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21 March 2012

[여행잡담] 동유럽, 음악 + α - Wien, Republik Österreich(6)

유럽생활 셋째날(1) - 트램 이야기 / 빈 중앙묘지(Zentralfriedhof)


* 본 포스트는 웹 버전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모바일로 보시는 분들의 양해를 구합니다.


ⓒ syn.sophia
빈에서 홀로 맞는 첫 아침이다. 여전히 날은 흐리지만, 창문 너머로 바라보는 아침은 고요함 그 자체다. 늘 자동차 소리와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에 익숙해져 있다가 이렇게 조용한 아침을 맞으니 새롭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추운 날씨 때문에 움직이기 싫은 마음도 가득하다. ㅡㅡ; 그래 나 귀차니즘 쩌는 소피아야 ㅡㅡ;

여튼 오늘 가려고 한 곳은 빈 중앙묘지와 빈 시민공원이다. 여행기 제일 첫 포스트에서 밝혔듯,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소재는 '음악'이다. 저 두 곳 역시 보기에는 전혀 음악과 상관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굉장히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이다. 특히 빈 중앙묘지는 더더욱.

아무튼 아침밥을 먹으며 아주머니께 오늘은 중앙묘지와 시민공원에 가겠다 하니까 나를 굉장히 이상하게 보신다 ㅡㅡ; 거기 볼 거 하나도 없다면서 ㅡㅡ; 하지만 나는 반드시 가겠다고 했고, 아주머니께서는 내게 거기에 더해서 벨베데르 궁전에 가서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를 보고 오라면서 아예 세 군데의 트램노선까지 빠싹하게 알려주셨다 ㅡㅡ; 미술엔 문외한이라 사실 별로 보고 싶진 않았는데, 사람들이 그 그림을 보러 거기에 간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긴 해서 그냥 가보기로 했다.
ⓒ syn.sophia

자 이제 빠르고 편리하지만 한편으로 좀 칙칙한 우반을 벗어나서 트램을 타러 가자! 하는 마음으로 숙소를 나섰다. 반대쪽 길에서는 사람들이 모여서 횡단보도 신호위반을 하고 있었고(이 장면을 보며 유럽 사람들이 신호 대박 잘지킨다는 환상이 팍 깨짐) 나는 3일 교통권을 사기 위해 케플러플라츠역으로 일단 향했다. 그리고 나서 이제 트램 정류장을 찾아야 하는데, 오 마이 갓. 아무리 봐도 트램(Tram)이라고 써진 곳이 없는 것이다! 대박 황당 ㅡㅡ; 결국 근처에서 두 바퀴 정도를 돌고 나서야 민박집 아주머니께서 말씀하신 트램 정류장을 찾았는데, 그제서야 내가 왜 정류장을 찾지 못했는지 알게 되었다.

트램의 이름이 트램이 아니었다.

옆에 첨부한 사진이 바로 트램 정류장을 나타내는 표지판인데, 빈 트램의 정식 명칭은 슈트라센반(Strassenbahn, 거리 전차 뭐 그런 의미)이다. 저 사진은 벨베데르 궁전 앞에서 D번 트램을 기다리며 찍은 건데, 이 표지판 밑에는 이 부근의 지도와 트램이 도착하는 시간 등이 나와 있다. 역시 사진을 클릭하면 관련 사진들이 튀어나온다는 거 ㅡㅡ; 그러니 딴 맘 먹지 말고 클릭하시라(여행기가 너무 쓸데없이 길어져서 사진들은 걍 이렇게 한몫에 모으고 있음 ㅡㅡ; 절대 귀찮아서 그런 거 아니다 ㅡㅡ;)

71번 트램을 타고, 빈 중앙묘지로 향했다. 빈 중앙묘지는 이 트램의 종점에 있는데, 근처 정류장만 세 개다. 그렇다고 아무데서나 내리면 안되고 꼭 두번째 입구(Zentralfriedhof 2)에서 내려야 한다. 하도 넓어서 잘못 내리면 개고생한다. 아무튼 여길 지나는데 울산 현대자동차 생각이 났다. 젠장 자동차 공장 앞 버스 정류장만 몇 개야 ㅡㅡ;

도착한 빈 중앙묘지. 묘지다 보니 바로 앞에서 꽃을 팔고 있다. 뭐, 나는 구경하러 간 것이지 조의를 표하러 간 게 아니기 땜시롱(...사실은 돈 아끼느라 ㅠㅠ) 꽃은 패스. 그런데 여긴 우리처럼 흰색 꽃만 묘지에 가지고 들어가는 게 아니라, 여러 색깔의 꽃을 갖고 갈 수 있었다.

