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19 March 2012

[여행잡담] 동유럽, 음악 + α - Wien, Republik Österreich(5)

유럽생활 둘째날(2) : 호프부르크 지구, 고음악과 중세 무기를 만나다


* 이 포스트는 웹 버전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모바일로 보시는 분들의 양해를 바랍니다.

혼자 다니는 빈 여행을 처음 시작한 곳은 예술사박물관(Kunsthistorisches Museum) 중 중세 갑옷과 무기 전시실이었다. 이 건물의 정식 명칭은 노이에부르크(Neue Burg, 신왕궁)이며, 예술사박물관의 두 전시실(중세 갑옷과 무기 / 고전 음악)과 에페수스 박물관 이외에도 오스트리아 국립도서관 열람실 등이 자리잡고 있는 곳이다. 노이에부르크는 호프부르크(Hofburg) 궁 지구 건물 중 하나인데, 20세기 초반에 지어진 건물임에도 마치   그 이전에 지어진 것처럼 다른 건물들과 굉장히 잘 어우러져 있었다.

여기서 잠깐. 위의 문단을 보면 내가 '빈 예술사박물관 중 중세 갑옷과 무기 전시실'이라고 써놓은 부분이 있다. 그렇다면, 빈 예술사박물관엔 다른 전시실도 있단 말인가? 답을 하자면, 그렇다! 사실 이 포스트를 쓰기 전까지도 호프부르크 지구와 무제움스 콰르티아(Museums Quartier, 이하 MQ)가 헷갈려서 결국 위키피디아 영문판을 정독하고 나서야 이 둘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정리 차원에서 이 둘의 차이를 적어둔다.

ⓒ syn.sophia
사진을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이곳 역시 궁 내부에 여러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경복궁이 단순 관광지로 쓰이는 반면, 이곳 호프부르크는 대통령 집무실, 승마 학교, 오스트리아 국립도서관 열람실 등 여러 용도로 지금까지도 쓰이고 있다.

옆 사진이 바로 호프부르크 지구 안내판인데, 저 중 빨간 부분이 호프부르크 내부 건물들이다(초록색은 잔디밭). 물론 저 많은 건물들이 한번에 다 지어지진 않았으며, 13세기부터 20세기까지 계속 확장된 지역이 바로 이 곳이다. 그리고 MQ는 저 안내판 가장 왼쪽에 보이는 세로로 긴 분홍 사각형 지구이다. 레오폴드 미술관이 바로 이 MQ 지역에 있다.

그리고 MQ 앞에 있는 두 분홍색 사각형이 빈에서 정말 유명한 박물관인 미술사 & 자연사 박물관이다(이 두 건물은 MQ에 포함되지 않음). 이중 미술사 박물관은 예술사박물관의 중심 건물이자 미술 전시실을 한 건물에 모아둔 곳이다. 예술사박물관은 이번에 간 노이에부르크의 전시실들과 이곳 미술사박물관을 포함하여 총 5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중 하나는 빈이 아닌 인스부르크(Innsbruck) 지역에 있다.

이제 주저리 주저리 말은 여기서 끝내고, 페스트 희생자 추모비에서부터 노이에부르크 건물 앞까지 찍었던 풍경들을 또 한번 사진으로 남겨볼까 한다. 옆의 섬네일을 클릭하면 사진을 볼 수 있다. 참고로 저 섬네일 중간에 뒷모습만 나온 두 분이 있는데, 우리 부모님이다 ㅋㅋ 초상권 땜시롱 뒷모습 인증만 살포시 ㅋ

자 설명은 여기까지 하고 이제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보자. 사실 전시실 두 곳이라길래 뭐 엄청나게 오래 있겠나 싶었지만, 오래 있었다. 거의 세 시간 정도 있었는데, 그것도 너무 지쳐서 도저히 더 못있을 것 같아서 나왔다. 뭐 이런 무시무시한 박물관이 다 있냐!

아, 이 박물관은 비엔나 카드 대상이 아니다. 뭐 비엔나 카드가 없었던 나는 크게 상관이 없었지만. (사실 이 박물관 때문에 나는 비엔나 카드가 있으나 마나 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ㅋㅋ) 그리고 이 박물관에선 꼭 오디오 가이드를 빌리길 바란다. 왜냐. 영어설명이 없다 ㅠㅠ 우쒸 나보고 죽으란 말여 ㅠㅠ 진짜 설명이 다 독일어 ㅠㅠ 에페수스에는 가끔 영어가 보이더만 그것도 뭐 ㅠㅠ 난 그냥 팜플렛만 샀을 뿐이고 ㅠㅠ 거기다 나는 오디오 가이드를 원래 안들어서 안빌렸는데, 알고 보니 고음악 전시실에 있는 몇 가지 악기들 소리를 오디오 가이드에서 들을 수 있게 해놓았다 ㅠㅠ 아오 아까비 ㅠㅠ

