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18 March 2012

[여행잡담] 동유럽, 음악 + α - Wien, Republik Österreich(4)

유럽생활 둘째날(1) : 다시 찾은 슈테판 성당 / 성 베드로 성당 / 마차 나들이 / 나홀로 여행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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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라고 하기엔 너무 이른 새벽. 시차 때문에 두시에 잠을 깼다. 나는 시차따위 신경안써! 라고 했건만, 전날 일찍 자서 더 그런가, 예상보다 빨리 일어나버려서 깜놀했다. 다행히 속도는 진짜 연결되지 않는 것이 낫다 싶을 정도였지만, 어쨌든 와이파이가 되는 민박집이었길래 내 눈동자와 킬링타임용 넷서핑을 교환하며 시간을 때웠다(부모님 일어나실까봐 불도 못켜고 넥원이 켜고 넷질했다는 말씀 ㅡㅡ;)
그리고 시간은 흘러흘러 드디어 아침이라고 부를 만한 때가 되었을 때, 아버지 회사에서 전화가 한 통 걸려왔고, 이후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니 혼자 다닐 수 있제? 우리는 여기 한번 와봤으니까 니가 가고 싶은 데 혼자 다녀봐라."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아니 출국 전에 전화로 살짝 운을 띄우시긴 했지만, 솔직히 첫 해외여행인데 갑자기 혼자 다니라니 ㅡㅡ; 물론 어머니께서도 똑같이 걱정하셨고. 아버지를 말릴 분위기였다. 그때였다. 순간 무슨 객기인지 모르겠지만, 공항에서의 일을 생각해보니 이상하게 그냥 다닐 수 있을 것도 같았다. 거기다 부모님이랑 나랑 여행 스타일이 좀 다른 편이라(나는 한 군데 진득하게 붙어있고 특별히 박물관 덕후라 박물관에서 기본 몇 시간 삐대기 일쑤다) 오히려 잘되었단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결정했다. 혼자 다니기로.

그렇게 나홀로 여행이 결정된 뒤, 우리는 밥을 먹고 다시 우반을 탄 뒤 슈테판 성당으로 향했다. 전날 조명 때문에 제대로 보지 못한 것도 있었기에 낮의 모습을 한번 더 보고 싶었다.

낮에 본 슈테판 성당은 그 겉모습부터 남달랐다. 원래 하얀색이었던 성당이 세월의 때를 입어 까맣게 되어버렸는데, 다시 원래 색으로 돌리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어 밝은 색과 어두운 색을 동시에 볼 수 있었다. 그 크기는 또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내 똑딱이 디카로 전체 모습을 담기 위해 한 10m 넘게 걸어갔던 것 같다. 그리고 안은 또 얼마나 화려한지! 밤에 비친 색색의 조명이 오히려 이 아름다움을 깎아내리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문득, 가이드를 따라서 문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을 발견했다. 나도 안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저기 누군가가 옆에 못 들어오게 해놓은 줄을 풀고 아주 태연하게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우린 그래서 당연히 아무나 들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그 사람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신나게 돌아다니며 사진도 찍고 구경도 했다. 멀리서 볼 때와 가까이서 볼 때의 그 느낌은 또 어찌나 다른지! 조각의 정교함에 감탄하고, 아름다움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빈 여행에서 찍은 슈테판 성당의 사진들을 여기서 함께 나눠보려 한다. 여기서 말하지만, 내가 찍은 사진들은 어떠한 보정도 하지 않은 그대로다. 찍사의 비루한 실력 때문에 사진들이 많이 흔들려서 많은 사진을 보여줄 수 없음에 안타까울 뿐이다. 그러나 그곳에서 느꼈던 감동을 모두 담아낼 수는 없겠지만, 혹여나 약간의 맛보기라도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 사진을 실어놓는다. 사진은 옆의 섬네일을 클릭하면 볼 수 있다.

이제 사진도 대강 찍었겄다, 나가려고 하는데 아주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그 수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 가고 우리와 몇몇 외국인들(우리랑 비슷한 방법으로 들어온 듯하다)만 안쪽에 덩그러니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거기다 출구도 없다 ㅡㅡ; 잠시 정신줄을 놓을 뻔하다 아버지께서 그쪽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한테 출구가 어디인지 물어보셨는데, 그 직원은 오히려 이렇게 물어보는 것이었다.

"Where is your tickets?"
"No ticket!"

