더 나은 전투력을 위해 자신의 몸에 무리한 실험을 가한 블론스키의 캐릭터도 그렇게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인다.

또한 영화 내부에서 동일한 이야기가 반복되면서 영화가 늘어지는 느낌도 든다. 실험 후 미국에서 도망친 브루스 배너가 숨어 산다 - Mr. 블루와 연락한다 - 숨어 살다 미군에게 들킨다 - 쫓기다 헐크로 변한다 - 난폭하게 행동한뒤 다시 원점. 사이사이에 블론스키의 등장이나 베티 로스와의 동행이 나오지만 이 두 이야기가 반복되는 이야기 구조를 환기시킬 만큼 힘이 있어보이진 않았다.

마지막으로 주인공. 영화를 다 보고서도 주인공에 대한 인상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오히려 가장 반가웠던 캐릭터는 마지막에 로스 장군에게 팀을 만들 것을 권유하는 토니 스타크였다. 영웅물이면 보통 선한 역할을 하는 주인공이 부각되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달랐다. 물론 자신의 능력을 없애고 싶어하는, 이른바 '고뇌하는 주인공'을 보여주길 원했다면 그 목적은 충분히 달성한 듯하다. 하지만 그만큼 주인공이 가지는 힘이 빠져버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거기다 마지막엔 자기 힘을 없애기보다 자유자재로 통제하는 그런 주인공이라니 뭔가 앞뒤가 안맞는다는 느낌도 들고. (그렇게 자기 힘을 없애고 싶다고 막 그러면서! 마지막에 급변할 만한 모티브가 잘 안보였다.)

이제 <어벤저스> 전작 중 두 편을 봤다. 그 중 이 영화가 제일 별로일지 아니면 다른 영화가 가장 별로일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 영화에 나오는 헐크가 <어벤저스>에서는 어떻게 그려질 것인지 기대가 되기도 한다. 과연, 자신의 힘을 즐기는 헐크는 어떤 모습일까. 그건 영화를 보면 알 수 있겠지. 제발 내가 극장 가기 전까지 이 영화가 내려가지 않기를! ㅠㅠ

* 이 글을 다 쓰고 나서 구글에서 이 영화에 대한 리뷰들을 조금 찾아서 훑어봤는데, 다들 괜찮다는 반응이 주류였다 ㅡㅡ; 내가 좀 이상한가 ㅡㅡ; 뭐 어때, 세상엔 나같은 사람도 있어야해(응?)

Sunday 6 May 2012

[영화잡담] 아이언 맨(Iron Man, 2008)

ⓒ Marvel Studio
나는 영웅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SF도 마찬가지다. 내 기준에서 이 두 장르의 공통점을 꼽자면, 별 내용없이 눈만 즐겁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가 바로 이런 내 생각을 바꾼 몇 안 되는 작품 중 하나라는 것이다.

이 작품을 보게 된 계기는 지금 극장가에서 상영중인 영화 <어벤저스(Avengers)>이다. 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조스 위든(Jess Whedon) 감독의 작품들이 나름 맘에 들어서 그런가, 이 작품에 대한 기대가 꽤 컸다. 그래서 좋아하지 않는 장르임에도 이 영화는 꼭 보겠다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영화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던 중에 이 영화의 전작들이 있으며, 이 전작들이 마블 스튜디오의 어벤저스 프로젝트의 일부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왕 보는 거, 전작들을 한번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해서 개봉한 순서대로 전작들을 보겠다 마음먹었다. 그 첫번째가 바로 이 글의 제목에 나오는 <아이언 맨(Iron Man)>이다.

줄거리는 매우 단순하다. 군수업체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CEO이자 천재 공학도인 토니 스타크가 어쩌다 적진에 잡혀가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의 회사에서 만든 무기가 쓰이는 걸 본 뒤 충격먹고 개과천선, 이후 누가 이렇게 했는지 찾아내서 혼내준다...라고 적으면 좀 심하려나 ㅡㅡ; 뭐 이 과정에서 아이언 맨이 만들어지고 로드는 토니 뒷수습하느라 진땀빼고 페퍼랑은 비서에서 애인으로 관계 업글되고 등등도 있지만 그건 다 제쳐놓고!

이 영화를 재미있게 봤던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 일단 깨알같은 개그코드가 있었다. 내가 기계를 좋아해서 그런가 몰아도 토니 작업실 기계 중 하나인 더미가 토니한테 소화액 뿌리는 장면이 왜 그리 웃기는지 ㅋㅋ 그리고 하늘에서 떨어질 때 허우적대는 모습이라던가 로드가 토니 뒷수습이 어렵다느니 막 그러면서 기자회견에서 걍 훈련중 사고였다 말하는 부분에서도 혼자 터졌다 ㅋㅋ 수트 2호기 보면거 로드가 "Next time, maybe"라고 할 때도 그랬고 ㅋㅋ 이렇게 적어놓으니 로드가 무슨 개그 캐릭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는거 ㅡㅡ; ㅋㅋ

그리고 주인공! 난 영화 셜록 홈즈 개봉할 때 왜 사람들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이하 로다주)를 그렇게 핥아댔는지(!) 몰랐다. 그 영화는 셜록홈즈 팬인 내가 본 온갖 관련물 중 가장 형편없었고, 그 영화로 로다주를 처음 알게 된 나는 뭐 이런 배우가 인기가 쩌나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니 로다주가 진짜 그만큼 핥을만한 배우로구나 싶다!(그 말인즉슨 셜록 홈즈 영화 감독인 가이 리치가 로다주 홈즈를 제대로 못살려냈다는 말도 된다 ㅡㅡ;) 로다주가 아닌 다른 아이언 맨은 도저히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을 만큼 그는 이 역할에 너무도 잘 어울리는 배우였다! 뭔가 괴짜같은 캐릭터지만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은 딱 그 느낌! (...절대 로다주의 팔근육에 훅 갔다는 말은 못한다. 아무렴 그렇지... 아아 수트 작업할 때 정말 꺄악 했음 ㅠㅠ 근데 잠시만 이 느낌도 셜록 홈즈의 원작 캐릭터와 비슷한데, 걍 가이 리치를 잡자 ㅡㅡ;)

하지만 이 두 가지만으로 내 맘을 채운다는 건 말도 안된다. 당연히 마지막 이유가 있는데, 영화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이다. 군수 산업으로 많은 돈을 번 토니는 어떻게 보면 미국을 한 인간으로 축소시켜놓은 것 같아 보인다. 영화 초반에 아포지 상을 수상하고 나서 만난 크리스틴 기자가 자신의 일을 비판할 때 무기 판 돈으로 좋은 일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맞받아치는 토니의 모습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리고 동굴에서 만난 잉센의 모습과 토니가 무기제작을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의 주위 사람들 반응이 대조되는 느낌이었다. 물론 토니의 주변인들에겐 그게 밥줄이니 어쩔 수 없는 반응이었겠지만.

그러나 이 영화를 보며 불편한 것도 있었다. 바로 미국 중심주의. 수트를 입은 토니가 굴미라에 가서 적들을 쓸어버리는 장면이라던가, 마치 중동인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적으로 규정했다던가, 자신들의 기술이 아닌 미국의 무기를 사용해서 세계 정복을 꿈꾸는 적진이라던가.

뭐 이래저래 두서없이 써봤는데, 결론은 그저 그런 영웅물로 치부하기엔 영화가 꽤 괜찮다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니 다른 영화들, 특히 <어벤저스>가 정말 기대된다. 얼른 나머지 네 작품도 보고 영화괸으로 튀어가야겠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