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6 March 2012

[여행잡담] 동유럽, 음악 + α - Wien, Republik Österreich(2)

유럽생활 1일째(2) : 지하철에서 만난 친절한 남자분, 그리고 교통권 이야기


* 본 포스트는 웹 버전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모바일로 보시는 분들의 양해 바랍니다.

벤츠 택시와 아우디, 폭스바겐을 보며 유럽에 왔음을 실감하고 있는 동안, 우리는 또 하나의 산을 넘어야 했다. 그건 바로 주.차. ㅡㅡ; 내가 혼자 다닐 때야 뭐 주차 신경 안쓰고 다녔지만, 이날 밤도 그렇고 마지막 여행지인 부다페스트에서도 사실 주차 때문에 골치아팠다. 주차장이 많이 없는데다 우리는 짐까지 가득하니(아버지께서 처음에 짐 보시고 진짜 깜놀하셨음. 뭐 이리 많냐면서) 이건 뭐 어쩌겠는가. 다행히 우리가 머물 민박집 근처 공용 주차장에 빈자리가 한 군데 있어서 이때다 하고 바로 주차 성공! 참고로, 혹시나 유럽에 차 끌고 와서 운전하면서 여행하겠다는 분들 있으면 열심히 뜯어말리겠음! 주차하기 정말 힘들다 ㅡㅡ;

빈에서 머물렀던 민박집 이름은 비엔나하우스. 빈 중심가인 캐른트너 거리(캐른트너 슈트라세, Kärntner Straße)에서 우반(U-Bahn, 자세한 설명은 조금 있다가)을 타고 네 정거장 오면 나오는 케플러플라츠(Keplerplatz) 역 근처에 있는 곳이었다. 나름 깨끗하고 밥도 잘 나오는데 딱 하나 아쉬운 게 있었다면, 아주머니가 가끔 무섭게 느껴진다는 거? 그거 말고는 괜찮았던 것 같다. (오히려 같이 묵고 있었던 목사님이 좀 피곤한 스타일이었다 ㅡㅡ; 아오 그 얘기를 여기서 풀 수도 없고 ㅡㅡ;)

어쨌거나 이제 밥을 먹기 위해 짐을 풀고 밖으로 나왔는데, 아무리 독일어를 읽을 줄 안다해도 여기가 어디이며 뭘 어떻게 가야할지 한번에 안다는 건, 신이 아닌 이상 불가능한 것이다. 일단 지하철 역 벽에 있는 지도를 보며 여기가 어디인지 보려는데, 한 남자분이 와서 묻는다.

"Can I help you?"

순간 살았다는 생각과 함께 일단 우리가 어디 있는지를 물어보았고, 그 다음 슈테판 대성당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 분은 여기는 케플러플라츠 역이고, 슈테판 대성당으로 가려면 U1 노선으로 네 정거장을 가서 슈테판플라츠(Stephanplatz) 역에서 내려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교통권 끊는 방법까지 덤으로 알려준 뒤에 우리와 함께 슈테판플라츠 역까지 같이 가주었다. 우반을 기다리는 동안 나보고 어디서 왔냐고 묻길래 한국 사람이며 아버지께서 체코에 계시기 때문에 아버지를 만나러 왔다고 말해주니까 굉장히 신기한 듯 쳐다보더라. ㅋㅋ 여하튼 나는 맨 처음에 그 분도 슈테판플라츠에 가는가 싶었는데, 우리가 내리는 걸 본 뒤 그 사람은 다시 우반을 타고 자기 갈 길을 갔다. "Enjoy Vienna!" 라는 인사 한 마디와 함께.

여기서 잠깐, 오스트리아의 교통권에 관해 얘기를 해보자. 빈 지하철 역에 가면 무인 판매기에서 아주 쉽게 살 수 있는 이 교통권은 편도, 1일권, 2일권, 3일권, 1주일권 등등 여러 종류가 있다.(참고) 재미있는 건, 기간이 늘어날수록(1일권에서 3일권 뭐 이런 식으로) 가격대비 효용이 높다는 것이다. 나는 빈에 머무는 동안 이 날 끊었던 1일권으로 이틀을 버텼고, 3일권으로 2박 3일 동안 신나게 썼다. 그러니 잘 따져보고 자신에게 맞는 녀석을 사야 돈도 아낄 수 있다. 그리고 이 교통권 하나로 우리나라 지하철 혹은 전철에 해당하는 우반(U-Bahn)과 우리나라의 국철에 해당하는 에스반(S-Bahn), 지상 전차인 트램(정확한 이름은 Strassenbahn), 버스(Autobus였던 것 같다^^; 타보질 않아서 기억이^^;) 모두를 이용할 수 있다.

