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23 March 2012

[여행잡담] 동유럽, 음악 + α - Wien, Republik Österreich(7)

유럽생활 셋째날(2) - 벨베데르 궁전과 빈 시민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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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램을 타고 다시 벨베데르로 고고씽. 중간에 잘못 탔나 싶어서 한번 내려주시고 ㅡㅡ;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나 모르겠다 ㅡㅡ; 아무튼 그렇게 찾아간 벨베데르는 입구조차 찾기 힘든 곳이었다. 아니 궁전이라는데 입구는 왜이리 작은겨! 다행히도 트램 정류장에 나온 지도대로 찾아가니 어느 구석탱이(!)에 'Belvedere'라고 써진 깃발이 있는 걸 발견하고 그곳으로 들어가니, 하궁(Lower Belvedere)이 나타났다.

점심때이긴 했지만 계속 돌아다녀서 조금 지쳤는지 크게 입맛도 없었고 일단 표부터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매표소를 찾아가는데, 이건 뭔가요 너님 왜이러세요 완만한 경사가 쭉 이어진 길을 죽어라 걷는 건 아니잖아요 ㅡㅡ; (실제로 벨베데르 궁전에 가보면 하궁과 상궁(Upper Belvedere) 사이를 지나다니며 조깅하는 사람들 쉽게 볼 수 있다;;; 나는 그 사람들이 왜 그러나 싶었는데, 직접 걸어보니 알겠더라 ㅡㅡ;) 여행 전에 워킹화 사길 천만 다행이다 싶을 정도. 못 믿겠다면 섬네일을 클릭하여 나오는 사진들로 대강 유추해보시라 ㅡㅡ;

아무튼 상궁 근처에 가니 사람들이 갑자기 궁 한쪽으로 사라진다. 그 사람들을 따라가 보니 Tickets라고 적힌 안내판이 있다. 개고생해서 올라와 티켓을 사고 나니 살짝 배가 고파져서 일단 다시 나갔다. 그런데 주위에 음식점 따위 없ㅋ엉ㅋ 아놔 ㅡㅡ; 그나마 하나 있는 게 샐러드 가게였는데, 당시 고기와 빵이 살짝 질려서(얼마 먹었다고!! ㅡㅡ;) 채소가 좀 그리웠는데, 토마토 샐러드가 땡겨서 주저없이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때까진 몰랐다. 내가 이 토마토 샐러드를 정말 억지로 먹게 될 줄이야. ㅡㅡ;

일단 음식점에 들어가서 토마토 샐러드와 오렌지 주스를 달라고 했다. 종업원이 피타(빵, 씬피자 도우같이 생겼음)도 먹겠냐고 하길래 그러겠다고 했다. 음식이 나왔고, 처음엔 올리브유 드레싱 가득한 토마토 샐러드가 정말 맛있었다. 거기다 피타까지! 배도 채우고 입도 깔끔하게 하고 가겠구나 했는데, 모든 재앙은 이때부터 시작되었으니,

생 올리브를 씹었다.

으웩. 그 순간부터 올리브유 드레싱은 완전 초 느끼함으로 다가왔고, 피타와 오렌지주스가 아니었으면 이 샐러드 끝까지 다 못먹을 뻔했다. 내가 먹은 접시엔 올리브가 다섯 개 들어 있었는데, 세 개까지만 먹고 결국 남겨야 했다 ㅠㅠ 아아 생 올리브는 진짜 먹을 게 못되는구나 ㅠㅠ 거기다 계산할 때 보니 공짜로 주는 줄 알았던 피타가 유료였더라 ㅡㅡ; 너님들 서비스 정신은 이따우이신가염이라고 말해 주고 싶었으나 어쩌랴. 내 영어는 짧고 입에는 샐러드 안에 있던 양파 냄새가 가득하니. ㅡㅡ;

아무튼 그렇게 배를 채우고 조금 전에 산 티켓을 들고 상궁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티켓을 내미니 옷과 가방을 카운터에 맡겨 두라고 한다. 50유로센트를 내면서 역시 이곳은 이런 게 필수인가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ㅡㅡ; 심지어 나는 가방만 맡겼으니, 돈과 중요한 건 전부 옷 주머니에 넣어다녔기 때문이다. 그래서 덥기는 제대로 덥고 짐 맡긴 효과는 거의 없고 뭐 그랬다.

ⓒ Fritz Schwarz-Waldegg
출처 : Österreichische Galerie Belvedere(클릭)
그렇게 들어간 벨베데르 상궁 내부는 정말 넓었다. 1층에는 현대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는데, 클림트의 <키스>를 보러 온다고 하지만 나는 이 층도 정말 맘에 들었다. 미술엔 문외한이지만 에곤 쉴레라는 사람의 작품도 만날 수 있었고, 화가들의 자화상이 전시된 곳에서 '자화상은 그 그림이 그려질 때의 생각을 반영한다'였나? 그 비슷한 글이 벽에 적혀 있는 걸 보며 공감하기도 했다.

그 중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이 오른쪽에 있는 바로 저 그림이었다. <자각(Selbsterkenntnis)>이란 제목의 저 작품을 보며 나는 저 눈동자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마치, 내 스스로를 바라보라는 듯, 내가 누구인지 직시하라는 듯. 한참을 그 앞에 서 있었다.