어쨌거나, 빈 중앙묘지는 말 그대로 묘지다. 하지만 절대 빈 중앙에 있지는 않다. 그냥 합동묘지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곳인데, 이 곳은 단순히 '묘지'에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가 아는 유명한 음악가들을 한번 대보자. 으음, 브람스 베토벤 슈베르트 모차르트... 여기서 좀더 나가면 요한 슈트라우스 부자와 브람스 주페... 이들의 무덤이 전부 이 곳에 모여 있다. 어디선가 읽은 바로는 빈 정책 담당자 중 한 사람의 아이디어로 이 곳이 만들어졌다던데, 유명한 음악가들의 무덤을 모아놓으면 일반인들도 이 곳을 잘 이용하게 될 것이란 생각이었다나. 그것은 현실이 되었으니, 나는 음악가들의 무덤을 보러 갔지만 나 말고도 몇몇 가족들이 꽃을 들고 누군가의 무덤을 향해 가는 걸 볼 수 있었다.

물론 음악가들의 묘지만 이 중앙묘지에 있는 건 아니다. 위키피디아(영문) 페이지에 보면 여기 묻힌 사람들 중 유명한 사람들의 목록이 나와 있는데, 배우나 화가, 작가, 수학자 등등 여러 분야에서 이름있는 사람들이 묻혀져 있다. 또한 무슬림 지구와 개신교인 지구, 불교인 지구 등도 나눠져 있으니, 이것만 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 묻혀있을까 싶기도 하다.

여튼 트램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입구를 따라 조금 걸어가니 32A 구역이라는 표지석이 나온다. 오늘의 첫 목적지, 음악가들의 묘지. 조금 더 걸어가니 안내도가 나온다. 보기엔 엄청 넓어보이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진짜 한바퀴 다 도는데 30분? 아니다. 후다닥 돌면 10분도 안걸린다 ㅡㅡ; 하지만 그 묘비에 적힌 음악가들의 이름을 보며 내가 들어본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뭔가 반갑기도 하고. 굉장히 독특한 느낌이었다. 말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정말 독특했다.

이 곳에선 다녀온지 두 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모차르트의 묘비 앞에 서 있는데, 사실 나도 모차르트의 묘비인지는 몰랐다. 그러다 내 뒤에 외국인 부부로 보이는 두 관광객이 사진을 찍으려고 서 있는 걸 보고 옆으로 비켜주었다. 그중 남자분이 사진을 찍더니 내가 서 있던 그 묘비 앞으로 가서 이리저리 둘러보고, 어이없다는 듯이 상대분에게 한 마디를 했다.

"It's Mozart! Kate, it's Mozart!"

순간, 모차르트의 말년 이야기가 생각났다. 마침 그 때 mp3에 모차르트의 <레퀴엠> 파일을 넣어 간 게 생각나서 바로 mp3를 꺼내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그 곡까지 듣고 있으니 뭔가 먹먹한 느낌이 몰려왔다. 어렸을 때는 천재 음악가로 이름을 날리고 사람들의 부러움과 찬사를 받아왔지만, 말년에는 노름에 빠지고 결국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이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지... 그의 장례식 행렬을 끝까지 따라간 사람이 없어 그가 정확히 어디 묻혔는지 아는 사람도 하나 없고, 그나마 추정한 위치가 현재 빈 세인트 막스 공원 안에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곳에 기념비를 세우고 빈 중앙묘지에 묘비를 세웠지만, 세인트 막스 공원에 있는 그 곳이 진짜 그의 무덤인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 그래서 그의 묘비가 더욱 특별하게 보였는가 보다. 나는 그 묘비 앞에서 한참을 떠나지 못하다, mp3 배터리가 다 되어서 노래가 더이상 나오지 않았을 때에야 32A 구역을 나올 수 있었다.

이제 중앙묘지를 나와야 할 시간. 그 전에 묘지 안에 있는 성당을 찾아갔다. 칼 보로매우스 키르헤(Karl-Borromäus-Kirche, Charles Borromeo Church, 혹은 이 곳에 묻힌, 이전 시장의 이름을 딴 Dr.-Karl-Lueger-Gedächtniskirche (Karl Lueger Memorial Church))라고 불리는 곳인데, 원형 지붕부터 지금까지의 성당들과는 느낌이 달랐다. 내부장식은 더더욱 달랐으니, 마치 비잔틴 교회의 느낌? 나도 이 부분은 문외한이지만, 슈테판 대성당이나 성 베드로 교회와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슈테판 대성당에서의 일 때문에 혹시나 돈 내고 들어가야 하는 곳일까봐 완전 초긴장했다가 그냥 들어가면 되는 곳인 걸 알고 안도하고 둘러본 뒤 그렇게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아슬아슬하게 점심시간이 다 되었을 무렵, 묘지에서 나오자마자 아주 썰렁한 거리를 마주친 나는 벨베데르 궁전 앞에서 점심을 먹겠다 생각하고 다시 트램에 올랐다. 남들은 볼 것 없다고, 도대체 왜 가는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할지도 모를 중앙묘지. 하지만 내게 이 곳은 반드시 가봐야 할 곳이었고, 갈 만한 가치가 있던 곳이었다. 마지막으로, 그 곳의 사진을 이 곳에 올려둔다. 이젠 알아서들 섬네일 클릭하시리라 믿고. 벨베데르로 고고씽. ㅡㅡ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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