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18 May 2012

[영화잡담] 토르 : 천둥의 신(Thor, 2011)

초등학교 때 <소피의 세계>라는 철학책을 본 적이 있다. 그 때 정확한 앞뒤 문맥은 기억나지 않지만, 북유럽 신화를 이야기하면서 쇠망치를 든 토르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사실 <어벤저스>의 전작들을 보며 왜 토르가 여기 들어가는지 의문스럽기도 했다. 다른 주인공들(아이언 맨, 블랙 위도우, 헐크, 캡틴 아메리카)와 다르게 토르는 과학의 힘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그 속성상 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의문은 영화를 다 본 지금까지도 사라지지 않았다. 이것이 <어벤저스>가 기대되는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아무튼 이 영화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아스가르드의 망나니 토르의 개과천선 일대기'라고 할 수 있을듯. 전사의 피가 끓다 못해 넘치기까지 하는 토르가 괜히 객기부려 프로스트 자이언츠를 만나러 갔다가 아버지 오딘한테 딱 걸려서 아스가르드에서 인간세계로 추방되고, 거기서 제인을 만나 막 가다가 서서히 개과천선 뭐 이런 이야기. 그리고 다시 아스가르드로 돌아가서 좋은 왕이 된다 뭐 이런 결론까지.

사실 내가 본 아주 소수의 영웅물 중 감탄하도록 치밀한 이야기구조를 가진 것은 없었다. <아이언 맨>이 그나마 괜찮았지만, 사실 이 장르는 스토리보다는 액션으로 먹고 들어간다는 생각이 영화 볼 때마다 드는 건 사실이다. <토르> 역시 마찬가지로 이야기 구조보다는 보여지는 화면에 더욱 포커스를 맞춘 듯하다.

여기다 내가 지금까지 본 어벤저스 프로젝트 영화들의 특징처럼 나타나는(<인크레더블 헐크>는 예외로 하고) 깨알같은 개그 역시 빠질 수 없었다. 예를 들면, 토르가 병원에서 나가려고 난리치다 주사 한대에 기절하는 장면이라던가 ㅋㅋㅋ 제인은 심심하면 토르를 차로 친다면서 ㅋㅋㅋ 콜슨이 토르 붙잡아놓고 막 이야기하다 잠깐 나갔다 온 사이 로키가 왔다가서 잘가라고 하는데 콜슨이 '방금 왔는데 잘가라니' 이 드립 ㅋㅋㅋㅋㅋ 아 정말 토르마저 이러나요 그런가요 ㅋㅋㅋ

자 다시 숨을 고르고. 후아. 여튼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토르도 토르지만 로키가 정말 불쌍해보였다. 아버지의 인정을 받고 싶어서 벌인 무모한 짓, 거기다 자신이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까지 알고 어찌나 충격받았을지. 하지만 마지막에는 로키가 좀 많이 미웠고 엔딩 크레딧 이후에는 진짜 딱 한마디, '헐' 이라고만 할 수 있었을 뿐이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이 영화에 나오는 토르-로키, 그리고 더 크게 보면 요툰하임-아스가르드의 대결구조가 단순히 선악의 대결로 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건 사실 <인크레더블 헐크>에도 나타나는 부분인데, 브루스 배너가 과하게 흥분하면 헐크로 변해서 주위의 기물을 부순다는 것만으로 악으로 보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선한 걸로 보기도 그렇단 말이다. 그냥 이 영화는 선악 대립 없는, 내가 생각했던 영웅물(특별히 전대물)과는 꽤나 다름 양상이었다.

<토르> 역시 마찬가지다. 오딘은 과연 선한 이미지인가? 인간의 입장에서 봤을 때야 빙하기를 끝나게 해준 고마운 왕이겠지만, 요툰하임과 아스가르드의 대결상에서 본다면? 오딘은 요툰하임을 박살내놓고 가버린(물론 휴전이라고 하지만) 존재이지 않을까? 물론 로키라는 캐릭터가 악한 이미지로 그려지긴 하지만, 뭐랄까. 완벽한 선도 악도 없다는 그런 느낌을 이 영화를 보며 받았던 것 같다.

이제 <어벤저스> 전작 중 가장 최근에 개봉한 <퍼스트 어벤저>가 남았다. 이걸 보고 난 뒤 드디어 <어벤저스>를 보러 간다 ㅋㅋ 그동안 스포 피하느라고 개고생했는데 이번주까지만 견디면 된다. 아 기분좋아라. ㅋ 그나저나 조스 위든(조스 웨던이라고들 하던데, 나는 처음부터 위든이라고 불러서 그게 더 익숙하다;) 감독 덕분에 재미있는 영화를 많이 달릴 수 있었다 ㅋ 담에는 조스 위든 감독의 작품들만 또 골라서 한번 봐야겠다 ㅋ

* 이 영화를 보면서 진짜 적응 안됐던 부분. 분명 내가 아는 오딘은 물의 정령인가? 뭐 그랬었는데 갑자기 대박 건장한 아저씨가 나와서 아스가르드 왕 어쩌고 하니까 적응 안됨 ㅋㅋㅋ 나의 상상을 다 짓밟아버렸어 ㅋㅋㅋ 으악 ㅋㅋㅋㅋㅋ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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