그러다 그 자리를 떠나 계단을 올라갔지만, 아쉽게도 나는 미술에 문외한 중 문외한인데다 이제부터는 중세 미술부터 다시 시작했기 때문에 정확히 뭐가 뭔지 크게 담아두지 못했다. 사진이라도 남기면 참 좋겠지만, 벨베데르 궁전은 내부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그런데도 몰래 사진찍는 사람 있더라 ㅡㅡ;) 어쩔 수 없다.

ⓒ Gustav Klimt
출처 : Österreichische Galerie Belvedere(클릭)
물론 그렇다고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일단 벨베데르 상궁 내부 자체가 이전의 화려했던 시대를 떠올릴 수 있게 만들어져 있었고, 사람들이 이곳에 오는 가장 중요한 이유인 클림트의 <키스(Der Kuss)>도 직접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키스>보다는 다른 작품인 <유디트 I(Judith I)>에 더 눈길이 갔다. 뭔가 몽환적으로 나를 바라보는 유디트의 눈빛이 내 눈을 사로잡았기 때문도 있지만, 사실 이 작품이 더 기억에 남는 건 숙소에 돌아와서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였다. 유디트의 손에 들린 저게 사람 머리였을 줄이야!

알고보니 이 작품의 모델인 유디트는 이스라엘의 과부로, 저 손에 들린 목의 주인공은 당시 이스라엘을 침략한 홀로페네우스이다. 성서 외경인 유디트서에 나오는 내용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논개와 비슷한 이미지처럼 느껴졌다. 이 작품 이외에도 그녀를 표현한 작품은 많은데, 이정도로 몽환적이고 관능적인 그림은 없는 것 같다. (참고 : 클릭)

(아, 여기까지 본 사람들은 <키스> 이야기는 안하냐고 할지 모르겠는데, 난 별 감흥이 없었다 ㅡㅡ; 배부른 소리냐고? 아니다! 유디트가 너무 강렬해서 그랬다;;)

그나저나 벨베데르 궁전에서 본 색다른 장면 두 가지. 하나, 가이드와 함께 온 아이들이 궁전 바닥에 앉아서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모습. 이런 장면이 굉장히 일상적인 듯 익숙한 분위기였지만 나는 이런 일이 처음이라 굉장히 신선했었다. 둘, 그림 옆 오디오 가이드 표시 밑에 가끔 보이는 손 표시. 그렇다. 오디오 가이드뿐만 아니라 몇몇 그림에는 수화 가이드도 제공하고 있었다. 이번 여행 중 들어갔던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라 정말 인상깊었다.

자, 이제 벨베데르 궁전을 나와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빈 시민공원으로 가자. 아주머니께서 알려주신 대로 또 트램을 타고 가다 MQ 근처에서 그냥 내려서 우반으로 갈아탔다. 이상하게 나는 트램보다 우반이 더 편해 ㅡㅡ; 그렇게 내린 곳이 U2 노선 시민공원(슈타트파크, Stadtpark)였는데, 이곳 역은 다른 역과 분위기부터 달라서 나는 여기서부터 공원 시작인 줄 알았는데, 공원 입구는 몇 걸음 더 걸어가야 나왔다.

빈 강을 바라보며 공원으로 들어서자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날씨가 워낙 추우니 이해한다. 일단 소기의 목적대로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이곳에서 꼭 보고 싶었던 요한 슈트라우스와 슈베르트 동상을 찾았다. 이 공원에는 이 둘 말고 다른 사람들의 동상도 있지만 내 지식이 짧아 누군지 몰라서 그냥 지나쳤다.

공원은 꽤 넓었다. 호수도 있고, 나무도 많고. 겨울이라 생기있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그저 적당히 쉬기에 좋은 느낌. 추운 날씨인데도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나온 어머니도 보였고, 자기들끼리 재미있게 노는 아이들도 있었고, 호수 위에는 세상 모든 근심을 초탈한듯 유유히 물 위를 노니는 오리떼도 있었다. 사실 쉬러 간 거라 사진은 별로 없지만, 어쨌거나 자세한 모습은 섬네일 클릭질 롸잇나우 ㅡㅡv

사실 이 날의 마지막 계획은 빵 하나 사들고 와서 벤치에 앉아 저녁을 때우는 것이었지만 일단 주변에 빵집도 안보일 뿐더러 날이 추워서 벤치에 오래 앉아 쉰다는 건 불가능했다 ㅋㅋ 그래서 해가 질 즈음에 다시 일어나 일단 빵집을 찾는데! 젠장 U2 칼스플라츠(Karlsplatz) 역 안에 있는 빵집은  주말이라 5시 되면 칼같이 문을 닫는 것이다! 진짜 5시 딱 되어서 도착했는데 ㅠㅠ

이제 뭘 먹어야 하나 고민하던 나는 일단 숙소 근처까지 가서 뭐라도 뒤져보리라 생각했고, 케플러플라츠에서 내려서 무작정 근처 상점가를 걷기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작은 가게에서 슈니첼(손바닥보다 더 큰 돈가스라고 생각하면 됨) 샌드위치가 보이길래 에라 모르겠다 하고 주문한 뒤 길을 걸어가며 먹기 시작했다. 완전 맛있었다 ㅠㅠ 단지 배고파서가 아니라, 정말 맛나더라 ㅠㅠ

아무튼 좌충우돌 셋째날도 여기서 끝! 이제 빈에서 온전히 보내는 마지막 하루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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