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17 March 2012

[여행잡담] 동유럽, 음악 + α - Wien, Republik Österreich(3)

유럽생활 첫째날(3) : 슈테판 성당에 반한 소피아 / 우반에 대해 좀더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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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첫날 저녁에 뭐 그리 할 게 많겠는가. 그래서 여행보다는 정보를 넣다보니 첫날 여행기가 무지막지하게 길어졌다.

어쨌거나 지난 포스트에 이어서, 우반을 타고 슈테판플라츠(Stephanplatz)에 내려서 슈테판 성당을 찾아야 하는데, 반대쪽으로 가버려서 어쩌다 그냥 밤거리를 걷게 되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거리가 바로 빈의 중심거리인 캐른트너 거리였고, 빈 여행을 하면서 지겨워질 때까지 걷게 된 곳이었다. 왜냐, 의도치 않게 하루에 한 번씩 오게 되었그릉 ㅡㅡ;

그러다 저 멀리서 보이는 슈테판 대성당(Stephansdom)을 보고 다시 캐른트너 거리를 걸어 성당으로 들어갔다. 오 마이 갓. 부모님께서는 러시아 성당에 비하면 이건 새발의 피라고 하며 나의 감동을 확 깎아버렸지만(...참고로 나 이런거 무지 싫어함 ㅡㅡ; 걔네는 걔네고 나는 지금 빈 슈테판 대성당에 있다규!) 멋진 건 멋진 거였다. 미사중이기도 했지만, 미사가 아니더라도 내부에 들어가려면 티켓을 사야 해서 이날은 그냥 바깥에서만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 성당의 내부는 그저 환상이었다.

디카를 가져가지 않아서 넥원이로 대강 찍은 사진을 올려둔다. 밤에 이런 조명을 씀으로써 뭔가 신비스러운 느낌을 더하려는 것 같다. 물론 앞으로의 모든 사진들도 그렇겠지만, 이 사진들이 내가 본 것을 모두 다 담아내진 못했다. 디카로 찍은 사진들도 물론 마찬가지다.

사진은 총 네 장. 옆의 조그만 섬네일을 누르면 큰 사진을 볼 수 있다. 단 찍사의 실력이 크게 좋지 않아 사진이 크게 좋진 않으니 감안하고 보시길 ㅡㅡ; (다음 사진을 보려면 사진 오른쪽 윗부분을 클릭하거나 키보드의 N을 누르면 됨. 이전 사진은 사진 왼쪽 윗부분 혹은 키보드의 P를 누르시라)

슈테판 대성당을 나와 밥 먹을 곳을 찾다가 한 식당을 발견했다. 무조건 들어가고 보자는 아버지의 말에 진짜 무조건 들어갔는데, 이 식당이 빈 여행 중 유일하게 '성공한' 식당이 되었다. 그 말인 즉슨, 이곳 말고 다른 곳의 음식은 내가 잘못 골라서 그렇겠지만 진짜 다시는 먹고 싶지 않은 그런 음식이었단 말이다. (두 군데 실패했었는데 그 중 한 곳은 그 여파가 아직도 남아있다 ㅡㅡ; 이 이야기는 나중에..ㅡㅡ;)

여기서 아버지는 슈니첼(빈 지역 음식인데, 손바닥보다 더 큰 돈가스라고 생각하면 됨) 비스무리한 걸로, 어머니는 닭날개 요리로, 나는 배가 별로 안고파서 햄 샌드위치 하나로 배를 채우고 우반을 타고 돌아갔다. 시차와 피곤함 때문에 녹초가 될 지경이었지만, 그래도 첫날 치곤 나쁘지 않았다.

우반을 타고 오는데, 딩동(진짜 종소리같은 딩동) 소리와 함께 안내방송이 들린다. 뭐라뭐라 하는 것 같은데 첫날엔 잘 들리지 않았다. 셋째날 정도 되니까 들리던데, 우리나라처럼 이 역은 무엇이고 여기서 어떤 걸로 갈아탈 수 있으며 다음 출구는 어디다 뭐 이런 식이다. 물론 저걸 다 알아먹어야 하는 건 아니다. 우리에겐 비장의 무기가 있다! 그것은 바로, 우반 노선도! 이렇게 생겨먹었다 ㅡㅡ;

Wien U-bahn-Netz ⓒ Wikipedia
위의 위키피디아 링크를 클릭하시면 노선도를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새창)
서울지하철 노선도와 뭔가 비슷하면서도 그보단 간결한 것 같고, 그렇다고 아주 간단하게 생긴 아이도 아닌 이 노선도가 바로 빈 시내를 다니는 우반(U-bahn) 노선도다. (2010년 노선도라 지금하고는 좀 다를 수 있음) 이 중 몇몇 역(U1의 칼스플라츠(Karlsplatz)역 등)에는 뭔가 표시가 붙어있는데, 이건 우반 말고 다른 걸로 갈아탈 수 있다는 표시다. 칼스플라츠 역에 붙은 조금 푸르딩딩한 표시는 슈타트반(Stadtbahn) 역이라고 하는데 저건 한번도 안타봐서 모르겠다. 그리고 시머링(Simmering, U3) 역에 붙은 저 표시는 에스반(S-bahn) 환승역인데 저건 우리나라로 따지면 새마을호와 비슷한 느낌이다. 에스반은 나중에 이야기할 일이 또 있기 때문에 여기선 이정도로 줄이고 지나가겠다.