너무도 당당하게(?) 아버지께서는 티켓이 없다고 말씀하셨고, 그 직원은 뭐 이런 사람들이 다 있냐는 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봤다. 그러다 잠깐 둘러보니 뭔가 출구처럼 보이는 게 있어서 우린 그쪽으로 아무런 죄책감 없이(!) 걸어나왔다.

알고보니 상황은 이랬다. 그 줄을 푼 사람은 이곳 직원이었고, 우리는 멋도 모르고 그 직원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슈테판 성당에 들어가는 건 무료였지만, 내부는 입장료를 내야만 했던 것이다. 우리가 출구라고 생각하고 나온 그 곳은 사실 표를 사서 들어가는 입구였다! 이 사실을 알고 나니 어찌나 쪽팔리면서도 웃기는지! ㅋㅋㅋ 이후로 나는 어디에 들어가든 티켓 부스부터 먼저 찾는 요상한 습관이 생겼다 ㅋㅋㅋ

슈테판 성당을 나와 근처에 있는 또다른 성당인 성 베드로 성당에 들어갔다. 이곳은 슈테판 성당처럼 크진 않았지만, 그 안에 있던 벽화나 조각은 슈테판 성당과는 또 다른, 다소 차분하면서도 경건한 느낌이었다. 하필 우리가 들어갔을 때가 미사 중이라서 바깥에서 구경만 하고 사진을 못 찍었던 게 좀 아쉽다. (미사중에는 외부인들은 안에 못들어가게 막아놓는다. 누가 들어가려고 하니 어느 나이드신 여자분이 오셔서 들어가면 안된다고 바로 그러더라 ㅡㅡ;)

ⓒ syn.sophia
사진을 클릭하면 좀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렇게 슈테판 성당을 나와 광장으로 나오니 페스트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추모비가 있다. 바로 저 추모비인데, 나중에 부다페스트에서도 이와 비슷한 추모비를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이게 페스트 희생자 추모비라는 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 ㅋ 뭐 상관없다! 캐른트너 거리만큼이나 이 광장도 지겹도록 다녔으니까! ㅡㅡ; ㅋㅋㅋ

여튼 추모비를 지나 시시 박물관쪽으로 가니 마차가 여러 대 있다. 탈까말까 고민하다 일단 지르고 보자는 물주님 아바마마의 의견에 마차를 탔다. 긴 코스와 짧은 코스가 있는데 긴 코스까지는 필요없을 것 같아 짧은 코스로 출발! 사실 이 근처만 도는 거라 별 기대 안했는데, 오히려 골목 구석구석을 지나가니까 느낌이 새로웠다. 관광지가 아닌, 사람 사는 곳으로의 빈을 느낄 수 있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여기서 나는 난생 처음 무시무시한 괴물을 맞닥뜨리게 된다. 그것은 바로 시.차.괴.물. 으허헝 정오밖에 안됐는데 미친듯이 잠이 쏟아진다 ㅠㅠ(시차 때문에 한국시각으로는 저녁 8시 정도) 그래도 참아야 하느니라! 꿋꿋이 참아내고 겨우겨우 구경을 한 뒤에, 전날 들렀던 그 곳에 가서 닭고기 요리 비슷한 걸 먹었다. (사실 이때 메뉴는 기억이 잘 안나는데, 그 이유는... 잠이 너무 와서 그냥 아무 생각도 없었기 때문이다 ㅠㅠ)

밥을 먹고 나니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시시 박물관을 지나 호프부르크 궁(Hofburg, 자세한 내용은 다음 포스트에)로 들어와 안내판을 살펴봤다. 부모님께서는 자연사 & 빈 예술사박물관 중 미술사 박물관을 추천하셨지만, 거긴 내 취향이 아니라 안가겠다고 했다. 사실 저 두 곳은 레오폴드 미술관과 벨베데르 궁과 함께 빈에 온 사람들이 거의 필수적으로 가는 곳이다. 하지만 자연사는 이상하게 내가 과학을 공부했는데도(이래봬도 화학과) 영 안땡기고, 미술사는 아는 게 없어서 들어가도 별 감흥이 없을 것 같았다.

대신 나는 안내판을 보자마자 꽂힌 한 곳의 박물관을 찾아가기로 했다. 바로 빈 예술사박물관의 고음악 관련 전시실! 음악의 도시 빈에 왔으니 음악과 함께 놀아보자는 생각에 내가 생각해도 나다운 곳을 골랐다 싶었다.

그렇게 부모님과 헤어지고, 부모님은 집이 있는 체코 프리덱미스텍으로, 나는 고음악 전시실로 향했다. 드디어 혼자 다니는 빈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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