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그 음악회에서 들었던 곡이 바로 '레퀴엠(Requiem)'이었다. 보통 '진혼곡'이라고 하던데, 가사를 모르니 왜 진혼곡인지 도저히 감은 안잡히고(이노무 라틴어 ㅠㅠ) 그냥 '와~ 잘한다;;;' 이정도로만 만족하고 나왔더랬다. 그게 벌써 몇년 전이냐.... 아 잠시 흘러간 세월을 기억하며 눈물 좀 닦고 봅시다. 어흑.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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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진 바에 따르면, 모차르트가 실제로 묻혔던 곳이 어디인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현재는 빈 중앙묘지의 32A구역(통칭 음악가들의 묘지라고 불리는 곳)에 묘비가 있다. 그리고 그 전에는 성 막스 공원에 그의 묘비가 세워져 있었지만, 사실 이 곳은 모차르트가 '묻혀 있으리라 생각되는' 곳이다. 그가 죽은 뒤 장례행렬을 마지막까지 따라간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모차르트가 실제로 저 곳에 묻혀있었는지, 아니면 다른 곳에 묻혀 있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 정설인 듯하다(위키피디아에서는 New Groove라는 자료를 인용해서 다른 식으로 서술하고 있지만, 일단 이건 논외로 두고.)
어떻게 죽었든, 나는 모차르트가 외로웠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어린 나이에 음악 하나로 부와 명성을 얻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평범한 것들을 잃어버리진 않았을까. 예전에 TV에서 천재 초등학생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는데, 친구들과 노는 대신 수학과 과학 공부를 하면서 아주 어린 나이에 대학에 들어가 공부하는 그 아이를 보니 오히려 불쌍해보였다. 남들보다 뛰어난 무언가를 가진 것은 맞지만, 그만큼 '아이다움'이 사라져버린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 나이의 아이들이라면 수학과 과학에 매달리기보다 보통 친구들과 노는 걸 더 좋아할텐데. 어릴 때의 모차르트도 그렇지 않았을까.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아니 진짜 좋아했는지 알 수는 없겠지만) 재능을 인정받는 대신 너무 많은 일상을 잃어버려 답답해하진 않았을까.
그래서 나는, 그가 잿빛 사나이에게 의뢰받은 이 곡이 어쩌면 그 자신을 위한 곡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했다. '진혼'이라는 의미가 맞다면, 그 자신의 힘들고 고단했던 영혼을 위로하는 곡을 자신이 아니라 자신의 제자들에게 맡기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지칠대로 지쳐버려서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었을지도' 모른다고.
이런 생각을 했기 때문일까, 이 곡을 들으면서 모차르트의 묘비를 보는데 뭔가 울컥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기분은, 이 곡을 들을 때마다 묘비의 모습과 함께 내 기억 속에서 되살아난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이 곡을 들으며 생각한다.
"Requiem aeterman dona eis, Domine, et lux perpetia luceat eis."
(영원한 안식을 저들에게 주소서, 주여, 영원한 빛을 저들에게 비추소서.)
(라틴어 가사 출처 : 전남중등음악사랑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