자 그만 울고. 사실 중세 갑옷과 무기 전시실은 사실 내 취향이 아니다. 거기다 설명이 독일어로 되어 더 내 취향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ㅡㅡ; 그래서 쉬어간단 의미로 생각하고 각 전시실마다 있는 의자에 앉아가며 구경하고 있었는데(여러 방 중 한 곳은 내부수리중인지 못들어가게 해놔서 못갔다), 잘 보니 각 시대별로 갑옷이 좀더 정교해지고 화려해지는 게 보인다! 우오오 역시 내 눈은 이런 걸 그냥 허투루 보지 않는구나! 관심분야가 아니라 그런가 뭔가 엄청 기뻤다 ㅋㅋㅋ 이런 거 좋아할 녀석 한 명 있는데 아마 본인은 누군지 알거다 ㅋㅋㅋ

여튼 그렇게 중세 갑옷과 무기 전시실을 본 뒤 고음악 전시실로 넘어가려고 하는데, 여기서 살짝 미로찾기가 필요하다. 팜플렛에 보면 아주 고대의 악기(피타고라스 악기도 있다!)부터 시대순으로 따라가도록 되어 있는데, 중세 갑옷과 무기 전시실에서 바로 연결되는 방으로 가면 이 곳을 나중에서야 보게 된다. 그래서 공개하는 길찾기 방법! 중세 갑옷과 무기 전시실을 보다 보면 초반에 큰 로비가 나오면서 두 명의 검투사가 말을 타고 싸우는 장면을 만들어놨다. 그 옆에 보면 영어로 '에어컨 틀어놨으니 문 닫아주세염'이라 쓰여져 있는, 복도식의 작은 갤러리가 있다. 이 방으로 들어가야 한다. 어찌나 복잡하게 만들어 놓으셨는지! ㅡㅡ;

이제 고음악 전시실을 둘러볼 차례! 하지만 말이 고음악(Ancient Music) 전시실이지 사실은 그냥 클래식 음악(Classical Music) 전시실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시대별로 악기를 정렬해놨고, 음악의 도시답게 몇몇 전시실에는 유명 클래식 음악가들에게 헌정하는 방을 만들어 그들의 흉상과 그 시대에 쓰였던 악기들을 함께 전시하고 있었다. 아쉽게도 친필악보 등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그건 다른 곳에서 만날 수 있었으니 상관없다.ㅋㅋ

그런데 여기서 또 한번 좀 특별한 일이 있었다. 모차르트 방을 구경하고 있을 즈음, 갑자기 노래소리가 들렸다. 나는 아주아주 순진하게(?) 음악관련 전시실이라 음악을 틀어줬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ㅡㅡ; 알고 보니 바로 옆에 있는 베토벤 전시실에서 누가 마티니(Martinee, 아주 간단한 공연이라고 생각하면 됨) 연습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문 밖으로 들리는 그 소리는 클래식 음악에 이제 막 발을 담근 나에게도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게 다가왔었다. 그래서 그 전시실에서 한참을 앉아 음악을 들었다. 빈에서 클래식 공연은 한번도 가지 못했지만, 상관없었다. 그냥 나는 화려한 공연보다 이 순간이 더 좋았다. 대신 이 연습 때문에 베토벤 방에 못들어가서 다시 다른 방을 찾아 온 박물관을 다 헤매고 다녀야 했다는 게 함정이라면 함정 ㅡㅡ;

이제 서서히 체력이 바닥나서 정신줄님하가 끊어지려고 하는데, 여기 박물관 하나 더 있으셈 ㅡㅡ; 에페수스 지역 유물들로 꾸며진 에페수스 박물관이었는데, 이상하게 나는 고대 그리스.로마 시절의 유물에는 별 관심이 없어서 그냥 대강 봤다. 박물관을 여러 군데 다니다 보니 아무리 하나를 집중해서 본다 해도 결국엔 다 잊어버린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사진을 첨부한다. 두 전시실 + 에페수스 박물관에서 찍은 사진들인데, 각 전시실별로 특징이 뚜렷하기 때문에 이 사진은 어느 곳에서 찍었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아직 박물관 내부에서 사진찍는 게 익숙하지 않았던 터라 사진이 많지는 않다. 역시 오른쪽 섬네일 클릭!


그렇게 보낸 시간이 약 세 시간. 이제 해는 지평선 너머로 넘어가기 일보 직전인데, 호프부르크를 나가서 슈테판플라츠를 향해 가려는 순간! MQ 내 광장에서 무슨 행사가 있는지 경찰들이 길을 막아놨다! 끄악 ㅡㅡ; 잠깐 방황하다가 일단 다른 우반 역을 향해 걷다보니 U3 노선인 헤렝가세 역이 나온다. 그 순간 슈테판플라츠가 1/3호선 환승역이란 걸 기억해낸 니는 망설임없이 헤렝가세 역으로 내려가 우반을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우반 역간 거리가 그리 길지 않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유럽에서의 둘째날, 나홀로 여행의 자유로움을 느낀 시간이었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