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25 February 2012

[드라마잡담] 로맨스가 필요해


(이미지 출처 : Libro 부커스 컬처클럽

#. 나는 로맨틱 코미디물을 아주아주 싫어한다. 예전에 동아리 리더 아웃팅에서 <이별후애(Break Up)>란 영화를 극장에서 보고 혹평을 늘어놓았으며(뭐 사실 그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라는 걸 떠나서 너무 이상했다 ㅡㅡ;) 20년 넘게 살면서 만족한 로맨틱 코미디물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사실 이틀만에 16개 에피소드를 다 달리고 이렇게 잡담을 쓰는 내가 어색하기 그지없다.


#. 뭐, 이미 결말은 알려져 있으니, 스포 표시 안하고 쓰자면 말이다, 이 드라마를 달려야지! 라고 생각하자마자 결말을 확인했다. 그리고 인영이 성현이 아닌 성수와 연결되는 걸 보고 1화부터 보기 시작했다. 만약 성현과 연결되었더라면, 난 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결국은 다수의 로맨틱 코미디에서 볼 수 있는 '신데렐라 스토리'에서 결국 벗어나지 못했을 테니까.

여기서 잠깐, 만약 선우인영이 아무도 선택하지 않았다면? 사실 인영의 입장에선 그런 편도 나았겠지만, 드라마 전체로 봤을 때 이 결말은 오히려 더 생뚱맞아 보인다. 이 드라마는 연애에 대한 이야기이지 선우인영의 홀로서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지지한 것이 성수였고, 나는 결말에 만족한다.


#. 그렇다고 내가 김성수를 늘 지지하는 건 아니다. 성수의 눈빛에 설렌 만큼 성현의 미소에도 홀딱 반했을 뿐더러, 성수가 강희와 키스하는 순간 싸대기를 날리고 싶었고, '남자라서 그런 거다'라는 변명에 다시 한번 싸대기를 날리고 싶었으니까. 단지 내가 성수와 인영이 맺어졌으면 했던 이유는, 성수의 눈빛과 행동에서 인영을 잊지 못한다는 게 보인 것도 모자라 인영에게서도 그런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인영의 말을 빌어 그것이 '습관'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가는 캐릭터는 현주. '형식미'를 추구한다고 하지만, 단순히 연애의 형식미를 넘어 그녀는 늘 완벽하려 한다. 명문 여대를 졸업하고 고시도 1년만에 합격한 검사출신 변호사라는 평가 이면에는 피아니스트이자 미혼모인 자신의 어머니 장현희에 대한 컴플렉스가 녹아있지 않았을까.


#. 그리고 가장 가슴아픈 캐릭터는 서현이다. 자유연애주의자이며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큰 성공을 거둔 모습들이 그녀를 우러러보게 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 이면에 벗어날 수 없는 외로움이 녹아있는 듯하여 가슴아플 때가 있었다.


#. 그럼 인영은? 이상하게 난 인영에게는 크게 감정이입이 안되더라. 뭐랄까, 사실 그녀는 완벽해 보인다. 10년 동안 사귄 남자친구도 있고, 그 남자친구와 틀어졌을 때 백마 탄 왕자님이 나타나질 않나. 세 여주인공 중 가장 판타지스러운 캐릭터가 인영이 아니었나 싶다. 뭐, 내 느낌이다. ㅋ


#. 이 드라마는 직설적이다. 돌려서 말하지 않는다. 세 여주인공이 말하는 연애 이야기는 상투적이지 않다. 공감가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내 연애까지도 생각해 보게 만든다. 그게 내가 이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였다. 따분한 신데렐라 이야기도 아니고, 자극적인 불륜 소재나 무슨 이상한 가족사를 끌어들이지도 않는다. 그냥 그녀들의 일과 사랑 이야기를 보여준다. 꾸밈없이. 그게 이 드라마가 가진 매력이다.

덧붙여, 화면이 너무 예쁘다. 드라마 중간중간 스틸컷으로 잡아주는 화면들은 진짜 캡처해서 소장하고 싶을 정도다. (물론 그 장면을 보면서 아 프리미어의 filmstrap 파일로 저런 게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나는......;;;)


#. 그나저나 이 드라마 시즌 2가 나온단다. 그런데 인영과 성수가 안나온단다;;; 흐음, 스케줄 때문이라곤 하는데 아쉽긴 하다. 절대 성현보다 성수를 더 좋아해서 그런 거 아니다 ㅡㅡ; ㅋㅋㅋ 어쨌거나 시즌2에서도 솔직하고 공감가는 이야기들로 꾸며주기를!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