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6 May 2012

[영화잡담] 아이언 맨(Iron Man, 2008)

ⓒ Marvel Studio
나는 영웅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SF도 마찬가지다. 내 기준에서 이 두 장르의 공통점을 꼽자면, 별 내용없이 눈만 즐겁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가 바로 이런 내 생각을 바꾼 몇 안 되는 작품 중 하나라는 것이다.

이 작품을 보게 된 계기는 지금 극장가에서 상영중인 영화 <어벤저스(Avengers)>이다. 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조스 위든(Jess Whedon) 감독의 작품들이 나름 맘에 들어서 그런가, 이 작품에 대한 기대가 꽤 컸다. 그래서 좋아하지 않는 장르임에도 이 영화는 꼭 보겠다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영화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던 중에 이 영화의 전작들이 있으며, 이 전작들이 마블 스튜디오의 어벤저스 프로젝트의 일부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왕 보는 거, 전작들을 한번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해서 개봉한 순서대로 전작들을 보겠다 마음먹었다. 그 첫번째가 바로 이 글의 제목에 나오는 <아이언 맨(Iron Man)>이다.

줄거리는 매우 단순하다. 군수업체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CEO이자 천재 공학도인 토니 스타크가 어쩌다 적진에 잡혀가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의 회사에서 만든 무기가 쓰이는 걸 본 뒤 충격먹고 개과천선, 이후 누가 이렇게 했는지 찾아내서 혼내준다...라고 적으면 좀 심하려나 ㅡㅡ; 뭐 이 과정에서 아이언 맨이 만들어지고 로드는 토니 뒷수습하느라 진땀빼고 페퍼랑은 비서에서 애인으로 관계 업글되고 등등도 있지만 그건 다 제쳐놓고!

이 영화를 재미있게 봤던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 일단 깨알같은 개그코드가 있었다. 내가 기계를 좋아해서 그런가 몰아도 토니 작업실 기계 중 하나인 더미가 토니한테 소화액 뿌리는 장면이 왜 그리 웃기는지 ㅋㅋ 그리고 하늘에서 떨어질 때 허우적대는 모습이라던가 로드가 토니 뒷수습이 어렵다느니 막 그러면서 기자회견에서 걍 훈련중 사고였다 말하는 부분에서도 혼자 터졌다 ㅋㅋ 수트 2호기 보면거 로드가 "Next time, maybe"라고 할 때도 그랬고 ㅋㅋ 이렇게 적어놓으니 로드가 무슨 개그 캐릭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는거 ㅡㅡ; ㅋㅋ

그리고 주인공! 난 영화 셜록 홈즈 개봉할 때 왜 사람들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이하 로다주)를 그렇게 핥아댔는지(!) 몰랐다. 그 영화는 셜록홈즈 팬인 내가 본 온갖 관련물 중 가장 형편없었고, 그 영화로 로다주를 처음 알게 된 나는 뭐 이런 배우가 인기가 쩌나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니 로다주가 진짜 그만큼 핥을만한 배우로구나 싶다!(그 말인즉슨 셜록 홈즈 영화 감독인 가이 리치가 로다주 홈즈를 제대로 못살려냈다는 말도 된다 ㅡㅡ;) 로다주가 아닌 다른 아이언 맨은 도저히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을 만큼 그는 이 역할에 너무도 잘 어울리는 배우였다! 뭔가 괴짜같은 캐릭터지만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은 딱 그 느낌! (...절대 로다주의 팔근육에 훅 갔다는 말은 못한다. 아무렴 그렇지... 아아 수트 작업할 때 정말 꺄악 했음 ㅠㅠ 근데 잠시만 이 느낌도 셜록 홈즈의 원작 캐릭터와 비슷한데, 걍 가이 리치를 잡자 ㅡㅡ;)

하지만 이 두 가지만으로 내 맘을 채운다는 건 말도 안된다. 당연히 마지막 이유가 있는데, 영화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이다. 군수 산업으로 많은 돈을 번 토니는 어떻게 보면 미국을 한 인간으로 축소시켜놓은 것 같아 보인다. 영화 초반에 아포지 상을 수상하고 나서 만난 크리스틴 기자가 자신의 일을 비판할 때 무기 판 돈으로 좋은 일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맞받아치는 토니의 모습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리고 동굴에서 만난 잉센의 모습과 토니가 무기제작을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의 주위 사람들 반응이 대조되는 느낌이었다. 물론 토니의 주변인들에겐 그게 밥줄이니 어쩔 수 없는 반응이었겠지만.

그러나 이 영화를 보며 불편한 것도 있었다. 바로 미국 중심주의. 수트를 입은 토니가 굴미라에 가서 적들을 쓸어버리는 장면이라던가, 마치 중동인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적으로 규정했다던가, 자신들의 기술이 아닌 미국의 무기를 사용해서 세계 정복을 꿈꾸는 적진이라던가.

뭐 이래저래 두서없이 써봤는데, 결론은 그저 그런 영웅물로 치부하기엔 영화가 꽤 괜찮다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니 다른 영화들, 특히 <어벤저스>가 정말 기대된다. 얼른 나머지 네 작품도 보고 영화괸으로 튀어가야겠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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