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8 January 2012

[음악잡담] Tchaikovsky - Capriccio Italien Op.45

2011년 말의 어느 날. 막 클래식 음악에 발을 담근 터라 1주일에 한 곡씩 새로운 곡을 들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012년 계획을 세울 때 반드시 매주 한 곡씩,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곡을 들어보겠다! 라는 항목을 넣었다. (2012년의 1주일이 지난 지금, 내 계획 중 제대로 지킨 건 이거 하나밖에 없었다 ㅡㅅㅡ) 그리고 오늘, 1주일 동안 들어왔던 곡의 리뷰....라고는 도저히 못하겠고! 그냥 듣고 느낀 걸 풀어서 써보련다. ㅋ 아마 앞으로도 1주일에 한 번씩 이런 글을 쓸 생각인데, 과연 언제까지 할 수 있으려나 ㅋㅋㅋ ㅡㅅㅡ

<이탈리안 기상곡(Capriccio Italien Op. 45)>.

차이코프스키(이하 차형님)의 곡을 처음 만난 건 언젠지 모르겠다. <호두까기 인형>이나 <백조의 호수> 등등 지나가면서 듣고 '이건 차형님 곡이군'이라고 생각한 건 꽤 오래 됐을 테니까. 하지만 차형님의 곡을 실제로 파보겠다! 라고 생각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이 모든 건 영화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 때문이었으니, 건물 폭파 장면에서 나오는 이 음악에 빠져서 차형님의 깊고 깊은 골짜기로 빠져든 것이었다.

ⓒ Mercury / 이미지 출처 : 클릭
그렇다면 그게 바로 이 곡이냐고? 그럴리가. 나는 그렇게 싱거운 사람이 아니다. 그 곡은 <1812 서곡(Overture 1812)>였다. 이 곡을 세 가지 버전으로 들었는데, 그 중 내가 지금까지 갖고 있는 이 곡의 음원이 있다. 안탈 도라티(Antal Dorati)의 지휘와 미네아폴리스 심포니 오케스트라(Minneapolis Symphony Orchestra)의 연주가 담긴 바로 요 음반인데, 이 앨범의 두 번째 트랙이 바로 <이탈리안 기상곡>이었다. 아무래도 <1812 서곡>에서 차형님의 곡을 파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다른 곡을 고를 만한 정보가 없어서 바로 다음 트랙을 골랐던 것이다. 그리고 1주일 내도록 틈만 나면 들었다. (물론 귀 건강을 생각해서 자주는 못들었다. 아오. 집에서 음악 좀 대놓고 듣고 싶다아 ㅠㅠ)

처음에 이 곡을 들을 땐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곡을 듣기 전에 대강 검색을 해봤는데 다들 잘 짜여진 좋은 곡이란 칭찬일색인데, 아무리 들어도 내 귀에는 영 아니었던 것이다. 하긴, 지금 생각해보면 본격적 입문을 <1812 서곡>으로 하고, 그 다음으로 들었던 곡이 홀스트의 <행성>이었으니, 내 취향에 이 곡이 바로 딱 들어오진 않겠다 싶다.

여튼, 처음엔 귀에 잘 안들어오던 곡이 어느 순간 좋아지는 경우를 몇 번 경험했기 때문에, 일단 1주일 동안 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이 곡을 듣기 시작했다. 그러다 안되면 뭐.... 어쩌겠어... 이런 생각이었다지.  하지만 들어도 들어도 뭔가 잘 들어오진 않았다. 몇 번 듣다 보니 집시들이 외진 곳에서 모닥불 피워놓고 춤추는 그런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지긴 했지만, 제목처럼 '이탈리아'를 느끼긴 어려웠다.

그런데 정말, 생각지도 못한 엉뚱한 계기로 이 곡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내가 이 곡을 듣기 시작했다고 남자친구에게 얘기해주니 자기도 듣겠단다. 그래서 별 생각없이 넘겨준 뒤(저작인접권 완료된 이 앨범 음원을 한 클래식 사이트에서 돈주고 산 뒤 그 파일을 남자친구에게 넘겨주었다. 불법 공유 아닙니다 ㅡㅡ;) 어땠느냐고 물어봤는데, 이런 답을 하는 게 아닌가.

"이거, 완전 이탈리아틱한데?"

그 순간, 뒤통수를 딱 때리는 이 느낌.

그랬다. 이탈리아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었기에 이 곡의 제목부터 분위기까지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 (남자친구도 이탈리아에 가본 적은 없지만, 서양사 전공이다 보니 나름대로 지식이 있었던 듯하다.) 그렇다고 당장 이탈리아에 달려갈 수도 없고, 인터넷에서 후다닥 찾아볼 수도 없고(길을 걷다 있었던 일인데, KT 3G가 요즘 심각하게 Hell 수준이라 ㅡㅡ;) 뭐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작년에 본 영국 드라마 <젠(Zen)>에 나오는 장면들을 머릿속에서 있는 대로 막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왜냐. 이 드라마가 이탈리아 올 로케라능. 아 정말 이 드라마 진짜 좋은데 정말 좋은데.... 잡설은 여기까지.

그리고 다시 이 음악을 듣기 시작했는데, 오 마이 갓. 내 머릿속에 펼쳐지는 신세계여. 나는 어느새 이 곡의 선율을 따라 이탈리아 어느 마을의 구석진 골목을 따라 걷고 있었고, 어느 무도회장에서 신나게 춤을 추는 사람들을 보고 있었으며,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이 곡의 선율을 따라 부르고 있었다. 이제야 왜 이 곡의 제목이 <'이탈리안' 기상곡>인지 알 수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곡은 차형님이 결혼 실패 후 마음 추스리러 이탈리아에 갔다가 Feel 받고 만든 곡이라고 한다. 그러니 지역색이 안 묻어나면 더 이상할듯)

남자친구의 저 한 마디 덕분에 나는 1주일 중 남은 시간 동안 이 곡을 즐길 수 있었다. 생전 처음 들어본 곡이라 아직 주선율을 외울 정도는 아니지만, 이 곡을 앞으로 안들을 것도 아니고. ㅋㅋ 계속 듣다 보면 더욱 귀에 익고, 그러다 보면 지금 내가 발견하지 못한 또 다른 느낌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이 곡을 듣고 있다. 덕분에 몸은 대한민국 남쪽의 어느 곳에 있지만 머릿속은 또다시 이탈리아 어딘가를 누비고 있다. 정말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이 곡 + 멘델스존 교향곡 4번 <이탈리아> + 내가 모르는, 이탈리아 관련한 곡들을 들으며 이탈리아의 곳곳을 직접 다녀보고 싶다. 그 때가 되면, 지금 느꼈던 것과 또 다른 새로운 느낌이 다가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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