빈의 우반 역이나 우반 내부는 사실 좀 더럽다 ㅡㅡ; 어느 정도냐. 우반 역을 다녀와서 코를 풀어보면 마치 황사 속을 거닌 것처럼 먼지가 뭉쳐서 콧물에 검은 점 여러개가 섞여 나온다. ㅡㅡ; 내가 겪은 가장 심했던 우반 상태는, 로이만플라츠(U1 기점)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케플러플라츠에서 U1 노선 우반을 타는데 누가 먹다 남은 샌드위치를 버려놨던 것 ㅡㅡ; 무려! 한 정거장인데! 이게 뭔일이래 ㅡㅡ;

어쨌거나, 우반 역과 우반 열차를 통틀어 세 가지 특징을 말해보겠다.

첫번째, 우반 역은 양방향간 갈아타는 게 정말 쉽다. 우리나라 다른 지역 지하철은 잘 모르겠는데, 부산 지하철 1호선의 범내골역은 가운데 승강장을 기점으로 서로 다른 방향의 열차를 갈아탈 수 있게 되어 있다. 하지만 모든 역이 다 이렇진 않다. 반면, 빈의 우반 역은 모든 역이 다 이런 식으로 되어 있어 어느 입구로 들어가든 양쪽 중 원하는 방향의 열차를 탈 수 있다.

두번째, 바로 이 안내판이다.

ⓒ syn.sophia
이 사진은 슈테판플라츠 역에서 빈 시민공원(슈타트파크, Stadtpark)로 가기 위해 U1 노선 열차를 타고 한 정거장 와서 칼스플라츠 역에서 내려 U4로 갈아타기 위해 기다리는 중에 찍은 것이다. 이 사진만 보고서 내가 이걸 기억할 수 있었던 건, 지금 내가 어느 역에 있고 여기서 어느 방향의 열차를 탈 수 있으며, 어느 역에서 어떤 열차를 갈아탈 수 있는지를 저 안내판 하나만 보고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이런 안내판이 더러 있지만, 매우 작아서 찾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우반의 이 안내판은 내가 사진을 저렇게 찍어서 그렇지, 우반 열차 창문만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지나온 역들이 회색으로 표시되어 있어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를 더 정확하게 볼 수 있다.

세번째. 우반의 문이다.

ⓒ syn.sophia
우반의 문은 이렇게 생겼다. 자, 일단 우리나라 지하철과 비교를 해보자. 문에 손잡이가 있다. 그리고 화살표가 있다. 그러면 우리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화살표는 저 방향으로 열린다는 것 같고, 손잡이는 당최 왜 있는겨?'

보통은 여기까지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나라 지하철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란 걸 알게 될 것이다.

그렇다. 이 사진 속 우반의 문은 한쪽만 열려있다. 한쪽은 닫힌 상태다.

그럼 이게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답은 저 손잡이에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반은 자동으로 문이 열리지 않는다. (미리 말하자면, 트램 중에서도 이런 게 있다.) 그래서 타거나 내리는 사람이 직접 문을 열어야 한다. 해당 문 주변에서 타거나 내리는 사람이 없다면 그 문은 열리지 않는다. 나는 우반 문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러다 사람들이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여는 것을 보고 처음엔 꽤나 당황했었다. 그래서 빈에서 이틀째 되는 날까지는 꼭 현지인이 내리는 곳에서 따라 내리고 타는 곳에서 따라 탔었다.

ⓒ syn.sophia
하지만 문득, 갑자기 객기가 발동하여 요 녀석을 직접 열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 사진이 안쪽에서 찍은 우반 문인데, 움직일 때 찍은 거라 사진 상태가 좀 흐릿하다ㅡㅡ; 여튼 저 화살표에는 독일어와 영어로 '옆으로 미시오(Pull sharply, 독일어는 모르겠음)'라고 되어 있다. 그리하야 밀어보는데 실패 ㅡㅡ; 결국 옆사람을 따라 내려야 했었다 ㅡㅡ;

그리고 또다시 탄 우반. 이번엔 제대로 도전해보리라는 신념으로 내릴 때가 다 되어서 다시 문앞에 섰다. 그리고 저 손잡이를 살짝 누르는 느낌으로 옆으로 밀어주었다.

열렸다.

그리고 나는 문열기에 중독되어 우반이랑 트램을 타게 되면(사실 몇번 타지도 않았지만) 늘 문앞에 대기했다가 내가 내릴 때면 꼭 직접 문을 열었다 ㅋㅋㅋ 이거 장난아니게 재미있음 ㅋㅋㅋ 빈 여행에서 뭔가 소소한 재미를 찾고 싶다면 우반이나 트램 문열기를 추천한다 ㅋ 이거 말고도 내가 아는 종류는 두 개 더 있는데 둘다 버튼식이라 여는 재미는 저 손잡이가 제일 재미있음 ㅋㅋ 아오 또 손이 근질근질거리네 ㅋㅋㅋㅋㅋ 담에 또 빈에 가게 된다면 당당하게 우반 문을 열어주리라(읭?)

여러 가지 자잘한 일들 때문에 여행 포스트가 많이 밀려서 어쩌다 글이 많이 길어졌는데, 이제 트램이랑 에스반 이야기 말고 정보성 포스트는 별로 없으니 폭풍 진도 예정 ㅡㅡ; 나도 여행기 질질 끌긴 싫다 ㅡㅡ; 여튼 유럽생활 첫날 빈에서의 하룻밤 이야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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