@ syn.sophia
왼쪽에 있는 사진이 내가 실제로 썼던 24시간 교통권이다. 이 포스트 올린다고 급하게 찍었던 거라 사진의 질이 시망이라는 점 ㅡㅡ; 뭐 그래요 찍사가 그렇죠 뭐 ㅡㅡ;

여튼 2012년 1월 기준으로 24시간 교통권은 우측 아래에 나와 있는 대로 5.70유로이다.

그 옆에 도장처럼 KE 어쩌구저쩌구라고 찍힌 것이 있는데, 이 표가 몇 시에 펀칭되었는지를 나타낸다. KE는 뭔지 확실히 모르겠는데, 아마 케플러플라츠(Keplerplatz) 역에서 펀칭해서 그런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후회되는 것 하나. 저게 뭔지 확실히 알아보기 위하여 이거 말고 다른 표는 근처에 있는 로이만플라츠(Reumanplatz)에서 펀칭할 걸 그랬다) 그리고 펀칭 표시 옆에 있는 화살표는 펀칭기에 넣을 때 이 방향으로 넣으라는 표시이다.

자, 이제부터 저 교통권을 어떻게 발급받고 어떻게 쓰는지를 살펴보자. 흠흠.

Wikipedia 
교통권 발급 방법은 간단하다. 세 문단 위에 있는 참고 포스트에 보면 살 수 있는 곳이 여러 군데인데, 나는 두번 다 우반 역에서 샀다. 우반 역을 찾는 방법도 간단하다. 주위를 둘러본 뒤에, 오른쪽에 있는 그림과 같은 표시가 있는 곳을 찾으면 거기가 우반 역이다. 역간 거리가 길지 않기 때문에 한 정거장 쯤은 대강 길 알면 찾아갈 수 있으며, 안되면 뭐, 물어보기 신공을 발휘하시라! ㅡㅡ;

아 저 표시 말고도 에스반이나 트램, 버스 등도 표시가 다 있는데, 그건 관련 이야기가 나오면 설명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일단 패스 ㅋ

ⓒ syn.sophia
여튼 우반 역에 가면 벽에 무인 발매기가 있는데, 언어를 영어로 선택하고 나오는 대로 누르고 돈 넣으면 바로 발급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무인 판매기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단지, '영어'라는 것 뿐이다. ㅋㅋ

왼쪽에 있는 사진이 바로 무인 판매기이다. 왼쪽의 화면 아무데나 손가락으로 찍으면 메뉴가 나오는데, 거기서 언어를 선택하면 된다. 우리나라의 무인 판매기와 다른 점은, 여기는 '신용카드'가 된다는 것이다. 물론 신용카드로 표를 사본 적은 없다. ㅡㅡ;

자, 이제 표를 샀다! 그럼 이제 타면 되느냐! 그렇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ㅡㅡ;

유럽의 교통권은 발급받았다고 그냥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반드시 펀칭을 해야 하는데, 이 사람이 언제부터 이 표를 가지고 탔느냐는 걸 증명해주는 역할을 한다. 나는 1일권과 3일권을 썼는데, 위에서 말한 그 분이 말씀해주시길 펀칭을 해야 이 때부터 이 표가 유효한 것이라고 한다.

ⓒ syn.sophia
동유럽의 지하철은 헝가리를 제외하면 지하철 역에서 표 검사를 잘 하지 않는다. 그래서 잘하면 무임승차도 할 수 있겠지만, 불시에 검사하기 때문에 잘못하다 걸리면 벌금도 내야 하고 쪽팔리기도 하다. 여튼 펀칭을 하지 않은 표는 곧 무임승차와 같은 걸로 보기 때문에 반드시 펀칭을 해야 한다.

요 옆에 있는 사진이 바로 펀칭기이다. 색깔은 역마다 다른데, 저 사진은 마이들링 역에서 열차 기다리다가 생각나서 찍은 것이다. 여튼 저기에 교통권을 집어넣으면 어느 역에서 몇 시에 펀칭했는지 찍혀 있다. 이게 찍힌 시각으로부터 24시간 72시간 이런 식으로 인식되는데, 이 날 저녁 7시에 펀칭을 했기 때문에 다음날 저녁 7시까지 1일권을 쓸 수 있었다. 나는 밤에는 거의 돌아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1일권으로 이틀을 쓴 셈이 되었다. 뭔가 횡재한 기분이었다. ㅋㅋㅋ

설명이 무지막지하게 길어졌는데, 이정도만 알면 빈에서 교통권 가지고 헤맬 일은 없을 것이다. 어떻게 장담하냐! 내가 이정도만 알고 돌아다녀봤는데 아무 문제 없더라! ㅡㅡv 대신 단 한 가지 기억할 것, 빈 공항에 내려서 쌩쌩 달리는 차들을 보며 아버지께서 해주신 말씀이다.

"유럽의 법은 그 법을 지키는 사람에겐 관대하지만 그 법을 어기는 사람에게는 매우 엄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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