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16 June 2012

[음악잡담] Mozart - Requiem in D minor KV 626

몇년 전에, 성악을 전공하던 동아리 후배가 학교에서 음악회를 한다길래 찾아간 적이 있었다. 음악회라고는 어릴 때 학교 숙제로 딱 한 번 찾아간 게 전부였는데, 그때 멘붕을 경험해서 음악회에 대한 기억이 크게 좋진 않았다(곁다리로 이유를 설명하자면, 피아노 레슨을 그만둔지 얼마 되지 않아 간 음악회에서 하필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이 연주되고 있었고, 나는 피아니스트의 손을 보면서 절대 난 저렇게 될 수 없을 거라며 진짜 절망했더랬다....ㅠㅠ)

아무튼 그 음악회에서 들었던 곡이 바로 '레퀴엠(Requiem)'이었다. 보통 '진혼곡'이라고 하던데, 가사를 모르니 왜 진혼곡인지 도저히 감은 안잡히고(이노무 라틴어 ㅠㅠ) 그냥 '와~ 잘한다;;;' 이정도로만 만족하고 나왔더랬다. 그게 벌써 몇년 전이냐.... 아 잠시 흘러간 세월을 기억하며 눈물 좀 닦고 봅시다. 어흑. ㅠㅠ

ⓒ DG DVD
자 이제 다시 정신차리고. 그래도 '진혼곡'이니까 분명 죽음과 관련있을거라 생각해서 몇달 전 동유럽 여행 때 이 곡을 챙겨갔었다. 나름대로의 계획도 있었다. '빈 중앙묘지에 가면 반드시 이 곡을 들어보리라!' 였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반 정도 성공했다. 이유는 예전에 썼지만 잘 듣고 있는 중에 mp3가 너무 추운 날씨를 견디지 못해 급 방전ㅡㅅㅡ 그래도 그때 잠깐 들었다고, 이 곡을 들으면 내 눈 앞에 모차르트의 묘지가 아른거리며, 그때 들었던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모차르트가 실제로 묻혔던 곳이 어디인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현재는 빈 중앙묘지의 32A구역(통칭 음악가들의 묘지라고 불리는 곳)에 묘비가 있다. 그리고 그 전에는 성 막스 공원에 그의 묘비가 세워져 있었지만, 사실 이 곳은 모차르트가 '묻혀 있으리라 생각되는' 곳이다. 그가 죽은 뒤 장례행렬을 마지막까지 따라간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모차르트가 실제로 저 곳에 묻혀있었는지, 아니면 다른 곳에 묻혀 있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 정설인 듯하다(위키피디아에서는 New Groove라는 자료를 인용해서 다른 식으로 서술하고 있지만, 일단 이건 논외로 두고.)

어떻게 죽었든, 나는 모차르트가 외로웠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어린 나이에 음악 하나로 부와 명성을 얻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평범한 것들을 잃어버리진 않았을까. 예전에 TV에서 천재 초등학생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는데, 친구들과 노는 대신 수학과 과학 공부를 하면서 아주 어린 나이에 대학에 들어가 공부하는 그 아이를 보니 오히려 불쌍해보였다. 남들보다 뛰어난 무언가를 가진 것은 맞지만, 그만큼 '아이다움'이 사라져버린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 나이의 아이들이라면 수학과 과학에 매달리기보다 보통 친구들과 노는 걸 더 좋아할텐데. 어릴 때의 모차르트도 그렇지 않았을까.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아니 진짜 좋아했는지 알 수는 없겠지만) 재능을 인정받는 대신 너무 많은 일상을 잃어버려 답답해하진 않았을까.

그래서 나는, 그가 잿빛 사나이에게 의뢰받은 이 곡이 어쩌면 그 자신을 위한 곡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했다. '진혼'이라는 의미가 맞다면, 그 자신의 힘들고 고단했던 영혼을 위로하는 곡을 자신이 아니라 자신의 제자들에게 맡기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지칠대로 지쳐버려서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었을지도' 모른다고.

이런 생각을 했기 때문일까, 이 곡을 들으면서 모차르트의 묘비를 보는데 뭔가 울컥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기분은, 이 곡을 들을 때마다 묘비의 모습과 함께 내 기억 속에서 되살아난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이 곡을 들으며 생각한다.

"Requiem aeterman dona eis, Domine, et lux perpetia luceat eis."
(영원한 안식을 저들에게 주소서, 주여, 영원한 빛을 저들에게 비추소서.)


(라틴어 가사 출처 : 전남중등음악사랑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